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증시가 위축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익성, 안정성, 환금성 3박자를 두루 갖춘 재테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금, 원유,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실물자산투자펀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최근 등장한 선박투자펀드의 인기가 만만찮다. 배당률이 연 6.5%로 은행이자보다 월등한데다 투자액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선박투자펀드인 ‘동북아 1호 선박투자회사’를 선보인 한국선박운용은 올 8월 두 번째 펀드인 ‘동북아 2호 선박투자회사’를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낯선 상품임에도 ‘동북아 1호’가 8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반응이 좋아 ‘동북아 2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김연신 사장(52)은 밝혔다.“세계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한 선박은 필요한 양의 15%에 불과합니다. 외국 선박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국내 해운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펀드를 조성해 선박을 구입한 후 이 배를 해운사에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한국선박운용 역시 당분간 ‘순항’할 것이 분명합니다.”김사장은 도전을 중요시한다. 익숙한 일에 만족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통해 인정받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 최근에는 아침운동으로 유도를 시작했다. 워낙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주위의 만류가 많았지만 나이 탓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생각에서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교보문고의 임원이라는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국내에 전례가 없는 선박운용사의 CEO를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의 결정이었다.지난 4월에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인 문학과 지성사에서 <시인, 시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94년에 <문학과 사회>에 <시를 쓰기 위하여>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벌써 세 번째 내놓은 시집이다. 사실 김사장은 고등학교 시절 전국 규모의 백일장에서 수차례 장원을 차지한 문재(文才)였다.“그동안 써놓은 시를 들고 무작정 출판사를 찾아갔습니다. 등단도 하지 않은 사람이 시집을 내달라고 하니 출판사측에서 난감해하더군요.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시도도 하지 않은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결국 등단부터 하고 첫 시집은 2년 후에나 내놓았지요.”문단의 주목을 받는 중견시인답게 김사장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영스타일을 고집한다. 사장은 큰 방향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식이다. 결제도 대부분 사후에 한다. 경기장 밖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스포츠 감독처럼 CEO의 역할은 직원들이 스스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 문학수업으로 쌓은 관찰력과 감수성이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투자회사의 경쟁력은 전적으로 맨파워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선박운용의 직원들은 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입니다. 굳이 사장이 나서지 않아도 최대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흑자를 기대할 정도죠.”한국선박운용은 연내에 동북아 3, 4, 5호를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해외자금도 유치할 계획이다.“올해는 사업을 소개하는 차원 정도지만 해외자금을 유치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가 10년 후에는 해운회사만 상대하는 전문은행으로 발전시킬 방침입니다.”약력1952년 부산 출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보스턴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대우중공업 선박영업담당 이사. 대우전자 국제금융담당 이사. 에넥스 영업담당 상무. 교보문고 영업본부장. △시집: <시를 쓰기 위하여> <시의 바깥에서> <시인, 시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