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내외 경제의 최대 복병은 고유가였다. 유가 움직임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춤을 추고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 역시 크게 달라졌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국제유가는 연초 대비 무려 80%나 급등했다. 여기에는 수요증가, 산유국들의 증산여력 불충분, 테러불안, 투기세력 등장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이런 고유가 상황은 올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더욱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8월29일 미국 남부를 강타한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그 일대 정유시설 대부분이 피해를 입으면서 국제유가를 더욱 밀어 올렸다.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기준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70달러도 이미 무너진 바 있다. 카트리타 상륙 다음날인 8월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10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장중 한때 70.85달러를 기록하며 단숨에 70달러를 돌파했다. 다행히 파괴된 정유시설의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 등으로 9월 들어 67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돌발변수가 다시 등장할 경우 배럴당 70달러를 재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추석 이후 국제유가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 60달러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트리나의 습격이 있기 전에도 이미 국제유가는 60달러선을 유지했고, 고유가의 가장 큰 원인인 공급부족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수요증가와 중동지역의 테러불안, 투기세력의 움직임 등 고유가를 초래한 요인들 역시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요인들은 이미 노출된 악재라는 점이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70달러를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2004년 평균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41.43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올 7월에는 58.68달러로 올랐고 8월에는 64.96달러로 치솟았다. 9월 들어 대략 67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8개월여 만에 지난해 평균치에 비해 20달러 이상 오른 셈이다. 구팀장은 “지난 몇 달 사이에 많이 오른 만큼 국제원유시장을 흔들 만한 결정적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올해는 현 수준에서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카트리나 습격 같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수준도 벅차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고유가의 경제적 충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어 추석 이후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장 필립 코티 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유가 충격이 상당한 규모”라며 “그것이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제유가 상승추세는 과거의 오일쇼크에 비해 급격한 폭등세는 아니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안드리스 피에발스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도 “고유가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클 것”이라며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동시에 복지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