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기업 CI 다수 제작… 관공서ㆍ종교단체ㆍ국가정보원도 고객

지난 2000년에 민영화를 마친 포스코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환골탈태했음에도 대중적 이미지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쇳덩이를 만드는 공룡기업’ 포항제철에 대한 이미지를 대부분 사람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포스코는 단기간에 이미지를 바꿀 방법을 기업이미지통합(Corporate IdentityㆍCI)에서 찾았고, 수소문 끝에 국내 1인자로 평가받는 인피니트(대표 이승훈)에게 이 큰일을 맡겼다. 해외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대기업의 CI 작업을 국내 기업이 맡은 사례는 거의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이 일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피니트의 실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전략적 창의성이 성장의 비결인피니트는 지난 88년 설립됐다. 그당시에는 CI는 물론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을 거의 처음 시작했던 만큼 수익보다는 투자의 개념에서 회사가 유지됐다. 초기에는 디자인과 네이밍 작업을 주로 했지만 점차 마케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는 브랜드 네이밍, 브랜드 컨설팅, 브랜드 관리, 디자인 등 브랜드통합(Brand IdentityㆍBI)과 CI에 관련된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CI, BI, 브랜드 네이밍 등 지금까지 인피니트가 수행한 작업은 수백개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대우일렉트로닉스, 풀무원 등의 기업과 우리, 한미,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기상청, 한국관광공사 등 국가기관들도 인피니트의 고객이었다. 또한 능인서원 같은 사원의 CI도 수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래전에 한 CI라도 대부분 현재까지 남아서 기업인지도를 유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인 창의성이 그 비결이라고 양성식 마케팅 이사는 말한다.“BI와 CI를 단순히 브랜드와 회사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순간적인 재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비일비재하고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명이 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과 그에 맞는 브랜드 네임, 이미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한마디로 전략에 근거한 창의성이 요구되는 거죠.”최근 인피니트는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브랜드관리란 런칭 이후의 브랜드 운용과 효율적 사용법 등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브랜드가 무병장수하게 만드는 것인 셈이다.“애초의 브랜드 전략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해야 합니다. BI를 하면서 해당 브랜드의 운용전략을 담은 매뉴얼을 주지만 종종 이에 걸맞지 않은 판촉이나 광고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브랜드 전략에 손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바로잡는 것이 브랜드 관리지요. 말하자면 브랜드의 유지보수인 셈입니다. BI와 CI 각 분야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시장 초기부터 쌓아온 풍부한 경험 외에 인피니트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체계화된 작업. 이를 통해 적은 인원으로도 동일한 작업을 더 빠르게 마칠 수 있다는 것. 브랜드의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이므로 신속한 업무수행 능력은 더욱 빛난다.“소비자들의 기호변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브랜드 런칭시기를 조금만 늦춰도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인피니트는 예전에 비해 절반 정도의 시간에 더 우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체 교육 강화와 해외 제휴사 연수를 통해 우수직원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최적의 CI 위해 300개 시안 마련국내 CI업계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가격경쟁도 심하다. 몇 년 전에 비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 인피니트 역시 가격을 많이 낮춘 상태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불평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작업과정을 보여주면 불만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한다.“고객에게 보이는 것은 하나이지만 이를 위해 300가지 이상의 시안을 마련합니다. 내부 토론을 거쳐 최상의 시안을 찾아 보여주는 거지요. BI의 경우는 보통 5~6주 내에 모든 작업을 완료하니까 하루에 10가지 정도의 시안이 나오고 사라지는 셈이지요.”인피니트는 특별히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인피니트를 통해 CI를 한 기업들의 추천을 받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초창기부터 쌓아온 명성이 스스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을 맡기지는 않아도 자문을 구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설명이다.잘나가는 인피니트이지만 걱정이 없을 수 없다. 경기위축에 따라 CI업계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이사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CI와 BI를 실시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CI업계에 불황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현재의 과다경쟁에서 탈피해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진출의 경우 협력은 필요불가결이라는 설명이다.“국내 CI기업들은 선진기업들에 비해 영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장점을 한데 모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습니다.”국내 최초 해외진출 신호탄 올려2001년 중국에 ‘중국국안미연광고유한공사’와 합작법인인 ‘국안인피니트’를 설립하는 등 2년간 공을 들여온 중국진출이 가시화되면서 해외시장 개척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원대그룹의 CI, BI, 브랜드 네이밍을 수주한 것. 계약 성사를 위해 사스가 한창이던 3~4월에도 중국출장을 불사한 결과다.“이번 CI는 의미가 큽니다. 중국의 정상급 기업이 실시하는 최초의 CI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이 중국의 기업을 CI하는 것도 최초이고요. 세계 유수의 CI업체들과 공개경쟁을 통해 얻은 결과라 더욱 값집니다.”이번 작업을 위해 인피니트가 중국 현지에 파견하는 인원은 60~70명 정도다. 매니저급만 30명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CI에 동원되는 인원이 10명 수준임에 비춰볼 때 엄청난 규모임을 알 수 있다.이번 원대그룹 수주가 단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망한다. 부동산, 금융, 건설, 제약, 호텔, 유통 등 원대그룹의 28개 계열사의 CI와 BI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CI의 핵심은 ‘글로벌기업 원대그룹’입니다. 중국의 대기업들 대부분이 글로벌기업으로 재탄생하기를 원하고 있으므로 이번 CI의 성과에 따라 또 다른 기업의 CI수주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인피니트에 엄청난 기회의 시간이 온 것이지요. 중국진출을 계기로 세계 정상급의 CI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