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나 타 업종과의 통합으로 새로운 분야 개척해야

최근 국내 19개 할부금융사(캐피털)는 개점 휴업상태나 다름없다. 경제침체로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자동차, 주택, 가전 등을 신규로 할부구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할부금융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부업에 진출했지만 이익은커녕 막대한 손실만 기록했다. 때문에 대형 할부금융사를 제외한 중소형 할부금융사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다. 비은행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건범 박사(38)로부터 할부금융사의 부실원인과 전망을 들어봤다.캐피털의 부실원인은 무엇입니까.가장 큰 원인은 경제침체입니다. 소비가 급속히 줄면서 일시불로 구입하기 어려운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할부금융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죠. 특히 경쟁관계인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급성장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은 고율의 할부금융으로 내구소비재를 구입하는 것보다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는 무이자 혜택과 소득공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택구입도 은행권의 장기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금리 면에서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캐피털은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채 이익을 좇아 대부업에 대거 진출했습니다.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무분별한 신용대출이 이루어졌고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위험을 자초하게 된 것입니다.대부업 진출이 원인입니까.캐피털은 장기적인 수익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것만 바라봤습니다. 카드와 은행에 자신의 영역을 자꾸 빼앗기다 보니 신용대출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캐피털은 신용을 파악할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규제를 해야 하는데 무분별한 대출만 이루어졌고 이는 곧 연체와 위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종금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사라질 가능성도 있나요.종금사는 사라지고 종금업만 남은 것처럼 향후 캐피털은 금융지주회사나 타 금융업과 통폐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독자적인 할부금융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장의 메커니즘상 할부금융과 신용카드와 같은 여신전문업은 금융그룹에 속해 파이낸셜 슈퍼마켓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업에서 불고 있는 대형화, 겸업화, 전문화 추세에 따라 중소형 할부금융사는 금융지주에 통합될 것이고 할부금융은 여기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할부금융사의 전망은 어떤가요.여신전문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금융구조입니다. 특히 캐피털, 리스, 신용카드 등은 나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선진금융과 경영합리화를 위해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차피 금융통합법으로 가면 모든 업종이 통합될 것이기 때문이죠. 대형 캐피털사는 스스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독립된 중소형 캐피털사는 인수합병되거나 워크아웃에 나서야 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신상품 특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캐피털의 현재 위기는 스스로 불러온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각고의 노력을 펼쳐 위기를 넘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