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곡의 음악파일이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농담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50여곡을 담을 수 있는 256MB급의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한 MP3플레이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애플컴퓨터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MP3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그 비결은 사이즈가 작은 대신 저장용량이 적은 플래시메모리를 빼고 10~40GB급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장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보통 음악 CD 1장에 16곡이 담겨 있다. 40GB급 HDD를 쓰면 MP3파일을 무려 1만개까지 담을 수 있어 음악 CD 600장에 달하는 분량을 한꺼번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골라들을 수 있다. 또 음악파일을 PC에서 MP3플레이어로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USB2.0 등을 채택하고 있어 종전보다 12배나 빨라졌다.국내에도 HDD를 장착한 MP3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이포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애플컴퓨터코리아를 비롯, 레인콤, 거원시스템, 삼성전자 등이 국내에 HDD MP3플레이어를 줄줄이 출시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특히 거원시스템과 레인콤은 ‘올해 HDD MP3플레이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기존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MP3플레이어와 함께 양대 제품군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는 않지만 HDD형이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동영상 플레이어로 넘어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도권 다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실제로 HDD형이 올해 전세계 MP3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 비해 국내시장 규모는 현재 5% 이하다. 이제 막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애플의 뉴 아이포드 ‘파격적 디자인’아이포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1년으로 올해로 벌써 4년째이다. 특히 애플컴퓨터답게 파격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백색의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1.57cm의 가는 허리, 단단한 몸체 등이 인상적이다. 몸체를 잡으면 한손에 쏙 들어오는 HDD 사이즈는 1.8인치급을 장착하고 있다. 애플은 올 가을에는 1인치 HDD를 장착한 미니 아이포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뉴 아이포드는 직관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만큼 조작이 쉽다. 특히 버튼을 4개만 부착한데다 터치휠을 사용하면 나름대로 손맛도 느낄 수 있다. 터치휠은 아주 가느다란 원형 키로 사용자가 살짝만 만져도 원하는 기능을 선택할 수 있어 조작의 즐거움을 준다. 전면에는 2인치의 그레이 액정 디스플레이가 있어 원하는 노래나 기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백라이트 시스템과 조명 버튼 기능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작동이 용이하다. 또한 사용자가 20개의 음장모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원하는 노래만을 모아서 감상할 수도 있다.음원을 구하는 방법도 쉽다. 애플컴퓨터가 제공하는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 ‘아이튠즈’에 접속, 99센트를 내고 노래 한 곡을 클릭하면 바로 MP3에 내려받을 수 있다. 또 알람기능, 일정관리, 주소록 등을 PC와 연동해 쓸 수 있는 간단한 개인정보관리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저장용량은 10ㆍ20ㆍ30GB급을 각각 지원하며 재생시간은 8시간 정도다. 단점은 FM라디오, FM녹음, 음성녹음 등의 기능이 제공되지 않고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것이다.레인콤(아이리버)iHP-140 ‘한국형 다기능’레인콤은 국내업체 중 처음으로 HDD형을 지난해 하반기에 선보였으며, 이후 꾸준히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제품은 지난 1월 선보인 iHP-140모델로, 종전에 나온 10ㆍ20G급에 이어 40GB급을 처음으로 지원해 저장용량이 가장 크다.저장용량이 큰 만큼 파일 찾는 것도 일. 이 같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 제품은 총 2,000개의 폴더와 9,999개의 파일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고안됐다.음향은 SRS 랩에서 개발된 3D음장인 SRS를 지원한다. 따라서 SRSㆍSRS WOWㆍTRUEBASS 등 다양한 음장효과를 쓸 수 있다. 광 입출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기기와 음 손실 없이 서로 음악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외장형 하드디스크로도 사용할 수 있다.또 음성녹음 기능이 있어 각종 회의나 학원 및 학교에서의 강의녹음은 물론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까지 모두 녹음할 수 있다. 또 FM라디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애플의 뉴 아이포드와 차이점이다.140이 종전 자사 모델과 달라진 점은 텍스트 읽기 기능의 추가다. 지루한 출퇴근길에 음악을 들으면서 단어공부나 소설을 읽는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8줄의 그래픽 LCD 화면에는 38개국 언어가 지원된다. 학생 및 직장인의 영어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해 1GB 용량의 영어학습 콘텐츠가 구매할 때 내장돼 있는 것도 남다른 점이다. 또 최대 200개의 플레이 리스트를 인식할 수 있다. 레인콤은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된 후속제품을 하반기에 출시, 애플과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점이라면 디자인이 좀 평이하다는 것이다.거원 아이오디오 M3L ‘최장 재생’MP3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아 온 거원시스템은 지난 3월 HDD형 제품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지난 5월 말에는 후속제품인 M3L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M3L이 종전과 다른 점은 재생시간을 최장 35시간까지 지원해 종전 8~16시간 가량을 지원하는 제품들과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또 보통 몸체 전면에 액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데 반해 이 제품은 아예 디스플레이를 덜어낸 뒤 6줄을 시할 수 있는 액정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리모컨을 제공한다는 것이 또 다른 점이다. HDD형은 목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 있는 종전 MP3보다 확실히 부피가 크다. 때문에 가방이나 주머니에 갖고 다니면서 대형 LCD 리모컨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생각된다.대신 전면부에는 재생(정지), 선곡기능 버튼 3개와 작동상태를 알려주는 3가지 빛깔의 LED 단추가 달려 있다. LCD를 뺀 만큼 허리두께는 2~6mm 가량 타사 제품에 비해 가늘다.또 음향은 기존 메모리 타입의 아이오디오4에 적용했던 제트이펙트 음장을 M3L에도 내장시켜 보다 풍부한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다. 또한 AV기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BBE 음장을 탑재해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또 거원시스템은 아이리버와 마찬가지로 1GB 분량의 EBS 인기강좌 영어학습 콘텐츠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FM라디오 방송이나 음성을 고음질 MP3파일로 녹음할 수 있는 고품질 음성녹음 기능도 구현하고 있다.거원시스템은 하반기에는 재생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최대 50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한 제품과 컬러 LCD를 채택하고 MPEG4, DivX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또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삼성전자 HDD형 MP3플레이어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올해 안에 국내 MP3시장의 패권을 잡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는 6월 중 H-920을 출시, HDD형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 방침이다.삼성전자는 920에 ‘온더고’(OTG) 기능을 구현해 제품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온더고 기능을 채택하면 PC 없이도 서로 MP3플레이어간에 MP3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