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관한 명언 중 이런 것이 있다.‘골프에서의 테크닉은 겨우 2할에 불과하다. 나머지 8할은 철학, 유머, 비극, 로맨스, 멜로드라마, 우정, 동지애, 고집, 그리고 회화이다.’모든 스포츠가 그러하겠지만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골프는 집중력과 인내심, 그리고 잘 계산된 예의가 필요한 고급 운동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골프를 배우고 즐기기에 아주 많은 비용이 들어 ‘럭셔리’ 스포츠에 속하지만 호주나 서구에서는 골프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테니스처럼 즐길 수 있는 대중화된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조차 골프가 럭셔리 스포츠로 분류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 아니라 골프를 즐기는 전통과 상대방에 대한 그 격식과 예의를 중시하는 스포츠 관습에 기인하는 듯하다. 그래서 골프는 진정한 럭셔리 스포츠이며 매력이 있다.필자는 몇 년 전부터 목디스크를 앓아와 순간적 탄성을 필요로 하는 골프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원한 필드에서 멋지게 스윙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 골프스타일로 옷을 입으며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마침 이번 여름을 지나 가을ㆍ겨울까지 ‘골프’라는 스포츠에 모티브를 둔 ‘골프룩’이 대다수 해외 명품브랜드에서 하나의 컨셉으로 나와 그 어느 때보다도 ‘골프룩’이 강세다. 하지만 ‘골프룩’은 실제로 골프를 치기에는 지나치게 디자인이 가미돼 있고 원단도 기능성을 덜 고려해 골프를 치기에는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라운딩을 할 때는 기능성이 확실히 배려돼 있는 골프웨어 브랜드를 입어야 건강에 좋다.하지만 국내에서 골프가 활성화된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니 골프패션도 아직 미숙한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면 골프웨어를 선택할 때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둬야 실패하지 않을까. 골프웨어 제1의 조건은 기능성이다. 제아무리 패션을 내세운 골프웨어라도 그것의 본질은 공을 치는 데 편안한 옷이어야 한다. 플레이시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데 소매나 목선 등의 디테일이 불편하지 않은지를 미리 체크해 보고 본인 몸에 착 달라붙는 피팅감을 찾는 게 관건이다. 또 골프라는 스포츠 특성상 햇빛과 비, 바람 등에 강한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는지 여부도 중요한데 요즘은 방수는 기본이고 모이스처 매니지먼트(땀이나 습기를 흡수해 겉으로 방출시켜 냄새를 제거해 주는 기능), UV프로텍션(땀이나 습기를 흡수해 겉으로 방출시켜 냄새를 제거해 주는 기능) 등 갖가지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골프웨어 선택시에는 소재 또한 간과하지 말자.그렇다면 필드에서 ‘패셔너블하기’란 애초에 포기해도 되는 것일까.그동안 그토록 목이 터져라 패션의 중요성을 외쳤건만 운동할 때라고 해서 포기해도 좋다고 대답할 독자는 설마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고기능성과 패셔너블함을 겸비한 아주 똑똑한 골프웨어들이 서서히 한국에도 선보이는 요즘, 이 칼럼을 읽을 정도의 센스 있는 당신이라면 이 두 마리 토끼 다 놓치지 않길 바란다.우선은 본인의 이미지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라. 예를 들어 보수적이고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것을 원한다면 ‘버버리 골프’(Burberry Golf)를 눈여겨볼 만하다. 버버리 골프는 호주의 잘생긴 프로골퍼 애덤 스콧을 통해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데 버버리 고유의 체크문양, 아가일 체크, 산뜻한 그린과 블루, 레드 등을 악센트 컬러로 사용해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 영국적 감성의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애덤 스콧처럼 그린 위에서 젠틀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풍기고 싶다면 버버리 골프와 함께 ‘발리 골프’(Bally Golf) 등도 탁월한 선택이다. 스타플레이어인 닉 팔도가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발리 골프는 고급스러운 골프웨어의 대명사로 아주 특이한 디자인은 아니나 세세한 디테일에 공을 들인 디자인 때문에 많은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테니스룩에 그 뿌리를 둔 ‘라코스테’(Lacoste)에서도 2005 가을ㆍ겨울시즌에는 스타일리시한 ‘골프룩’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렌치 감성의 섬세한 터치를 골프웨어에 접목해 세련된 룩을 제안한다.캘러웨이(Callaway)나 핑(Ping),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나이키 골프(Nike Golf), 미즈노(Mizuno) 등은 좀더 무난한 선택인데, 그리 튀지 않으면서 부담 없이 편안한 룩을 선호하는 골퍼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안전하지만 무난한 길을 버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하더라도 필드 위의 반짝이는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브랜드로 골프웨어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최근 서울 강남 도산공원 근처에 독특한 골프웨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편집매장 ‘마치 온 그린’(March on green)이 문을 열어 새로운 골프웨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명소가 됐다. 이곳에는 필자가 목이 아프기 전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 골프패션의 롤 모델로 삼았던 스웨덴 프로골퍼 야스퍼 파르네빅 선수가 즐겨 입는 ‘제이 린드버그 골프’(J.Lindeberg Golf)도 있다. ‘필드의 기인’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니는 파르네빅은 골프패션의 개척자 역할을 한 골퍼다. 그는 90년대부터 그만의 독특한 패션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원색의 컬러풀한 팬츠차림으로 등장하는 그를 비웃는 이들이 많았지만 점차 컬러풀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골프웨어를 선보이는 프로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시 파르네빅은 선구안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이 린드버그 골프는 좀더 특별하고 개성 있는 ‘업그레이드된’ 골프웨어를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제이 린드버그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필드에서는 돋보이는 골퍼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드 밖에서도 스포티하게 연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컬러와 골퍼 두 명 중 한 명은 갖고 있을 법한 식상한 디자인의 골프웨어들. 여전히 이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필드에서 톡톡 튀는 센스로 사랑을 받을 것인가. 이제 그것이 문제다. 이제 필드 위에서 스코어뿐만 아니라 당신의 이미지까지 업(Up)시킬 줄 아는 당신의 취향은 당신의 골프 라이프의 나머지 8할을 채울 것이다.황의건ㆍ(주)오피스 에이치 대표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h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