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00만명씩 휴대전화 소지자가 늘어나는 나라, 한반도 15배의 땅덩어리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나라, 10억8,000만명으로 세계 인구 17%를 차지하는 나라. 이곳은 바로 남부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다.브릭스(BRICs)의 한 축으로 인도가 부상하면서 한국기업의 진출도 급증하고 있다.한국기업이 인도에서 닻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먼저 1991년 인도의 ‘경제개방’을 들 수 있다. 91년 외환위기를 맞은 인도는 46억달러의 IMF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경제를 개방했다. 그 뒤로 외국인 직접투자액 규모는 91년 35억루피(약 1억1,150만달러)에서 매년 두 배 이상 증가, 97년에는 1,204루피(약 33억9,400만달러)로 6년 만에 34배나 뛰어올랐다. 인도의 2004년 외환보유고도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렇듯 세계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도에 놀랍게도 한국상품 붐이 일고 있다. 코리아 바람을 일으킨 핵심 기업은 바로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삼성전자 등이다. 한국과 인도간의 비즈니스를 컨설팅해 주는 ‘코리안 솔루션스’(Korean Solutions)의 바누 프르탑(Bhanu Pratap) 사장은 “현대의 ‘상트로’ 자동차, LG의 에어컨, 삼성의 컬러TV는 인도인들 사이에 널리 보급됐다”며 “길을 걸으면서도 한국기업의 옥외광고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TV를 틀어도 한국기업의 CF광고를 늘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상트로’라는 자동차로 인도 소비자를 파고든 현대차는 지난 98년부터 인도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Chennai)에 위치한 현대차의 인도공장은 65만평으로 총 9,000억원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다. 양승석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장은 “현대차 인도공장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공장 등 연산 25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공장에서는 현재 ‘상트로’(한국명 비스토), ‘겟츠’(클릭), ‘엑센트’(베르나), ‘엘란트라’(아반떼XD), ‘쏘나타’ 등 5가지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투산’과 ‘테라칸’은 완제품으로 들여오고 있어 판매하는 차종은 7개에 이른다.인도에 진출한 현대차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인도공장 양산체제를 갖춘 지 19개월 만인 2000년 4월에는 생산누계 10만대를 돌파했고, 2003년 12월에는 생산누계 50만대를 넘어섰다. 인도 현지 자동차회사인 ‘타타’(Tata)와 일본 스즈키와 합작한 ‘마루티’(Maruti) 등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할 정도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 셈이다. 현대차를 판매하는 딜러망 또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장원신 현대차 인도법인 판매부장은 “인도 내에 146개의 판매딜러점, 2,500명의 딜러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180개의 딜러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현대차가 단기간에 인도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양승석 인도법인장은 “인도시장의 자동차 구매층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인도 내 다른 외국 자동차기업들은 외국에서는 이미 구모델이 돼 버린 차종을 인도시장에 투입했다. 반면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 맞는 모델로 개조해 판매하는 노력까지 보였다. 머리에 터번을 쓰는 인도 시크교 신자를 위해 차체의 천장을 높이기도 했다. 또 클랙슨을 자주 울리는 인도의 교통여건을 감안, 클랙슨을 핸들 곳곳에 부착했다. 현대차 인도법인 공장장을 맡고 있는 송현섭 상무는 “인도에서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리는 국민 영화배우 ‘샤루칸’을 98년부터 상트로의 광고모델로 기용했다”며 “샤루칸과 함께 6편의 시리즈로 제작한 상트로의 런칭 광고는 대히트를 쳤다”고 전했다.현대차는 지난해 22만여대의 생산 차량 가운데 8만대는 인도 밖 유럽지역으로 수출까지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인도법인은 ‘수익성 확보가 힘든 소형차를 인건비 낮은 인도법인에서 생산한다’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인도공장을 유럽 및 제3국가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 인도공장의 여유부지에 지난 4월부터 제2공장 건립 공사를 시작, 2007년부터는 인도법인에서 연 40만대를 차량을 생산할 전망이다.한국상품 붐을 일으킨 또 다른 기업인 LG전자는 97년 인도의 수도 델리의 근교인 ‘그레이터 노이다’(Greater Noida)지역에 공장을 세웠다. LG전자는 그 뒤 8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낳았다.약 100만 독자를 갖고 있는 인도의 유력 일간지인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최근 ‘LG, 세탁기ㆍ컬러TV 시장 이끈다’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GfK의 지난해 시장점유율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 GfK의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LG전자는 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 각종 가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컬러TV 시장점유율은 25.1%, 냉장고 28.7%, 전자레인지 41.4%, 세탁기 35.1%로 이 분야에서는 모두 1위에 올랐다. 이는 인도기업인 오니다(Onida)와 미국기업 월풀 등을 꺾은 결과다.LG전자의 가전제품이 인도인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이유는 뭘까. 김광로 LG전자 인도법인장은 ‘인도문화에 맞는 제품의 현지화’를 이유로 들었다. 김법인장은 “컬러TV의 경우 사운드에 민감한 인도인의 특성에 따라 소리를 2,000W까지 강화했다”며 “또 지역별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므로 현재 사용되는 10개 언어를 TV에 입력해 각 지역별로 해당지역의 말이 자막으로 뜨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인도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인 크리켓게임을 현지화 전략에 이용했다. 크리켓게임 기능을 TV에 추가해 출시했고, 세계 크리켓 월드컵을 후원하며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LG전자는 이 같은 인도법인의 성공에 힘입어 인도를 중국에 이어 제2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 남서부 푸네(Pune)에서 제2공장 준공식을 가지며 2010년까지 10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도 내수에 만족하지 않고 판매영역을 확장해 수출비중을 올해 10%, 2010년까지 30%로 늘리겠다는 포부다.LG전자와 함께 인도 가전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95년 일찌감치 인도공장 문을 열었다. 델리 근교 그레이터노이다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은 97년 컬러TV를 처음 생산하기 시작, 2002년부터는 에어컨과 세탁기를 생산했다. 생산설비 외에도 2000년에는 R&D센터를, 2002년에는 스프트웨어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미래의 시장, 인도로 발길을 옮기는 기업은 점점 늘어 지난 6월22일 포스코는 또 하나의 ‘철강신화’를 만들어낼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날 포스코는 인도 오리사주 주도인 부바네스와르에서 오리사 주정부와 총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및 광산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포스코가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투자할 돈은 무려 12조원. 철강업체가 자국이 아닌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것은 세계 철강업계 역사상 처음이기도 하다.이렇듯 한국기업들은 인도인 가슴 속에 한국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사실 한국이 인도에 수출한 금액 자체는 2003년 28억5,000만달러로 인도 수입시장 점유율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에 공장을 세운 현대차와 LG, 삼성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을 합치면 30억달러가 되지만, 이 역시 광활한 인도의 시장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비중이다.이중선 KOTRA 첸나이 무역관 관장은 “그동안 주요 수출품목이던 기계, 부품, 소재 등에서 다변화해 소비재제품 수출에도 주력해야 할 때가 왔다”며 “문구와 완구, 주방용품, 생활용품, 미용용품, 소형 가전제품 등 중소기업형 상품도 인도시장을 적극 두드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