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원의 평균 연봉이 6,000만원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6,000만원을 달러로 환산하면 5만달러가 넘는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물러 있으니 5만하고도 몇 백달러는 족히 될 것이다. 정부가 내건 ‘10년 후 2만달러’ 구호는 울산 거제 구미 등의 대기업 산업단지에서는 벌써 현실이 돼 있다는 말도 된다. 가족 구성원수나 맞벌이 부부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 노조원은 이미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회사에서 5만달러를 받는 정도면 말 그대로 중산층이 분명하다. 한국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이미 이 정도 소득수준에 올라왔으니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가 됐다. 더구나 경제성장률이 정체 상태인 악조건 아래에서 얻어낸 두 자리, 그것도 20%선을 넘나든다는 임금상승률이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소득이 늘어난 사례도 찾기 힘들다.휴일수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남성 근로자가 165일, 여성 근로자가 177일을 놀게 됐다는 것은 다름 아닌 친노(親勞)정부의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분석한 결과다. 노동부는 나아가 1년 365일의 절반 가까운 날을 놀고 먹는 것은 이 분야 세계기록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번 현대차 노사협상은 참여정부 6개월 만에 이룩한 복지국가의 완성판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했던 ‘노사간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 역시 축하할 일이다.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말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급여를 올리면 머지않아 중소기업들의 임금도 따라 올라갈 것이니 근로자 내부의 빈부격차 문제 따위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실제로 최근의 한 TV토론에서 모 대학 경제학 교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무나 되는대로 떠드는 그런 시대니까 그 정도 발언은 이해해야 마땅하다.그렇게만 된다면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07년쯤에는 너나없이 5만달러가 될 수도 있다. 아니 10만달러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 노조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파업을 해줄 것이고 그리되면 내년에는 1,000만원, 내후년에는 연봉 기준으로 1,500만원이 또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도 불과 몇 년이면 가능하다. 기하급수의 묘미라는 것이 있으니까….그러고 보니 복지국가를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모든 기업들이 임금을 두 배씩 올려주고 한국은행은 그만큼 돈을 더 찍어 모두의 호주머니를 두툼하게 불려주면 된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학교수라는 사람도 그렇게 주장하는 정도라면 이 아둔한 나라에서 더 이상의 복잡한 계산은 필요도 없다.그러나 과연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물론 답은 망설일 필요도 없이 ‘아니올시다’이다. 현대차 노조에서 한걸음만 떼어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EF쏘나타 1대를 생산하는 데 수천의 하청, 남품업체가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이들 모두에게 현대차의 임금인상률이 가능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오히려 현대차 노조가 많이 가져갔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의 지불능력은 더욱 제한된다. 파이논쟁의 재연이며 이런 것을 착취구조라고 한다.더욱 궁지에 몰리는 것은 납품업체요, 비정규직이며,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다. 정년을 늘리고 해고도 없고 임금은 올리는 데 새로운 일자리라니, 어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민소득은 장차 어떻게 될까. 현대차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가정하더라도 불행히도 1만달러 그대로다. 한쪽의 것을 빼앗아 다른 쪽에 옮겨놓았을 뿐이기 때문에 이를 합치면 여전히 1만달러다. 통계에는 평균치라는 묘미도 있으므로…. 노조에 힘을 실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꿈은 그렇게 해서 좌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