‘리서치=대우’ 명성 되찾아… 세일즈 차별화 나선 법인영업 멤버들 ‘발군’

‘영원한 1등은 없다.’간만에 증권사 패자가 바뀌었다. 2005년 상반기 1위 타이틀은 대우증권에 돌아갔다. 대우사태 이후 와신상담의 결실이 1위로 되돌아온 셈이다. 그간 3연패(2003년 하반기~2004년 하반기)의 철옹성을 자랑하던 우리(옛 LG투자증권)는 2위로 물러섰다. 한편 상위 톱5의 순위는 거의 바뀌었다. 동원과 한솥밥을 먹게 된 한국투자만이 3위로 순위변동이 없었다. 굿모닝신한과 미래에셋은 새로운 톱5 멤버로 각 4ㆍ5위에 랭크됐다. 최근 거세게 일었던 증권사 M&A 열기가 순위변동에 적잖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대우는 리서치와 법인영업 양대 부문에서 모두 ‘No.1’을 기록했다. 2위인 우리와의 격차도 널찍이 벌렸다. 종합점수 36.60으로 2위인 우리(28.75)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법인영업의 1~2위 점수차가 컸다. 리서치만 봤을 때 대우의 총점은 2,328점이다. 우리(1,945점)보다 무려 383점이 더 높다. 특히 신뢰도ㆍ정확성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펀드매니저 중 134명이 대우를 1순위에 올린 반면, 우리는 116명이 ‘OK’ 사인을 줬다. 실제로 30개 애널리스트 평가부문 중 절반인 15개 파트의 1위가 대우에 적을 둔 것으로 조사됐다.법인영업에서의 약진도 단연 뉴스거리다. 리서치가 후선부대라면 법인영업은 돈을 벌어오는 전위부대다. 이런 점에서 법인영업의 1위 타이틀 획득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우 법인영업팀은 이번 조사에서 총 354회의 추천을 받아 260회의 우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주문ㆍ매매체결, 고객관리, 정보제공, 펀드수익기여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All A+’를 기록했다. 리서치 명가의 명예를 세운 리서치센터의 막강 화력에 힘입어 정보제공 항목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얻어냈다. 이는 곧 펀드수익의 기여도 증가로 연결됐다.리서치, 사관학교 자존심 회복이번 조사로 대우 리서치센터는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신뢰도ㆍ정확성(604점), 적시성(581점), 프레젠테이션(572점), 마케팅(571점)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1위로 올라섰다. 리서치센터를 책임지는 전병서 상무(리서치센터장)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가 빛을 본 것”이라며 “IMF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이후 놓친 정상자리를 이제 회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상무의 코멘트에는 자신감이 역력하다.30개 중 15개를 휩쓸었지만 단순한 숫자보다 내용을 살펴보길 권했다. 15명이 받은 추천 횟수(1,363점)가 나머지 15명의 점수를 합한 것(1,055점)보다 많다는 점이 고무적이란 설명이다. 똑같은 톱랭커지만 대우 파워가 한층 뛰어나다는 것. 실제로 기업분석의 경우 평가 대상자 19개 파트 중 10개 업종이 1위에 올랐다.게다가 대우 리서치는 현재 74명에 불과하다. 4대 증권사 중 최소인원이다. 그만큼 효율적인 인원관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톱랭커가 많으면 으레 조직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해석되지만 대우만은 상황이 다르다. 시니어급 등 고참들 대부분이 과거에 1위를 해봤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전상무는 “오죽하면 인사하는 것조차 다시 가르칠 만큼 겸손을 강조한다”며 “적어도 5년 이상 톱랭커 자리를 유지하려면 본인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다.사실 대우 리서치조직은 원래부터 파워풀했다. 삼성ㆍ우리ㆍ현대 등에 ‘브랜드 파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대우는 ‘리서치의 대우’로 통할 정도다. 그만큼 업계에 정평이 자자하다. 대우 리서치 출신이라면 ‘배경ㆍ연봉 불문’ 스카우트 대상이라는 얘기까지 통한다.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는 대우 리서치 인력을 향한 스카우트 붐이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대우 리서치가 군계일학의 탁월한 보고서를 생산하는 데는 3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 결과다. 운영시스템, 인적자원, 물적지원 등이다. 대우 출신의 한 애널리스트는 “막상 떠나 보니 대우의 연구환경이 훌륭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특히 리서치조직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대우 리서치는 ‘20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한다. 증권업계 선두를 지켜온 노하우와 영업력, 그리고 대우 리서치만의 독특한 애널리스트 양성시스템이 오늘의 성과를 낳았다. 가령 20년 이상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질적ㆍ양적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적자원 역시 최고 수준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시절부터 국내경제를 선도하는 유력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신규로 확충할 때도 자질을 갖춘 예비분석가를 따로 뽑는다.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회사의 다양한 지원도 리서치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대우사태 이후 회사가 어려웠을 때도 리서치만은 지키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주효했다. 리서치조직은 사내에서 유일하게 자율권을 확보하고 있다.법인영업, 막강 브로커파워 과시요즘 대우 법인영업팀은 ‘봄날’이다. 거의 전성기에 비유될 만큼 탄력을 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 손복조 사장이 취임하면서 경영방침을 ‘브로커리지 강화’로 잡았는데, 불과 1년여 만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약정) 7.38%에서 올 7월 중순 현재 약 9.6%대까지 올라섰다. 개중 0.7~0.8%포인트가 법인영업팀이 거둔 성과다. 올 상반기 한때는 전체 약정의 1%를 대우 법인영업팀이 커버하기도 했다. 법인영업팀 책임자는 박윤수 전무다. 예전 LG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후 대우의 법인사령탑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펀드매니저 출신답게 박전무 합류 후 대우 법인영업팀의 인적파워는 한층 강화됐다.실제로 평가결과는 합격점 이상이다. 주문 및 매매체결(82회), 고객관리(79회), 정보제공(102회), 펀드수익기여(91회) 등 모든 항목에서 높은 추천 빈도를 확보했다. 총 354회의 추천을 받았다. 2위 우리가 260회인 걸 감안하면 당분간 독주까지 예상될 정도다. 박전무는 “최근 약정 증가로 이익규모가 꽤 늘고 있다”며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확실한 1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우 법인영업팀은 20명 수준이다. 개중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세일즈전문가도 적잖다. 특히 국민연금 등 거물급 기관고객과의 관계가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정의 대부분을 대형기관이 차지한다.박전무는 1위 수상 배경으로 ‘리서치와 세일즈의 접목’을 꼽았다. 통상 ‘브로커 ↔ 기관고객’의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브로커ㆍ애널리스트 ↔ 기관고객’으로 차별화했다. 브로커와 애널리스트 2명이 기관고객과 직접 연결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 박전무는 “이 같은 세일즈 차별화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며 “리서치와의 상호유기적 관계정립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포럼과 IR 기회도 잦아졌다. 기관고객을 격주에 1~2회 초청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함이다. 특히 ‘대우증시포럼’이 큰 힘이 됐다. 지난 6월2일 열린 포럼의 경우 350명 이상의 기관고객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실제로 리서치와의 사이도 밀월관계다. 리서치와 법인영업은 견원지간의 갈등구조를 띠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우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양 부서간 신뢰감이 높다. 신뢰에 바탕을 둔 조직문화ㆍ전통이 손사장 취임 후 ‘한 번 해보자’는 정신력으로 승화된 결과다. 특히 애널리스트의 코멘트와 보고서에 대한 법인영업팀의 믿음이 강하다. 여기에 지난 2004년 9월에는 고객 데이터베이스(DB)까지 자체 개발했다. 고객성향과 리서치 의존도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후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고객의 주문내용을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전문트레이더도 보강했다. 자칫 매매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주문ㆍ매매 체결과정에서의 고객 불만은 눈에 띄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