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넘버2’ 수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라는 거함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다른 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뒤로 밀어내고 글로벌 전력회사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특히 한전은 시가총액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각 부문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포진, 전체 2위자리를 무난히 지켜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한전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전력기업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 간판기업을 넘어 세계 속의 기업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기업의 역사도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8년 한성전기회사로 첫출발을 한 이후 1982년 지금의 한국전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89년 기업을 공개하며 거래소시장에 상장됐고, 이후 해외에도 진출해 94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2001년에는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리해 공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시대를 본격 열었다.한전의 주요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송변전사업, 배전사업, 판매사업, 해외사업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해외사업이다. 다른 사업은 웬만한 전력회사라면 다 하는 사업이지만 해외사업은 한전의 자신감과 연결돼 있다.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어느 회사나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대표적인 나라가 필리핀이다. 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사업을 시작으로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권 획득 등의 성과를 잇달아 올렸다. 한전 관계자는 “필리핀 전체 발전용량의 7분의 1을 담당하는 제2의 민자발전사업자가 됐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지난해 6월에는 한준호 사장이 직접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세부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민간발전사업자 샐콘(Salcon)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필리핀 제2의 도시인 세부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운영하는 사업이다.한전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발전회사인 다탕집단공사와 발전분야 공동사업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었고, 10월에는 우즈에서 순환유동층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아울러 12월에는 허난성 지아주오시와 1,2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협의서를 체결했다.미얀마와 리비아 역시 한전의 주 공략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얀마의 경우 500KV 송전전압 기본설계를 2004년 1월부터 시작해 2005년 12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이밖에 올 3월에는 리비아 전력청과 기술협정을 맺어 한국전력의 역량을 전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한전이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밑천은 역시 탁월한 기술력이다. 전압, 주파수, 정전시간 등 전기품질 면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지표인 송배전손실률에서 4.43%선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과 비교해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도 대부분 5%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장건수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품질을 가늠하는 지표인 호당 정전시간과 규정전압유지율도 각각 연간 19분, 99.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한전이 우수한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은 첨단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서 비롯된다. 특히 기간송전망에 대해 대대적인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첨단설비와 자동화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21세기 기간전송망으로 765KV 대전력 송전망을 구축하는 1단계 건설사업에 이어 2단계 건설사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한전은 최근 호재가 겹쳤다. 먼저 최근 발표된 2004년도 정부경영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전사적인 경영개선 노력과 경영관리부문의 성적향상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투명경영, 윤리경영의 적극적인 추진뿐만 아니라 재무 및 예산, 인적관리부문에서 경영개선에 적극 나서 많은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경비절감 역시 한몫 했다는 평가다. 사실 한전은 2004년에 전년 대비 유연탄 가격 60%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구입전력비가 6.6% 증가했다. 이에 비해 전기요금은 1.5% 인하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적잖이 겪었다.하지만 경비절감 추진 등 적극적인 경영개선을 통해 영업이익 8.8%, 경상이익 28.7%, 당기순이익 24.4% 증가라는 실적을 거뒀다. 경영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크게 개선한 셈이다.이 같은 성과는 주식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4년 7월 저점 이후 1년간 81% 상승하며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33%)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전은 89년 상장 이후 시가총액 5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대형주이기는 했지만 10년 전과 비교한 주가상승률이 20%에 불과해 덩칫값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은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설비투자 등이 축소되면서 2008년까지 이자비용이 27.8%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한전의 주가전망은 밝다”고 말했다.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한전은 최근 재계의 화두인 윤리경영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부패방지팀 신설에 이어 직원들이 직접 최고경영자에게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시스템을 설치했다.또 300만원이 넘는 구매, 공사계약은 전자공개입찰로 전환했다.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내부고발자 포상제도와 부조리 자율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언제든 부조리신고 및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상시 시스템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열린 경영’을 통한 벽허물기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사회, 고객 등 외부와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한전의 확고한 의지에서 출발했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열린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한전이 그리는 미래상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인 전력회사’로 요약된다. 특히 ‘고객존중, 변화지향, 수익중시’라는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깨끗하고 활기찬 기업’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전직원이 똘똘 뭉쳐 변화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