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크래프트 관련 비즈니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그야말로 ‘공방’에 가깝게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판매하는 것과 이미 외국에서 인기를 끈 브랜드제품을 수입해 유통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소규모 생산이기 때문에 개인창업에 적합한 아이템이라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은데, 핸드 크래프트를 주제로 한 창업은 아직 걸음마단계라는 것이 현재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 주인이 직접 만든 작품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팔거나 강좌를 여는 것 등이 한자리에서 이뤄지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손으로 만든 것 중에서도 요즘에는 수제 비누와 목욕용품, 화장품류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핸드메이드라는 점과 천연재료만 사용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러시가 대표적인 업체다. 이는 영국 제품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널리 알려진 브랜드.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수입돼 전문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러시 제품을 판매하는 러시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에 첫 매장을 냈고 올해 삼성동 공항터미널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차례로 매장을 열었다. 곧 신촌 현대백화점, 부천 LG백화점, 압구정동 등에 새로 점포를 낼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러시 매장의 쇼윈도에는 치즈처럼 투박하게 생긴 덩어리들이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위에 칼로 아무렇게나 자른 조각들이 놓여 있다. 유럽풍 소규모 식료품점을 연상시키는 내부장식으로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손님이 원하는 제품을 고르면 칼로 잘라 저울에 달아서 판다. 100g 비누 1개의 가격은 5,000~1만원대. 무척 비싼 편이지만 매장당 월 평균 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유미령 사장(33)은 “다른 화장품가게가 슈퍼마켓에서 규격 포장된 빵을 사는 것과 같다면 우리 제품은 동네 베이커리에서 빵 나오기를 기다려 줄서서 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제품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유통기한이 짧다, 계절별로 재료가 떨어지면 안 나오는 제품도 있다, 보관을 잘못하면 금세 변해버릴 수도 있다’ 등 일반적인 경우에서라면 ‘흠’이 될 만한 것을 오히려 집중적으로 강조해 손으로 만든 제품임을 알리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이밖에도 동호회와 온라인쇼핑몰, 학원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소규모 핸드메이드 비누와 화장품 업체들이 산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온ㆍ오프라인상의 커뮤니티를 운영함과 동시에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판매하고, 수강료를 받고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다. 염색가 안화자씨가 운영하는 자연주의 (www.e-naturalism.com), <내 피부에 딱 맞는 천연비누 만들기 designtimesp=24110>의 저자 조영길씨가 운영하는 굿소프(www.goodsoap.co.kr)와 마리(www.malee.co.kr)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주의 안화자 대표는 “쪽 비누, 녹차비누, 어성초 비누 등이 인기”라면서 “주부뿐만 아니라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나 천연비누를 소재로 창업하려는 이들이 강좌를 들으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회화작품 같은 핸드페인팅 의류패션업계는 사람이 하나하나 디자인하고 손으로 그리는 회화작품인 핸드페인팅에 주목한다. 꽃그림이 그려진 청바지 등은 이미 널리 퍼진 아이템이지만 그림을 찍어낸 ‘프린트’ 청바지가 아니라 일일이 그린 청바지나 티셔츠, 가방은 여전히 차별화되고 있다. 패션업체 랑송의 김경희 핸드페인팅 팀장은 “프린트할 경우 도수에 제한이 있어서 다양한 색깔이 사용되지 못하지만 핸드페인팅 의류는 마음껏 색을 사용할 수 있어 훨씬 화려해서 고객들이 좋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에 핸드페인팅 전문매장은 대여섯 군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유민영 사장(34)은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핸드페인팅 전문 옷가게 ‘프로포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창업했는데 핸드페인팅 전문 의류점의 희소성 때문에 꽤 유명세를 탔다. 창업박람회에서 핸드페인팅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하나뿐인 옷’이라는 개념이 고객을 끌 것으로 판단해 가게를 냈다. 쇼윈도에 진열된 그림을 보고 들어오는 고객들은 예외 없이 “이거 진짜 손으로 그린 것이 맞느냐”를 재차 묻는다고 한다. 자기 옷을 가져와 그림을 그려달라고 주문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그림의 난이도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비용을 받는데, 3만~10만원 가량 한다. 유사장은 인터넷쇼핑몰(www.umi0.com)도 동시에 운영하며, 점포운영과 교육을 병행한다. 한달에 대여섯 명이 이곳에서 핸드페인팅을 배우고 있다.한편 최근 TV드라마에서 탤런트 손예진이 들고 나왔다고 해서 핸드메이드 가방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치치 뉴욕이라는 이 홍콩 브랜드는 미국에서 수입되는데, 이 브랜드제품에 촘촘히 달린 구슬이나 스팽글은 모두 일일이 손으로 만든 박아 넣은 것이다.가구 및 주택자재 DIY, 유통이 관건손으로 만들기의 원조격인 가구나 주택 개ㆍ보수 관련 비즈니스는 현재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나 ‘공방’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3,900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인터넷 다음 카페의 ‘생각을 담은 가구’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공방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 ‘만드는 세상’ 등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이 같은 공방의 회원수가 급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편 DIY운동문화협의회(www.ilovediy.org)는 이런 높아진 관심에 비해 국내에 아직 공구나 자재 등을 공급하는 유통망이 없어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음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계 브랜드인 B&Q가 내년에 이 같은 유통점을 낼 예정이어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B&Q는 유럽 1위의 주택 관련 DIY자재 전문유통업체로, 99년부터 국내에 사무소를 내고 시장을 주시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내년 초 1호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본격 진출을 결정했다. ‘카테고리 킬러’에 속하는 이 같은 형태의 전문점은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이 회사 최욱 이사는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과 제휴, 1개층을 B&Q매장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점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