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김상헌 취재팀장약력 : 1936년생. 57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67년 미국 뉴욕대학 정치학 박사. 67~88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90년 대통령 비서실장. 91년 제22대 국무총리. 제14대 국회의원. 2002년 9월 서울디지털대 총장(현) △저서: <시민 민주주의> <사상과 실천> 등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열풍이 거세다. 최근에는 직장인(Salaryman)과 학생(Student)의 조합어인 ‘샐러던트’(Saladent)라는 신조어가 자리잡았을 정도다.막연한 미래에 불안해하면서도, 막상 직장 실무에 필요한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학원이나 독서를 통해서는 실무지식을 체계적으로 얻기 힘들어 대학원을 꿈꾸는 직장인도 늘어간다. 하지만 상당수는 오프라인 교육기관에 다니기에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다 학비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위를 받는 ‘사이버대학’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17개의 사이버대학이 존재한다.사이버대학 가운데 2001년 설립된 서울디지털대학은 재학생 규모와 등록률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서울대 교수와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2002년 취임한 노재봉 총장(68)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입시철이라 하루해가 짧다는 노총장은 “방송통신대학은 기존 정규 교육체제를 보조했지만 온라인교육기관은 그 자체로서 독립된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기존 오프라인대학은 ‘재래교육기관’”이라며 “사이버대학은 시공의 한계가 없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교육시스템”이라고 힘줘 말했다.서울디지털대학에는 어떻게 입학합니까.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로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등록금은 한 학기 100만원 안팎으로 사이버대학 중에서도 저렴한 편입니다. 17개 학부 24개 전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인문사회계열은 e-경영학부와 부동산, 어문학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ITㆍ문화예술 계열에는 멀티미디어와 디지털영상, 영화, 문예창작, 엔터테인먼트 경영이, 휴먼서비스 계열에는 사회복지와 상담심리, 교육학부 등이 있습니다.최고의 등록률을 보이는데 비결은 무엇인지요.올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다른 사이버대학의 4년간 등록률 평균이 43.9%인 데 반해 서울디지털대학교는 92.2%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같이 서울디지털대학교가 4년 연속 재학생규모, 등록률에서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기업경영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는 기존 오프라인 대학과는 달리 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학생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고객인 학생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오프라인 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 등과 비교해 사이버대학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서울디지털대의 학생은 출석수업 없이 인터넷으로 총 140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실무중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사이버대학이 오히려 오프라인 4년제 대학에 콘텐츠를 기획,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오프라인상의 50개 4년제 대학, 11개의 2년제 대학과 학점 교류도 하며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고 있습니다.서울디지털대학의 학생 현황이 궁금합니다.현재 재학생 8,000여명 가운데 80%가 5,812개 기업에서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는 직장인입니다. 올해 이미 조기졸업자 114명이 학위를 땄고, 내년에는 정규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그동안 8,000여명이던 재학생은 내년 1만명을 넘어서게 됩니다. 서울디지털대학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2005학년도 입학정원을 지난해 2,400명에서 3,000명으로 증원하게 된 겁니다. 정원을 증원하기 위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원격대학 학생정원조정 계획안’에 따라 교원과 시설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2004학년도 등록률이 80%를 넘어야 합니다. 이번에 입학정원을 늘린 대학은 1,000명에서 1,300명이 되는 사이버외대와 서울디지털대뿐입니다. 2001년 800명으로 시작한 서울디지털대는 이로써 재학생 1만명이 넘는 온라인대학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직장인이 대다수인 학생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교과과정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까.특히 2005년부터는 재학생들이 각 직업분야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더욱더 실무위주로 재편합니다. ‘신사숙녀’ 교육인 교양교육보다 실무에 치중하도록 대학 공통과정과 전공 심화과정을 분리했습니다. 또 전공과정 중에서도 전공의 기초를 확립하는 전공선택(Core Course)을 지정, 해당 전공자는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사실 사이버대학교이기 때문에 혼자 외롭게 공부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걱정은 기우일 뿐입니다. 서울디지털대학교는 학부별로 학습조교를 둬 출결사항과 과제 등을 관리하고 수시로 학생들에게 전화해 낙오되지 않도록 지원합니다. 지난 9월부터는 다음과 네이버, 싸이월드에 온라인 제2캠퍼스를 세우고 바쁜 현대인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싸이월드에서 학교사랑 말풍선 달기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최근 사이버대학들이 급증했습니다. 다른 대학과의 차별요소는 무엇인가요.사이버대학의 목적은 순수학문탐구 자체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버대학은 오프라인대학과 같은 교육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디지털대학은 학생의 80%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더욱더 실무중심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학위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적인 바탕이 탄탄한 업계 실무자를 교수로 임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명의 교수가 아닌 실무전문가, 과목담당교수, 유관분야 겸임교수가 함께 강의하는 팀티칭(Team Teaching) 제도로 운영합니다. 학생이 질문하는 내용을 교수가 24시간 안에 답변하도록 하며 교수가 학생의 실무지식 향상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교수진 중 실무전문가는 어떤 분들입니까.2005년부터 ITㆍ문화예술계열이 강화되면서 영화 <주홍글씨>의 변혁 감독, KBS 최승돈 아나운서, 개그콘서트 장덕균 작가 등을 교수진으로 영입했습니다. 이로써 서울디지털대학교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분야에서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성, 영상제작, 마케팅까지 전영역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학부별 공동작업도 가능해 국내 문화산업에 본격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커리어센터에도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재학생 중 대다수인 직장인의 이직과 재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지난해 커리어센터를 열었습니다. 다른 사이버대학처럼 취업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 극복을 위해 일대일 맞춤상담을 합니다. 각 분야 전문 헤드헌터가 상담을 하며 학생의 경력관리를 담당합니다.해외대학과의 교류가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e-캠퍼스를 개교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명문 베이징대학과 공동 학위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앞으로는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디지털교육의 중심부에 설 수 있도록 ‘아시아 교육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또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전세계 21개국의 학생이 서울디지털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21개국에서 온라인으로 서울디지털대학교에 등록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인프라로 재학생이 직장업무로 해외출장을 가도 현지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향후 비전은 어떻게 세워놓고 있습니까.내년 사이버대학 최초로 재학생 1만명 시대를 열게 됩니다. 또한 2~3년 내로 대학원 개설과 함께 고급교육과정을 만들어 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이밖에 이미 구축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전세계 21개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디지털대학 연합사이트를 만들 생각입니다.마지막으로 총장님의 교육철학이 궁금합니다.우리나라는 유교전통 때문인지 기초학문분야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대학 학위를 따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에 진학하지만, 백화점식 교육에 졸업 후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초학문분야는 제대로 공부할 뜻이 있는 소수가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대다수의 학생은 실용적인 실무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교육흐름이라는 물이 과거와는 다르게 흐르도록 골을 다시 파 줘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