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ㆍ코오롱웰케어 W스토어ㆍGS왓슨스 대표적

직장인이자 주부인 신지현씨(31)는 퇴근길에 ‘올리브영’ 서울 무교점을 들르곤 한다. 널찍한 90평 매장 곳곳에는 칫솔, 치약 같은 생활용품부터 비타민 등의 건강식품, 화장품, 과자, 음료수가 진열돼 있다. 또 매장 한쪽에는 ‘약국’까지 들어서 있다. 신씨는 “집 인근 동네 약국은 일찍 문을 닫아서 필요한 약은 회사 앞 올리브영에서 구입한다”며 “약과 함께 화장품이나 비타민을 사기도 하고 지나가는 길에 들러 음료수를 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신씨가 애용하는 ‘올리브영’의 정체는 무엇일까. 편의점도 슈퍼마켓도 아니다. 그렇다고 화장품전문점이나 약국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23개의 매장을 갖춘 ‘올리브영’은 바로 ‘한국형 드러그스토어(Drugstore)’다. CJ와 홍콩의 유통기업 데어리팜(Dairy Farm)이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CJ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비상하다. ‘드러그스토어’를 국내 유통을 이끄는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에 이어 제4의 신종 유통채널로 여기는 대기업들이 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했다. 선두주자인 CJ의 뒤를 이어 지난해 코오롱이, 올 들어서는 GS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CJ올리브영의 경우를 살펴보면 99년 1호점을 낸 뒤 2~3년간 드러그스토어 시장을 테스트해 왔다. CJ의 경영이념인 ‘온리원’(Only One) 정책의 일환으로 새 시장인 ‘블루오션’을 찾아나섰던 것. 2002년 점포를 5개까지 늘린 CJ올리브영은 이 시장이 ‘될 시장’이라고 판단, 홍콩 데어리팜을 합작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CJ올리브영의 한 관계자는 “2002년 당시 유통소매점 경험이 없던 CJ는 ‘매닝스(Mannings)’라는 홍콩 최대의 드러그스토어를 가진 데어리팜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2002년 합작 이후 올리브영은 2003년에 7개 점포를, 지난해에는 8개 점포를 새롭게 선보였다. 올해는 15개의 점포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고, 향후 10년 내 200개의 점포를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식품위주(Food Retailer)인 슈퍼, 할인점, 일반편의점과는 달리 화장품, 샴푸 등 뷰티케어 상품군이 전체 60%를 차지하고 있는 비식품(Non-food Retailer) 점포라는 점도 특징이다.사실 CJ올리브영은 ‘드러그스토어’라는 말 대신 ‘H&B 스토어’(Health & Beauty Store)라는 용어로 올리브영의 업태를 표현한다. ‘드러그스토어’로 업태를 지칭하면 상품군이 약에 편중됐다는 느낌을 소비자에게 주기 때문이다.‘H&B 스토어’(Health & Beauty Store)라는 말이 ‘드러그스토어’보다 더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홍콩에서는 보편화된 말이다. CJ올리브영과 합작한 홍콩 데어리팜의 매닝스 또한 드러그스토어 대신 ‘H&B 스토어’로 자사의 업태를 홍보한다. 홍콩 또한 국내처럼 뷰티제품의 매출액 비중이 커서 30~40%가 화장품이다.‘드러그스토어’와 ‘H&B 스토어’는 업태는 같고 이름만 다른 쌍둥이인 셈이다. 해외 각 기업은 ‘드러그스토어’ 또는 ‘H&B 스토어’로 자국의 현황에 맞게 이름을 붙인다. ‘H&B 스토어’라는 이름을 붙인 홍콩 매닝스의 경우 900만 인구의 홍콩에 지난해 말 기준 219개 매장을 갖고 있다. 한편 매닝스의 경쟁상대인 홍콩 왓슨스는 130~140개의 점포를 보유, 홍콩 드러그스토어를 매닝스와 양분하고 있다.홍콩에 거주하며 회계법인 ‘어니스트&영’에 근무하는 홍콩인 릴리 록(27)은 “매닝스와 왓슨스를 동네 슈퍼마켓 가듯 편하게 들른다”면서 “주로 화장품을 산다”고 말했다. 록은 이어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H&B 스토어’의 이용고객 연령층은 다양한 편”이라고 덧붙였다.반면 미국과 일본은 ‘드러그스토어’라는 용어를 쓴다. 매출액 중 약의 비중이 홍콩에 비해 높아서다. 미국 ‘월그린’과 일본 ‘마쓰모토 기요시’가 각국의 드러그스토어 시장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업체다.CJ올리브영에 이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은 지난해 1월 ‘코오롱웰케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이어 그해 5월 ‘W스토어’라는 드러그스토어 1호점을 서울 돈암동에 열며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미용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W스토어는 일명 ‘HBL’(Health, Beauty, Living)이라는 말을 붙여 판매제품의 컨셉을 암시한다.1호점 성신여대점 개점 이후 W스토어는 논현점, 수원신영통점, 부천로담코점, 분당성남점, 일산주엽점, 안산중앙점, 목동제일점의 문을 차례로 열며 수도권 위주의 판매전략을 고수하고 있다.W스토어가 CJ, GS와 차별화하며 펼치는 운영전략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위주의 정책이다.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는 직영점으로 본사에서 직접 관리한다. 반면 코오롱의 W스토어는 가맹점주를 모집하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W스토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타사와 달리 약국의 비중을 크게 잡고 있다. 약국 중심의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은 23개 매장 가운데 6개 매장에만 약국을 입점시킨 반면, W스토어는 8개 모든 매장에 약국을 들였다. 또 약국을 매장 안쪽이 아닌 전면에 배치해 ‘약국’ 기능을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부터 아예 중ㆍ대형 약국을 가맹점주로 삼기도 한다. ‘약사 가맹점주’라는 차별화 전략을 선보인 것. 코오롱웰케어는 올해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30여개의 약국을 대상으로 W스토어 가맹을 유도할 계획이다.GS왓슨스는 GS리테일(옛 LG유통)이 올 초 홍콩의 왓슨스와 지분 50대50으로 만든 합작법인이다. 홍콩 허치슨 왐포아그룹의 소매그룹인 A. S. 왓슨과 공동출자해 설립한 ‘GS왓슨스’를 지난 3월 서울 홍대 부근에 처음 선보였다.A. S. 왓슨은 전세계 21개국 910여개 도시에 4,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왓슨스’는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마카오,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10여개국에서 98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GS왓슨스 홍대점은 60평 규모로 화장품, 스킨케어, 헤어용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7,000여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젊은 여성고객이 타깃인 왓슨스는 홍콩 허치슨 왐포아그룹의 해외시장 경험을 십분 활용할 작정이다. 해외시장에서 검증받은 상품을 집중 소개하겠다는 전략이다.홍대점 오픈 이후 매년 10여개씩 출점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예정인 왓슨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서울 명동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GS리테일측은 “2호점은 명동 엘칸토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고 밝혔다.명동의 한복판인 엘칸토 부지의 자릿세는 얼마일까. 최고가 땅값 1번지 명동답게 물론 만만치 않다. 업계에는 이 부지의 보증금이 50억원을 호가하고 임대료도 1억원이 훌쩍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GS왓슨스 명동점의 추이를 잔뜩 긴장하고 지켜 볼 수밖에 없다.GS리테일은 GS왓슨스에 앞서 잘 알려진 것처럼 편의점 GS25, 할인점 GS마트와 슈퍼마켓 GS수퍼마켓, 백화점 GS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GS왓슨스를 통해 드러그스토어에도 진출, 종합유통업체로 지위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국내 드러그스토어는 진정 제4의 유통업태로 떠오를까.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국내 유통업계가 그동안 해외 유통소매점의 변천사를 밟아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일본체인드러그스토어협회’(JACD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내 드러그스토어는 2003년 말 3조8,000엔의 매출과 전국 매장수 1만5,000여개를 자랑했다. 2002년 대비 12.3%의 성장률을 보이며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것. 일본체인드러그스토어협회는 일본의 드러그스토어가 올해는 5조엔, 2010년에는 10조엔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국의 드러그스토어 시장 또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US체인 드러그스토어’는 미국 드러그스토어가 2003년 6.25% 성장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6.6%의 성장률을 보이며 1,6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업계의 관계자 가운데에는 드러그스토어가 국민소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일본, 홍콩의 경우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드러그스토어가 처음 생겨나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에는 편의점의 5분의 1에서 4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점차 발전했다는 것. 편의점 3개당 드러그스토어가 1개꼴로 들어서 있다는 얘기다.일본의 경우에도 실제로 최근 편의점이 5만개를 정점으로 포화상태를 맞고 있으며 신유통 업태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 편의점수는 1만여개이며 1만5,000개에 이르면 편의점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0~15년 후 편의점이 과포화되면 한국형 드러그스토어가 적어도 3,000개, 많으면 5,000개까지 생겨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개 점포당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3,000개 드러그스토어 시대에는 3조원, 5,000개 시대에는 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INTERVIEW 최우석 CJ올리브영 경영지원팀장‘경쟁보다 시장 키우는 데 앞장설 것’최우석 CJ올리브영 경영지원팀장(39)은 ‘올리브영’만 보면 자식농사 잘 지은 것처럼 흐뭇해진다. CJ에 입사해 90년대 후반 신규사업팀에 합류한 최팀장은 그때부터 줄곧 유통분야만 개척해 왔다.“‘올리브영’이라는 이름은 ‘식물성, 자연주의’ 느낌의 ‘올리브’와 ‘영’을 합성해 만들었습니다. ‘All live young with Oliveyoung’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죠.” 타깃고객은 20~30대 여성이다. 직장여성과 젊은 주부, 여대생이 전체 고객 가운데 70~80%다. 한국의 드러그스토어가 초창기인 만큼 새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젊은 여성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네 번째 타깃은 남성으로 특히 20대 젊은층입니다. 남성고객은 10~15% 정도로 이들은 주로 음료와 과자, 헤어젤 등의 뷰티용품을 삽니다. 올리브영 안암점의 단골 중에는 고려대 축구부 선수들도 있다고 하네요.”올리브영은 주 고객층이 많은 도심과 대학가 입지를 택했다. 초창기 고객이 결혼해 직장인, 주부가 되면서 고객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확대돼 주택가로도 파고들 계획이다. “실제로 이화여대점을 애용하던 이화여대 1학년 학생이 직장인이 돼 선릉점을 이용하더군요.” 경쟁사의 드러그스토어 시장 진출은 어떻게 바라볼까. 올리브영 홍대점의 경우 GS왓슨스 1호점과 인접해 있다. “놀랍게도 홍대점은 GS왓슨스가 들어선 후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현재로서는 경쟁 자체보다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게 급선무입니다.”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 정도. 이 가운데 이화여대점은 효자 점포로 하루 매출이 800만~1,000만원을 오르내린다. 드러그스토어는 파는 제품의 성격상 무한경쟁을 펼친다. 흔히 ‘화장품가게’로 불리는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을 파는 ‘화장품전문점’도 경쟁상대이며 약국과 편의점, 동네 슈퍼마켓도 모두 경쟁자다. “건강과 미용제품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가 관건입니다. ”고객의 심리분석을 해보니 적잖은 고객이 기존 화장품전문점에서의 ‘강압적인 종업원 자세’ ‘다양하지 않은 상품’ ‘벽장에 진열돼 만져볼 수 없는 제품’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올리브영 화장품의 경우 고객 니즈를 반영해 매장에서 마음 편히 직접 발라보고 테스트해 보며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카운슬러보다 더 많은 화장품 지식을 갖춘 고객도 최근 들어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카운슬러는 고객이 물어보면 조언해 주는 역할 정도를 맡게 했습니다.”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가격경쟁력에도 부쩍 신경을 쓴다. “소규모 화장품전문점은 월 100만원 단위의 제품을 구입하겠지만 올리브영의 경우 태평양 화장품만 월 2억원 매입합니다. 규모의 경제로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최팀장의 목표는 ‘전국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미용·건강 제품을 편리한 입지에서 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