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화젯거리를 만들어라.”만만치 않은 경쟁업체인 삼성, LG 등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 송문섭 사장이 내놓은 마케팅전략이다. 송사장은 지난해 10월, 1년 6개월 만에 내수를 재개하면서 33만화소 카메라폰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국내 휴대전화시장에 본격적인 카메라폰 경쟁시대를 연 것이다.이후 삼성, LG 등이 카메라폰시장에 뛰어들면서 화소수 경쟁이 뜨거워졌다. 송사장은 최근 130만화소 카메라폰을 국내 최초로 출시, 다시 한 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지난 2월에는 도청이 불가능한 ‘비화폰’을 개발, 본의 아니게 시중에 화젯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비화폰은 통신전문가인 송사장이 개인적인 관심에서 우연히 개발하게 된 것. 언젠가는 시장의 수요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친구인 대학교수에 의뢰, 개발한 비화폰이 올해 초 정보기관의 도ㆍ감청의혹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비화폰은 현재 정부가 ‘형식승인 불가’라는 입장을 밝혀 상용화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팬텍&큐리텔은 지난 9월 거래소에 상장됐다. 공모주청약에서 187.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2조원이 넘는 청약자금이 몰리면서 또다시 관심을 끌었다.영업실적도 호조다. 지난 3분기 매출은 3,40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 증가했다. 순이익도 16배가 증가한 167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14.14%를 기록, 2분기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송사장과 팬택&큐리텔에 있어 올해는 이래저래 ‘화젯거리 만들기’에 성공한 한해라고 할 수 있다.송사장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통신기술전문가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송사장은 198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음성처리기술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통신장비 제조회사에서 개발책임자로 7년 동안 근무한 송사장은 89년 정보통신부문 개발담당 이사로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귀국했다.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는 대학 동기동창으로 여러 면으로 인연이 깊다. 대학시절 기숙사 방을 같이 썼던 송사장과 진장관은 박사학위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학(스탠퍼드대학)에서 받았다. 삼성전자에도 같이 근무했고, 현재는 통신장비업계의 CEO와 관련업계 주무부서 장관이라는 입장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99년 정보가전 총괄담당 임원을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시절을 정리한 송사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권유에 의해 미국에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고 정회장은 고교, 대학 동기동창인 정몽준 의원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송사장은 “삼성전자를 그만둘 즈음, 고 정몽헌 회장이 찾아와 5,000만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회사를 미국에 설립하는 방안을 의논한 뒤 나에게 그 책임을 맡아줄 것을 부탁해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게 됐다”고 회상했다.그러나 그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역시 고교 때부터 절친했던 박종섭 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사장의 간곡한 권유와 당시 현대전자 회장이었던 고 정회장의 양해하에 현대전자의 텔레콤분야 총괄부사장을 맡게 됐다.이후 2001년 5월 모기업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휴대전화사업부문만 ‘버려지다시피’ 분사됐고, 그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은 송사장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분사되자마자 단말기보조금제도가 폐지돼 국내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안 그래도 자금난에 허덕이던 현대큐리텔(분사 후 사명)로서는 내수를 전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송사장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에 주력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일본 경쟁업체까지 찾아가 회사를 살려달라고 매달렸지만 투자유치는 쉽지 않았다.송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난파선의 선장이 된 기분이었다. 직원들도 난파선의 선원이 돼 배로 스며드는 물을 퍼내며 노를 저어가는 심정으로 일했다”고 말했다.결국 2001년 12월 팬택-KTB컨소시엄이 손을 내밀면서 현대큐리텔은 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팬택&큐리텔로 이름이 바뀐 뒤 안정을 되찾은 회사는 수출에 더욱 주력하면서 국내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송사장은 “휴대전화에 있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국내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하기 힘들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내수시장 복귀를 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팬택&큐리텔은 지난해 33만화소 카메라폰을 필두로 국내 최초로 스테레오폰, 130만화소 카메라폰 등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국내시장 복귀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인해 자금사정도 여유로운 편. 송사장에게도 숨가쁘게 달려왔던 그간의 일정을 정리하고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여유가 생겼다.“업계 특성상 큰 주기는 2년마다 돌아온다고 본다. 가을 추수를 위해 봄에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2년 후 회사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고 송사장은 말했다.<약력 designtimesp=24547>1970년 서울 중앙고 졸업, 7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84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83년 미국 DSC사 통신연구이사, 8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개발이사, 91년 삼성 회장비서실 기술담당, 97년 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 전무, 99년 현대전자 총괄부사장, 2001년 5월 (주)현대큐리텔 대표이사 사장, 2001년 12월 팬택&큐리텔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