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질문부터 하나 던져보자.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의 시발점은 언제일까. 1980년대 한국의 나무젓가락 제조업체가 230개에 달했다. 90년대에 들어와 중국에서 들여온 수입산 나무젓가락 1개에 10원이라는 가격이 형성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전부 사라진 상태다. 이것이 오늘의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의 시발점이 아닐까.지난 90년 뉴욕 대형 전자양판점인 위츠(Witz) 매장에서 한국 보급형 전자레인지(0.6ℓ)가 96달러, 일본의 파나소닉 제품이 140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일본제품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국제품은 27달러에 수출되고 있다. 그나마도 모두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들어지는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 제품인 것이다.90년대 중국의 부품가격이 한국에 비해 20~30% 수준일 때는 글로벌소싱으로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품가격 차이가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들여와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는 도저히 경쟁력을 추구할 수 없게 됐다.결국 ‘메이드 아웃 코리아’라는 생산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할 필요가 없게 되고,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해외현지에서 부품조달을 하게 되면서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대신 ‘니어 소싱’(Near Sourc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여기에다 세계적으로 경제블록화에 의한 관세장벽의 돌파를 위해서, 아울러 날로 급증하는 물류비 등의 원인으로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모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중소업체들(협력업체)도 모기업이 진출한 국가로 동반진출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한국은 해외생산의 역사가 짧으므로 현실적으로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의 정착을 위해서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거점생산방식과 3S활동을 강화하라매슬로의 인간의 5대 욕구에 따르면 1단계가 ‘인간의 생리욕구’이며 2단계는 ‘자아의 성취욕구’다. 중국의 경우 1단계인 인간의 생리욕구(의식주)는 근래에 들어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 근로자들의 욕구는 한 단계 높아졌다. 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가령 중국에 노사분규가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노사분규와 같은 사회적 불안이나 경제(환율조정 등)환경이 변할 경우 해결방안은 하나다. 신속히 제3국(태국, 인도, 멕시코 등 현지공장)으로 이동해 생산을 이어가는 것이다. 제품생산만 이동해서는 안된다. 현지에서 부품이 부족할 경우에도 다른 나라 해외공장에서 즉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인 ‘거점생산방식’이다.특히 대기업의 경우 향후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 점이 가장 먼저 극복할 문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 다른 나라의 생산거점(태국)에서 생산하려 할 경우 부품의 규격이 서로 다르면 곤란하다. 즉시 이동해 생산할 수 없을뿐더러 새로운 부품개발에만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문제는 부품의 규격이 서로 다르고 또 종류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에 분산돼 있는 생산거점간 모든 부품이 표준화ㆍ단순화ㆍ공용화(3S)돼야 신속한 이동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를 ‘3S’(Standardization, Simplification, Shareness)라 칭한다.필자가 모 공장에서 거점생산을 위해 부품의 종류를 조사해 보니 제일 흔한 전기코드(Power code)의 경우 87종류였고 어떤 부품은 심지어 1,200종류나 됐다. 이런 부품 구조로는 해외진출이 어려워진다. 상호호환성이 없으므로 거점별로 상호 고립상태로 각각 운영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거점생산방식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돼 개발의 신속도나 원가품질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오늘날 도요타가 고유기술도 세계 최고이지만,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3S’가 완벽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많은 기업이 도요타 간판방식을 적용하려 해도 실패하는 이유는 ‘3S’가 안된 상태에서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의 성공여부는 우선 ‘3S’가 완벽하게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현지 종업원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에 힘써라거점생산을 위한 3S가 잘됐다고 하더라도 현지 근로자의 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해외공장에서의 제품개발과 생산판매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 한국기업의 경우도 대부분 해당 국가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너무 높아 각종 교육이나 지도를 해도 안정화를 이룰 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대체로 해외공장의 월평균 이직률은 중국의 경우 현장근로자가 20~30%, 사무관리직(엔지니어)이 10% 정도이다. 우수한 사무관리직의 이직률은 더욱 심해 30~40%에 이른다. 멕시코는 직장에 대한 윤리가 희박해 중국과 유사하며, 태국은 공장 주변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현장 근로자의 경우 10~20%로 이직률이 약간 낮은 편이다. 인도는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까닭에 10% 미만으로 가장 낮다.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경우 다른 지역 출신이 많아 기숙사와 식당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직률이 50%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생산현장을 안정시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선 현장근로자의 이직과 사무관리직(엔지니어)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사례이다. 우수종업원 90명을 선발해 3차례에 걸쳐 한 달씩 집중교육을 실시했는데 1년 후에 남아 있는 종업원을 조사해 보니 단 1명뿐이었다. 이런 황당한 결과를 놓고 교육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 왈가왈부한 적이 있다.문제는 교육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 후에 회사대표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한 것과 우수종업원만 선발해 교육시킨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교육수료증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우수종업원을 선발해 교육을 하면 이들이 핵심요원(Core Man)이 돼 나머지 인원을 이끌어가나 해외공장에서의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오히려 이직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육훈련 때 필자의 경험으로는 힘들어도 전체를 모아놓고 되풀이해서 실시해야 하며, 교육완료 뒤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수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멕시코의 경우 현장근로자의 임금이 주급 형태로 지급되므로 토요일 주급을 주면 월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토요일이 아닌 월요일 주급을 줘 결근을 막아야 한다.중국의 경우 명절과 같은 장기휴무일 때는 사전유실인원을 예측해 사전에 보충하거나 돌아올 경우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종업원의 퇴직률이 공장의 안정화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결코 안된다.초기 안정화를 위한 지원인원을 확보하라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해외 현지공장의 설립이나 신제품을 생산할 경우 대다수는 긴 안목으로 준비하지 않고 단기계획을 세워 생산을 시작한다. 경험이 전혀 없는 현지 근로자를 데리고 안정을 추구할 시간적 여유 없이 생산활동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잇따라 생긴다. 현장과 건물 외곽에는 부품과 박스 등 작업환경이 무질서해진다. 품질의 초기 안정과 목표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해 할일이 많아지면서 현장의 낭비가 많아진다.이를 수습하기 위해 본국 본사공장에서 많은 엔지니어들(FSE)이 지원을 나와 있다. 초기에는 사무실에 들어가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북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모든 경비 면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에는 해외지원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원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나와 있으면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럴 경우 대다수 기업들은 정예화가 안돼 있어 이 사람 저 사람 마구잡이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사전에 FSE를 분야별로 육성해야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도요타 미국 켄터키공장은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밭 한가운데 공장을 세웠다. 생산을 시작해 보니 공장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고, 부품박스 자체도 정위치 관리가 안되는 등 이른바 5S 자체가 안됐다.원인은 공장을 가동하자마자 관리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하는 북미시장 판매대수에 맞춰 생산규모를 급격히 늘린데다 일본 본사 FSE의 자원인력 부족으로 제때 충분한 인원이 지원되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 최강의 도요타 공장도 초기에는 적정수의 FSE 없이는 안정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안정화가 될 때까지 FSE가 필요하므로 사전에 육성해야 한다.도요타는 해외지원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도장공장의 경우 500명을 지속적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FSE를 사전에 육성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우수작업자를 차출해 지원인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사 공장도 엉망이 되고 있다.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은 회사 전체가 2~3명 핵심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해외로 진출하게 되니 인재를 확보할 시간도 없고, 또한 향후 인재부족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가운데 이것이 ‘레드오션’(Red Ocean)의 탈출기회라고 생각해 서둘러 진출한 것이다.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종업원 50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이 모기업과 협력해 해외로 동반 진출을 했다. 초기에는 모기업의 지원과 지도로 해외진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해외공장의 정상화를 위해 CEO는 핵심요원 2~3명과 함께 해외공장에 장기간 출장을 떠났다. 이러다 보니 안정돼 있던 국내 본사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종전 불량률이 20~30PPM이었던 것이 5~6%로 증가하고 안전사고 등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장과 핵심요원이 빠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사장과 핵심요원이 급히 귀국해 수습하고 나니 해외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해 또다시 해외공장으로 돌아가 수습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또 어떤 중소기업은 중국, 멕시코, 인도 3개국에 진출한 뒤 사장이 비행기 속에서 보낸 시간이 근무시간의 3배가 넘었다. 연말결산을 하니 출장비가 제조원가의 2%가 넘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문제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끝에 결국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 시대에는 항상 해외공장을 지원할 수 있는 FSE를 부문별로 육성해둬야 한다. 그러나 FSE에 너무 의존하면 현지인 관리자의 육성이 안돼 ‘현지화’가 안된다. 현지화 실현 여부는 원가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공장설립을 계획할 때 현지화 시점을 사전에 결정해 둬야 한다.노무관리 국민성부터 파악하라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 사례다. 어느 날 갑자기 중국 공안과 신문기자가 총경리(공장장)실로 들이닥쳤다. 놀라서 물어보니 ‘사실 확인차’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아침 조례를 하기 위해 전체 근로자를 운동장에 모이게 했다. 그런데 현장근로자 한 명이 담배를 물고 늦게 걸어나오는 것이다. 한국인 간부가 이를 보고 담뱃불을 끄라고 지시했다. 종업원은 담배를 하수도에 집어던져 버렸다. 한국인 간부는 주어서 다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중국인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자 땅바닥에 원을 그리고 그 속에서 이탈하지 말고 별도지시가 있을 때까지 반성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한국인 간부가 점심이 지나도록 다른 일에 바빠 깜박 잊었던 것이다. 이에 중국인 근로자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격모독을 했다고 공안에 신고한 것이다. 이 일이 신문에 난 것은 물론이다.이는 중국인의 국민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는 망신을 주는 것은 공산주의시대의 인민재판을 연상하기 때문에 치욕적이라는 것을 몰라서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태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사례이다. 현장에서 한국인 과장이 전체 현장 작업자 앞에서 사과를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현장에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야단을 쳤다는 것이다. 이에 격분해 전체 근로자가 작업을 거부하고 항의를 해서 일어난 촌극이었다. 이 또한 태국인에게 많은 사람 앞에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야단을 치는 것은 치명적인 욕이므로 참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해 일어난 일이었다. 해외근무자는 현지의 관습을 사전에 잘 이해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이 같은 사소한 문제점들이 ‘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를 추진하는 데 수없이 되풀이될 것이다.‘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5년간 4,100여개 크고 작은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도 알고 보면 혁신활동 속에 들어간다. 현지에서의 생존방법은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도 아니고 단순한 방법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활동이다.국가가 다르다고 예외는 아니다. 도요타는 50년이 넘도록 꾸준하고 지속적인 제안, 분임소 활동으로 오늘을 이룬 것이며 캐논은 단순개선에서 특허로 이어지는 것이 연 3,000건이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유행하는 많은 경영기법에 현혹되지 말고 단순한 방법에 의한 끊임없는 개선활동만이 현지에서의 유일한 생존방법이다.‘메이드 아웃사이드 코리아’가 성공해 다시 국내로 ‘U턴’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돼 청년층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