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여부 놓고 찬반논쟁 치열

나노기술(Nano Technology)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 단위로 물질을 조작하는 기술. 지금까지 나노기술은 꿈의 신기술로 인식돼 왔다. 나노기술을 설명할 때면 으레 몸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는 나노로봇, 강철보다 강한 섬유, 손목시계만한 슈퍼컴퓨터가 등장했다.최근 나노기술은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기술이 이뤄낼 장밋빛 미래에 나노기술이 가져올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겹치면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는 최근 나노물질을 사용한 제품의 출시를 연기하도록 요구했다. 나노기술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확인되기 전까지 나노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나노물질을 호흡하게 되면 인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나노물질이 다른 독성물질과 결합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환경단체인 EPA는 나노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EPA 역시 나노물질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 환경보호단체의 그웬 루타씨는 “현재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나노기술에 대한 반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노기술 연구에 대한 옹호론 역시 만만찮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은 최근 보고서에서 “나노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나노기술은 알려지지 않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고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국가간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NSF는 특히 향후 10년 동안 나노기술과 관련해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나노비즈니스연합의 마크 모드젤르위스키씨는 “환경론자들의 우려는 마이클 크레이튼의 <프레이(prey) designtimesp=24116> 같은 소설에서 나온 기우일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미국의 나노기술 옹호론자들은 “지금은 나노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나노기술이 초기단계인 만큼 다른 나라를 따돌리고 1조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미국은 현재 나노기술에 대규모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국립나노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연간 7억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오는 2004년 예산에서 나노기술과 관련해 8억4,7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9.3%가 증가한 것이다. 미군도 군사 목적의 나노기술 연구에 적극적이다. 미군은 최근 MIT의 군사기술 관련 나노연구소에 5,000만달러를 지원했다.나노기술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찬반 양진영에서 “나노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위험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라이스연구센터의 비키 콜빈씨는 “나노물질이 인체에 위험하다는 근거는 없지만, 나노기술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위험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 사이 나노기술 연구가 빨라지고 있지만 나노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나노기술의 위험에 대한 연구는 환경단체들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들은 400만달러를 모금해 나노기술이 인간과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위험에 대한 연구를 실시키로 했다.나노기술이 꿈의 신기술이 될지, 불행의 씨앗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지금은 나노기술이 갖고 있는 명암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나노기술을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