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택진 사장(36)은 신작게임 ‘리니지Ⅱ’와 함께 울고 웃었다. 이 게임은 98년 상용화돼 한국, 대만, 일본, 홍콩, 미국,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350만명의 열광적인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리지니I’의 아성을 잇기 위해 2000년 개발에 착수, 100여명의 개발자가 근 3년에 걸쳐 완성한 ‘기대작’이다.엔씨소프트는 7월에 ‘리니지Ⅱ’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10월 상용화했다. 유료화를 단행한 10월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김사장의 결정을 주목했다. 무료게임에 익숙한 네티즌들이 과연 돈을 주고 게임을 할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성공하면 온라인게임 사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나무랄 데 없는 성공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만 동시접속자가 9만5,000명이고 유료회원은 13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제4회 정보통신기업 디지털대상 대통령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리니지Ⅱ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다는 점입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기술적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접속자가 최고 30만명을 기록한 리니지I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합니다.”리니지Ⅱ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이제야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2004년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초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었지만 ‘리니지Ⅱ’의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지난해부터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Ⅱ’에 18세 이하 사용금지 판결이 났을 때가 아쉬웠다.“게임의 성격에 따라 이용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리니지Ⅱ에 18세 이하 사용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3세 이상 사용가능 판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선정성과 폭력성을 배제한 건강한 게임을 만들자고 의도한 만큼 실망이 컸지요. 하지만 주위의 우려와 달리 매출에는 영향이 매우 적습니다. 어차피 청소년층 이용자는 전체의 3% 이하에 불과하니까요.”현재 김사장은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따른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니지I의 경우 라이선스 수입이 주를 이뤘지만 리니지Ⅱ는 현지 지사설립을 통해 직서비스 중심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영업방식뿐만 아니라 게임의 내용 자체도 현지인의 기호에 맞출 계획이다.“리니지Ⅱ는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습니다. 현지 고객의 입맛에 맞게 게임의 내용과 그래픽을 대폭 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설계했습니다. 조만간 각 지역에 현지 제작진을 구성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해외의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게임개발자인 리처드 게리엇을 영입했고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사의 핵심인력들이 세운 게임개발사 ‘아레나넷’을 인수해 차세대 온라인게임으로 기대되는 ‘길드워’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E3 게임 대상’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부문 최고상을 수상한 ‘시티오브히어로’의 퍼블리싱을 맡았다. 미국의 유력 게임지인 <컴퓨터 게이밍 월드 designtimesp=24526>는 ‘주목할 만한 차세대 온라인 게임5’에 ‘길드워’ ‘시티오브히어로’ ‘리니지Ⅱ’를 선정해 엔씨소프트의 미국진출에 청신호를 켰다.김사장이 미국과 일본시장을 주목하는 데는 현재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있다. 아직까지 이들 지역은 비디오게임 중심이지만 수년 내에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윈도XP’ 등 새로운 OS프로그램들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중국, 대만, 홍콩입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미국과 일본 시장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수한 게임을 개발해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김사장은 올해보다 내년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리니지Ⅱ를 통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엔씨소프트가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기보다 ‘개발회사’로 남기를 바란다. 게임의 완성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믿는 만큼 직원들에게도 창의성과 끊임없는 모험정신을 주문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제작사가 아니라 고객이라고 믿는 그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마케팅, 홍보인력도 게임개발의 한축이라고 본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게임은 물론 새로운 게임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김사장의 욕심이다.“아직까지 게임을 단순한 오락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의 가치관과 사회적 ‘감정’을 담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록’ 기능에서 출발해 ‘예술’로 승화한 영화처럼 게임도 오락뿐만 아니라 ‘감동’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의 표현력이 늘고 있어 머지않아 게임의 ‘작품화’가 실현되리라 봅니다.”<약력 designtimesp=24538>1967년 서울 출생, 85년 대일고 졸업, 89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89년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89년 ‘한메소프트’ 설립, 9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현 신비로) 개발팀장, 97년 엔씨소프트 설립, 2002년 세계경제포럼 선정 ‘아시아 차세대 리더 18인’, 2002년 <비즈니스위크 designtimesp=24540> 선정 ‘세계 e 비즈니스 영향력 있는 25인’, 2003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주최 기술경영인상 ‘최고경영자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