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장기채 금리 상승에도 달러화 약세 흐름...비트코인이 달러 대체재로 부각 중
[머니 인사이트] 최근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 장기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물(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통상 기준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미 단기 금리의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경기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민감한 장기물(10년물) 금리가 최근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물 금리 상승은 상품 가격 반등, 백신 보급 및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저 효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장기물 금리가 상승하며 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상승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될 수 있어 주식 시장에는 할인율 상승으로 연결돼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한편 장기물을 중심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장단기 금리 차는 아직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위험 자산 선호 현상 계속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통화 정책 의존도가 높은 단기 금리와 달리 장기 금리는 경기 기대와 인플레이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3년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단기 금리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백신 보급으로 미 경기가 반등하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부양책 등으로 미 재정 지출이 확대되며 국채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장기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미 장기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번 겨울 이상 기온으로 북반구 겨울이 유독 추웠고 그로 인해 난방유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Fed를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정책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기록 중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위험 자산 선호가 높아지며 나스닥 등 성장주와 함께 신흥국 주식 시장이 강세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 약세로 비트코인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비트코인 한 단위당 가격을 5만 달러로 가정하면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은 1조 달러 규모다. 지난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는데 현재 테슬라의 비트코인 가치는 26억 달러에 육박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업체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에 투자한 상장사·비상장사·상장지수펀드(ETF)의 비트코인 투자 비율은 약 6%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ETF의 비율이 약 4%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 피델리티와 그레이스케일 등 주요 은행권과 투자운용 등 금융권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와 관련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미 장기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쉬어 가는 흐름이다. 반면 금리 상승에 따른 나스닥 조정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지속됐다. 한편 최근 비트코인 가격도 조정을 보였는데 이는 금리의 영향보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을 투기적 자산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결국 금리 상승으로 나스닥 시장은 조정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쉬어 가던 코스피 3월부터 반등 성공 전망
한편 장기물 상승으로 미 정부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미 재정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미 장기물 금리 레벨을 분석해 봤다. 만일 미 장기채 금리가 미 재무 부담 이상으로 상승하면 Fed는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무자들에게 이자 부담이 확대된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재정 정책을 통해 가계 부채가 정부 부채로 이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 금리 상승은 미 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가계와 기업은 코로나19 대응 정책으로 오히려 이자 부담이 경감됐다. 미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금리(1.91%)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도 크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대비 채권 금리가 낮아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완화된 상황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미국의 재정 부담을 분석해 보면 지난 2분기 미 정부의 이자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 미국 신용 등급 강등 시점(2011~2012년) 수준에 도달하며 금리 상승에 재정 리스크가 부각됐다. 하지만 이후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며 미 재정은 국채 금리 상승을 더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순이자 비용과 국채 금리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미국채 10년 금리 상단을 추정해 볼 때 2021년 말까지 1.90~2.00% 수준까지도 감내할 수 있어 보인다. 따라서 금리 상승으로 당장 Fed가 행동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의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에 추가해 유가 급등 등에 따른 공급 측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비용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의 가파른 반등은 Fed의 경기 회복 시나리오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Fed가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백신 접종으로 과도한 장기 금리 상승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드 커브 컨트롤과 같은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미 장기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구두 개입을 시작으로 장기물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기저 효과에서 기인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하지만 기저 효과가 사라진 이후 인플레 압력이 약해지자 금리는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공급 제한과 기저 효과로 인해 급등한 유가가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저 효과 이후를 고려할 때 금융 위기 이후와 같이 장기채 금리가 하락 안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의 가파른 반등이 기저 효과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이는 Fed의 경기 회복 시나리오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Fed는 어떤 방법으로든(구두 개입 및 채권 매입 확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Fed의 유동성 기대가 유효하다고 판단되고 이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나스닥 시장의 조정에도 비트코인이 강세를 기록하는 것은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달러의 대체재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저 효과 이후에도 미 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면 Fed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Fed의 유동성 기대는 달러화의 약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달러화의 약세는 신흥국 증시와 한국 주식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과거 달러화 약세 구간에 신흥국 증시와 유가증권시장은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한편 2월 이후 한국과 신흥국 증시가 미국과 선진국 시장 대비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이익 모멘텀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이후 주요국 증시의 이익 전망과 비교해 한국의 이익 모멘텀이 가장 양호했다. 2020년 주요국 지수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코스닥·나스닥·코스피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 주식 시장이 글로벌 증시 대비 크게 아웃퍼폼할 수 있었던 점은 한국 증시의 이익 전망이 가장 양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연초 이후 주요국 이익 모멘텀을 비교하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한국과 신흥국의 이익 모멘텀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들어 미국 이익 모멘텀의 상대적 강세가 신흥국과 한국 증시의 상대적 약세로 연결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수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코스피 이익 모멘텀이 재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는 동행하는 흐름이지만 최근 미 장기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강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쉬어 가던 코스피도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과 달러화 약세 기대로 3월부터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