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부동산중개소, 변호사, 의사, 보모 등 제한없어… 개인창업도 가능

뉴욕에 살고 있는 존 리즈코씨 가족은 얼마전 집을 새 단장하기로 결정했다. 10년 동안 살아서 많이 낡았을 뿐만 아니라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어 큰마음 먹고 인테리어회사에 맡기기로 한 것. 조만간 멋지게 바뀔 집을 꿈꾸며 들떠 있던 리즈코씨는 인테리어회사를 찾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닥쳤다. 서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수십개의 회사 중에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만약 잘못 고르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어 걱정이 앞섰다. 리즈코씨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리퍼럴서비스’(Referral Service)이다.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추천해주는 것.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을 위한 일종의 상품 및 서비스 추천 비즈니스다.미국에서 리퍼럴서비스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 대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 그중 최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리퍼럴서비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인테리어회사, 부동산중개소, 주택 유지보수를 비롯해 변호사, 의사, 보모, 청소년 여름캠프 프로그램까지 사실상 서비스 대상에 제한이 없다.리퍼럴서비스는 또 개인이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자신이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으면 바로 창업할 수 있다. 예컨대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은 창업희망자는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애완동물가게, 동물병원을 조사해 리퍼럴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대한 리퍼럴서비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네 미용실, 이발소 등 생활정보에 대한 리퍼럴서비스도 나름대로 시장을 갖고 있다.리퍼럴서비스는 잠재력이 크다. 현대는 선택의 시대. 수천 수만 가지 상품과 서비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순간순간 귀찮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고, 충분한 정보를 구할 시간은 없다. 칫솔 하나를 살 때도, 화장품 하나를 고를 때도 고민을 해야 한다. 그나마 물건을 구입하는 건 주위에서 비교적 쉽게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좋은 인테리어회사,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소개소, 실력 있는 변호사를 구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리퍼럴서비스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선택이 어려워질수록 리퍼럴서비스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의 대중화는 향후 리퍼럴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리퍼럴서비스의 수익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커미션이다. 고객들에게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리퍼럴서비스가 추천한 회사와 거래를 하면 그 회사로에서 커미션을 받는다. 다른 한 가지는 고객들에게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리퍼럴회사가 커미션을 목적으로 부실한 회사에 고객을 추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테리어 리퍼럴서비스 업체인 홈솔루션커넥션의 데비 파슨 사장은 이에 대해 “커미션을 받지만 그렇다고 아무 회사나 추천을 하지 않는다.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최고의 회사를 추천해야 한다. 고객의 신뢰를 쌓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주택 유지보수전문 리퍼럴서비스 인기리퍼럴서비스는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에 살고 있는 제리 밀위트 부부는 지난해 9월 보모 리퍼럴서비스 회사를 열었다. 밀위트 부부는 딸을 돌봐줄 보모를 구하면서 리퍼럴서비스를 알게 됐다. 그후 괜찮은 보모 리퍼럴서비스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메트로폴리탄내니를 세웠다. 그들은 고객과 직접 대화를 통해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개인화 전략으로 고객 만족에 주력하고 있다. 만약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새로운 보모를 무료로 찾아줘 신뢰를 쌓았다. 메트로폴리탄내니 고객들은 연회비 150달러를 내고 엄선된 보모 리스트를 받는다. 고객들이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보모를 고르면 추가로 2,000달러 또는 보모 연봉의 10%를 메트로폴리탄내니에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풀타임 보모는 한달에 1,600~2,600달러를 받는다. 밀위트 부부가 메트로폴리탄내니를 세울 때 들어간 비용은 3만달러. 주로 변호사를 구해 회사를 설립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장비를 구입하는 데 썼다. 메트로폴리탄내니는 설립한 지 두달 만에 흑자를 낼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그러나 보모 리퍼럴서비스 회사의 운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로 설립된 보모 리퍼럴서비스 회사의 70%가 문을 닫는다. 밀위트씨는 “보모 러퍼럴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고객에게 보모의 자질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다. 메트로폴리탄내니의 보모들은 적어도 2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고, 추천서 3장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응급처치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플로리다의 리사 뮬렌씨는 과거 교사로 근무하면서 청소년캠프를 지도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방학에 집을 떠나 생활할 수 있는 청소년캠프 리퍼럴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녀를 여름캠프에 보내려는 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 청소년 개인의 성격과 취미에 맞는 캠프 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 뮬렌씨는 전세계에 있는 500여개 청소년캠프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펴보고 평가를 한다. 그는 대부분의 캠프를 직접 방문해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미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리퍼럴서비스 분야는 부동산중개소다.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따라서 대개 부동산중개소에 의뢰한다. 문제는 신뢰할 만한 부동산중개소를 찾기 어렵다는 것. 일부 악덕 부동산중개소는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거나 문제가 있는 집을 팔기도 한다. 주택구입은 거래규모가 크고 한번 사면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리퍼럴서비스가 활발하다.주택 인테리어와 유지보수 전문가를 추천하는 리퍼럴서비스도 인기다. 미국에서 주택 인테리어 및 유지보수는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집을 새로 꾸미고 유지 보수하는 데 들어간 돈은 무려 30억달러. 지난 98년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그만큼 리퍼럴서비스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변호사 리퍼럴서비스도 활발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소송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힐 만큼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많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백만달러가 걸린 소송에서 실력 있는 변호사를 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LRS(Legal Referral Service)이다. 미국 변호사협회가 공인해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역마다 LRS가 따로 있어 법적 분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LRS는 고객이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추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