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휴대전화결제 커뮤니티사이트 등 확산 추세… 법적 대결 잇따라

비즈니스 모델(BM) 특허에 대한 분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허에 대한 이의신청은 물론 이미 등록된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청구소송도 증가하고 있는 것. LG이숍, 롯데닷컴 등 11개 인터넷쇼핑몰과 한솔CSN의 특허 무효소송에 이어 넷피아의 키워드 검색방법에 제기된 이의신청, 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과 로커스디지털서비스의 분쟁 등 20건 이상의 BM 특허분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올 연말까지 100건 이상의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와 있다. 전대미문의 특허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조기 진화가 중요하다특허 분쟁은 특허권자와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한 자의 다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의 분쟁 양상은 전혀 다르다. 한솔CSN과 인터넷쇼핑몰의 분쟁처럼 특허를 취득하려는 자와 특허를 부정하는 자의 다툼이 주를 이룬다.배너광고라는 것이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공간을 마련해 그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바로 넘어가는 광고기법이다. 광고를 실은 고객사는 배너광고를 통해 자사의 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의 수에 따라 대가를 지불한다. 얻은 만큼 대가를 지불하므로 공평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크기 때문에 수많은 업체들이 배너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만약 이 기법에 누군가 특허권을 주장한다면 배너광고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솔CSN과 LG이숍 등 11개 인터넷쇼핑몰이 벌이고 있는 특허무효소송이 바로 그렇다.지난 99년 한솔CSN이 출원한 ‘인터넷을 통한 상품 판매 시스템 및 그 방법에 대한 BM 특허’가 등록된 것은 2002년 12월의 일이다. 이 특허의 핵심 내용은 제휴마케팅이었다. 배너광고뿐만 아니라 검색어, 이벤트, 추천상품 등을 통한 판매촉진 등이 모두 한솔CSN이 출원한 제휴마케팅에 속한다. 만약 이 특허가 등록되고 한솔CSN이 특허권을 주장하면 무효소송을 제기한 쇼핑몰은 물론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기존의 영업방식을 포기하든지 한솔측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인터넷쇼핑몰들이 즉각 대응에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과 로커스디지털서비스와의 분쟁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러브스쿨은 지난 5월 로커스디지털서비스가 취득한 ‘인터넷 커뮤니티 자동생성 솔루션’ 특허에 이의를 신청했다.로커스디지털서비스의 솔루션은 가입자가 입력한 출신학교, 주소에 따라 해당 커뮤니티에 자동으로 등록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이는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유사해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로커스디지털서비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이러브스쿨의 이영훈 과장은 “이의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특허가 등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의신청 결과에 따라 협상, 법적조치 등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해 법적 공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넷피아의 ‘인터넷 기반 검색방법’에 대해 제기한 이의신청도 같은 사례다. KRNIC가 이의신청을 낸 것은 지난 4월의 일이었다. KRNIC측은 “넷피아가 두 차례에 걸쳐 경고장을 보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이의신청을 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넷피아의 이성룡 경영기획실 팀장은 “경고장이 아니라 단순한 안내장에 불과했다. 또 안내장을 보낸 특허는 KRNIC가 이의신청을 한 ‘인터넷 기반 검색방법’과 상관없는 휴대전화 관련 서비스였다”며 “KRNIC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특허 등록 전에 결판내자특허를 등록하기도 전에 분쟁에 휘말린 기업들은 한결같이 “특허를 취득했을 뿐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며 협상의 여지를 없앤 상대측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특허권이 발생한 후에 협상을 하는 것보다 특허권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이 보다 효과적임은 분명하다.특허법도 이에 대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어 법적 조치를 취한 기업들의 대처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특허법은 특허 등록이 예고된 후 3개월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해놓고 있다. 이 기간에 이의가 없으면 자동으로 특허로 정식 등록된다. 이의신청과 함께 무효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할 것인지, 무효소송을 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셈이다.특허를 취득한 후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이 얼마나 큰 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페이스네트와 모빌리언스의 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페이스네트는 지난 5월 모빌리언스가 자사가 취득한 ‘이동통신 전화번호를 이용한 신용결제시스템과 승인방법’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다.이 소송에 따라 모빌리언스는 당시 진행하고 있던 코스닥 등록을 포기했다. “특허소송 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코스닥 등록이 어렵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회사의 힘을 모을 방침”이라고 모빌리언스의 윤유진 경영지원팀장은 말했다. 소송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전략이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지난해 1월 휴대전화 소액결제업체들 간에 발생한 특허분쟁도 좋은 사례다. 인포허브는 자사가 2001년 취득한 특허를 다날과 모빌리언스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포허브가 특허침해금지 가처분소송을 내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해 4월 다날과 인포허브가 서로의 특허를 인정하고 특허권 사용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 또 같은해 11월에는 모빌리언스와 인포허브가 업무협조와 서로의 특허를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인정하며 화해했다. 그러나 1년에 걸친 소송으로 양사가 소비한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았음은 물론이다.분쟁에 따른 상호비방도 심각분쟁이 심화되면서 상호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의신청을 하거나 무효소송을 내는 측은 해당특허가 특허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특허의 조건인 진보성과 신규성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KRNIC는 넷피아의 ‘인터넷 기반 검색방법’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기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유사한 출원이 상당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KRNIC의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술을 특정업체가 독점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이의신청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넷피아의 이성룡 경영기획팀장은 “국가가 준 특허권에 정부 유관기관인 KRNIC가 이의신청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잘나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 대가를 취하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빌리언스의 윤유진 경영지원팀장은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스페이스네트와 두 차례 협상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스페이스네트는 자사의 특허권 매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였다”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페이스네트의 김홍철 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특허 시비를 안은 채 코스닥 등록을 하려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응수했다.관련업계 전반에 경고음을 울리는 곳도 있다. 아이러브스쿨의 이영훈 경영지원팀 과장은 “로커스디지털서비스의 특허는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채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아이러브스쿨이 무너지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특허침해 시비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로커스디지털서비스의 최병주 이사는 “내부적으로 특허침해 여부를 확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응방침에 대해서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아이러브스쿨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맞섰다.특허권이라도 팔아 이익을 보자BM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1999~2000년에 출원된 BM 특허가 지난해부터 등록되기 시작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한다. 특허의 취득과 함께 자신의 BM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과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실제 특허청에 따르면 98년 664건이던 BM 특허 출원 건수는 99년 1,133건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어 2000년에는 9,895건으로 무려 8배 가량 늘어났다. 특허에 소요되는 기간이 2002년 말 기준으로 26.5개월인 점을 감안할 때 1999~2000년에 출원된 특허가 지난해부터 등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특허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전개할 능력이 없는 특허권자들이 특허권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경향도 특허분쟁 증가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하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이강봉 변리사는 “BM 특허의 대부분은 개인이나 소기업이 취득하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특허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특허권을 행사해 이익을 보려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며 특허분쟁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허청의 자료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삼성전자 등 10대 다출원 기업이 전체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하고 개인, 중소 벤처기업이 주로 BM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부적절한 특허 취득도 분쟁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특허의 조건인 진보성과 신규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특허가 등록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자 BM 특허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BM 특허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특허는 발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해 관련산업의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그러나 BM 특허의 경우 혁신은 없고 독점만 있다”고 말한다. BM 특허를 통해 어떤 발전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또한 “BM 특허는 제한된 사업자들에게만 영업권을 부여하므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며 “BM 특허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특허청은 BM 특허에 부여되는 독점권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으면 존속할 이유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 촉진 등 순기능이 여전히 많다는 것. 또한 심사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부적절한 특허 등록에 따른 분쟁요소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2년 출원된 BM의 특허결정률은 22.5%로 미국의 45%에 비해 월등히 낮게 나타나 특허청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INTERVIEW 이강봉 변리사“대기업 상대 BM 특허 분쟁 더욱 증가할 것”이강봉 변리사는 적격하지 않은 BM에 특허가 부여돼 분쟁이 발생하는 측면이 많다고 진단한다.“BM 특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정보기술이 없다면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특허등록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에 특허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이 특허권을 주장하면 당연히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특허요건인 신규성에 위배되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용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변리사는 지적한다. 입증이 힘든 만큼 분쟁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행정절차상 문헌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증거는 채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에 대한 정보를 문헌으로 남기는 경우는 드물지요. 분명히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입증자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이 변리사는 특허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할 능력이 없는 개인이나 소기업,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시비를 따지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파급력이 큰 만큼 보상에 대한 기대도 높기 때문이다.“BM 특허는 영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막대합니다. 한동안만 영업을 하지 않아도 손실액이 적지 않지요. 그런 이유로 해당 특허권을 매입하거나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대기업이 초기에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법적 대응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죠. 또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BM 특허를 출원하는 대기업도 많아질 것입니다.”돋보기 비즈니스 모델이란아이디어 실현시킬 정보기술 갖춰야정보기술의 응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등 비즈니스 분야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 특히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상거래와 금융결제는 근래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영업방식을 의미하는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특허권 부여는 정보기술 관련산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우리나라 특허청은 새로운 BM의 개발을 발명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특허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BM 특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의 속성과 집합을 규정해야 한다. 또한 해당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 기술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신선하고 획기적인 영업 아이디어라 해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면 BM 특허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