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 100대 기업에서 9위를 차지한 국민은행은 지난해 몇 위를 차지했을까. 여느 10위권 기업과는 달리 국민은행은 지난해 385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2002년 6위, 2003년 4위에서 2004년 385위로 한없이 추락했던 국민은행은 올해 부활의 찬가를 부르게 됐다.국민은행이 지난해 385위로 떨어졌던 이유는 2003년 당기순이익 -7,533억원, ROE -8.16% 등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합병 이후 2003년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국민은행은 그 원인을 신용카드부문의 부실과 가계연체율 상승에서 찾았다.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대폭 늘었던 것.국민은행은 2003년 4조393억원(전입액 기준)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고, 특히 신용카드 관련 충당금으로 2조490억원을 적립했다. 기록적인 적자가 나온 2004년 봄 은행 안팎에서는 “김정태 행장이 적자를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과정을 겪은 뒤 그해 11월 강정원 행장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했다.강행장은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와 플레처대 대학원 국제법ㆍ외교학과를 졸업한 글로벌 뱅커다. 씨티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 도이치뱅크를 거치며 해외의 금융노하우를 익힌 강행장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은행장으로 근무했다.지난해 취임 이후 강행장은 조직정비와 인력 구조조정에 주안점을 두며 체제를 재정비했다. 아울러 국제감각으로 무장한 강행장은 직원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3월부터는 IBP(International Best Practice)라는 ‘국제적 최고 관행’ 연수과정을 만들어 임직원을 교육하고 있다. 윤리경영과 고객만족 실천경영을 담은 이 교육과정은 2만5,000명의 임직원에게 전파돼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조직개편을 사실상 마무리한 강행장은 국민은행의 내실을 지속적으로 다지고 있다. 강행장은 최근 “국민은행은 2015년에도 대한민국 최대 은행이자 최고 은행이 돼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강행장이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자산건전성 강화와 인력 구조조정, IBP를 통한 선진기업문화 정착노력은 지난 1분기 영업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국민은행이 올 1분기에 올린 순이익은 3,453억원.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자산건전성 강화를 통해 충당금 적립액을 전년 동기 대비 70% 감축한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지난해 영업수익 20조8,799억원, 당기순이익 5,553억원으로 10위권에 재진입한 국민은행은 그 무엇보다 절대다수의 고객을 자랑한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2,500만명이 국민은행의 고객이다. 자산 또한 2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점유율도 32.7%에 이른다. 주택청약상품 점유율은 62%, 6대 은행 기준 적립식펀드 점유율 58%, 8대 은행 기준 방카슈랑스 점유율 44%라는 엄청난 영업력도 지녔다.기업금융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내며 기업대출시장 점유율 2위, 신디케이트론 아시아 3위(세계 16위), 원/달러 선물환 거래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국내 대표은행을 자부하는 국민은행은 디지털시대의 경쟁력 원천인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신상품 개발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경우도 많아 99년 1월에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수익증권 판매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 펀드판매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국민은행은 지점 1,100개를 통해 적립식펀드 주식형 10종, 일반주식형과 혼합형 각각 9종, 채권형 6종, 해외펀드 7종에 MMF(머니마켓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수익증권의 영업실적은 판매잔액 14조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9,815억원 증가한 실적을 쌓았다. 수수료수익도 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1억원 늘었다. 전체 투신시장 대비 점유율도 2003년(5.7%)보다 2.7%포인트 증가한 8.4%를 나타냈다.국민은행은 특히 적립식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의 강자다. 고객 성향별 여러 종류의 ELS를 내놓아 2004년 말 2조5,409억원어치의 ELS를 팔았다. 이는 전체시장 판매액의 38.5%를 차지하는 수치로 동종업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대표적 자산관리형 상품인 적립식펀드 판매액은 2004년 말 기준 1조원을 넘어섰으며, 동시에 계좌수도 2003년 말에 비해 34만계좌가 늘었다.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03년 9월부터 스마트칩 기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실시한 것. 휴대전화를 통한 금융거래 서비스로 종전 사용자 ID, 비밀번호, 계좌번호 입력방식을 스마트칩이라는 매체를 통해 금융정보를 읽어들이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바일뱅킹 이용자수는 89만4,000명이었다. 이는 2003년 말 18만9,000명에서 1년 사이 무려 473% 급증한 자료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45만명이 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고객을 100만명으로 2배 이상 올리겠다는 계획이다.국민은행이 2004년 11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KB전자통장’도 혁신적 상품의 사례다. ‘KB 전자통장’은 기존 종이통장과 달리 모든 계좌정보를 카드 한 장의 집적회로(IC)칩에 내장했다. 현금 입ㆍ출금은 물론 각종 예금상품 등 최대 30개 통장을 하나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개인정보 도용방지를 위해 개인인증번호(PIN)를 부여하고 공인인증서도 IC칩에 내장, 안전한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편리성이 부각되면서 하루 평균 4,500여계좌가 팔려나갔다. 이미 지난 1월 말에 13만계좌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2006년까지 전자통장 발급실적을 전체 신규통장의 발매의 50% 수준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밖에도 지난 3월10일에는 IC칩에 기반을 둔 현금서비스 거래를 할 수 있는 ‘IC카드 현금서비스’를, 3월2일에는 종합시청방식의 ‘KB위성방송’을 개국하며 혁신적인 서비스에 힘쓰고 있다.국민은행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2007년까지 ROA 1.2%, ROE 2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돋보기 중소기업 지원정책중소기업 체질강화에 앞장국민은행은 2만5,000명 고객을 지닌 은행답게 사회공헌활동 등 공적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공적기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하기보다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돕고 있다. 중소기업의 내부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은행은 종합자금관리서비스(CMS)를 택했다. CMS는 은행과 기업간의 전산시스템을 연결해 기업 관계자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운용할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재무진단서비스(C-cube)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C-큐브는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경영상의 위험을 진단하고 예측해 경영위험을 최소화 하는 서비스다.이밖에도 거래 중소기업의 임직원에게 세무진단서비스 등 연수기회를 제공하고 중국진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도우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회사인 ‘KB창업투자’를 ‘부품소재협의회’의 투자기관으로 참여시켜 부품소재기술개발기업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거래기업 중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를 펼치고 있다. 상환일정을 재조정해 주거나 이자감면을 통해 회생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중소기업보다 여건이 열악한 소호(SOHO)의 회생지원을 위해 소호 여신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