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기업의 한계를 깨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유업체 SK주식회사는 비산유국의 정유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메이저 에너지ㆍ화학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원유를 들여다 정제해 국내에 판매하는 내수기업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SK(주)는 1962년 10월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로(당시 대한석유공사) 울산에 문을 연 이래 SK주식회사로 이름이 바뀐 현재까지 국내 최대ㆍ최고 종합에너지ㆍ화학기업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64년 당시에는 하루 3만5,000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하루 81만배럴의 원유로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의 각종 석유 및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64년 당시 각각 73억원, 56억원이던 자산과 매출은 현재 약 15조원과 약 17조원(2004년 말 기준)으로 성장했다.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SK(주)는 에너지화학 등 핵심사업에의 역량집중과 더불어 해외 유전ㆍ가스전개발 등 에너지사업의 업스트림(Upstream) 분야 강화, 중국진출 등 세계화 추진을 통해 ‘아태지역 에너지ㆍ화학 뉴 메이저’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이 같은 글로벌 성장전략은 98년 취임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최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내수에 국한돼 국내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석유사업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 중심의 해외진출과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왔다. 최회장은 아태지역 에너지ㆍ화학분야의 메이저로 부상함으로써 비산유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포화상태에 있는 내수시장의 굴레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역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서 도약해 글로벌 에너지ㆍ화학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SK(주)는 이 같은 중장기전략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에너지사업의 업스트림 분야인 유전ㆍ가스전개발 등 자원개발분야 강화 △석유ㆍ화학 트레이딩(Trading) 분야에서 아태지역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로서의 입지 구축 △중국시장에서의 거점 확보 및 지속적인 성장 전략지역 진출을 선정하고 중점 추진하고 있다.지난해 총 3억배럴의 보유 매장량 및 1일 지분 원유ㆍ가스 생산량 2만4,000배럴을 기록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이를 2007년까지 각각 5억배럴, 5만배럴로 늘리고, 2010년에는 1일 생산량을 10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0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에너지 자주화 비율(지분생산량/원유도입량) 10%’ 가운데 절반을 SK(주)가 담당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올해 자원개발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자원 개발지역에 대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SK(주)가 핵심자원 개발지역으로 선정한 곳은 △페루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지역 등이다. 이와 함께 석유개발사업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 보강 확대에도 힘써 지난해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사업 관리를 위해 페루 리마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올 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세계 석유산업의 메카인 휴스턴 지사에도 인력을 보강해 현지 네트워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SK(주)는 또 △트레이딩 물량 확대 △해외마케팅 강화 △글로벌 신규 성장축 구축작업을 통해 석유ㆍ화학 트레이딩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의 주롱섬에 건설 예정인 대규모 석유물류기지의 지분 15%를 확보하고 해외 물류 네트워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물류기지는 싱가포르의 주롱섬에 530만배럴(약 84만㎥)의 석유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탱크와 입출하 설비인 부두로 구성될 예정이며, 올 상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6년 7월 상업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특히 올해부터는 직접 광권을 취득해 유망구조 탐사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광권을 보유한 업체로부터 일정지분을 인수해 사업에 참여하는 등 유전ㆍ가스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방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간 확보한 광구의 지분 참여율이 대부분 20% 이내로 미미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이는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해외자원 개발투자는 성공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위험부담이 높은 만큼 무턱대고 지분율을 늘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지분투자 방향을 선회해 20~30% 지분율을 정책적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광구 운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한편 7개 현지법인과 3개 지사를 운영하며 지난해 수출 총액 2조2,000억원을 달성한 중국시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설립한 중국 현지 지주회사인 SK중국투자유한공사를 통해 중국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시장을 ‘아태지역 에너지ㆍ화학 메이저’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중국에서만 5조원의 매출을 올리되, 이중 60% 이상을 현지법인을 통해 올리는 중국진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매출 5조원은 2003년 전체 매출(13조7,889억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 중점 육성분야는 석유, 화학, 윤활유, 아스팔트 4개 사업이다.2004년 경영실적은 이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잘 보여준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45%인 7조9,000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주도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41%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국내 정유ㆍ화학기업 중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최회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내수에 국한돼 국내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석유사업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 중심의 해외진출과 석유개발ㆍ윤활유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내수침체로 인해 국내 석유판매량은 감소했지만 대중국 수출에서는 석유사업이 3배, 화학ㆍ윤활유사업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전체 수출도 2003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올해는 해외 유전ㆍ가스전 등 자원개발사업 강화, 환경 관련 투자, 화학사업설비 증설 등을 위해 지난해보다 74% 증가한 7,500억원을 투자해 변화된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올 1분기의 경우 석유 정제마진의 일시적 하락으로 인해 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었으나 앞으로 안정적인 정제마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화학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 17조4,700억원, 영업이익 1조4,100억원의 올해 경영계획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SK(주)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통한 경영투명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지난해 SK(주)가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낸 것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회장은 지난해 2월 SK(주) 이사회에서 이사를 10명으로 늘리되 이 가운데 7명을 사외이사로 충원한다는 파격적인 안건을 상정해 전격 통과시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최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변화하지 않으면 진화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겠다”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