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대다. 젊은이들은 한권의 책보다는 좋은 영화 한편을 통해더 큰 감동을 얻곤 한다. 안방에 턱 버티고 있는 TV가 영상시대를연 첨병이다. 영화관의 인파, 길모퉁이의 비디오가게, 요즘은 노래도 영상이 곁들여진 것을 보면서 듣는다.영상시대에 PD(Program Directer)가 최고 인기직종의 하나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로운 근무분위기와 창조적인 업무가 젊은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PD는 바쁘다. 우리사회에서 바쁘지 않은 직장은 없다고 하겠지만PD는 그중에서도 바쁜 직업이다. 사나흘씩 이어지는 야간작업쯤은감수해야 한다.끊임없이 아이디어도 끌어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PD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필수적이다.『경험이 많아야지요. 책 많이 보고 영화 음악 등에도 깊숙이 빠져보도록 권하고 싶어요』이주한씨(현대방송 예능2부 프로듀서)는 MBC에서 조연출(AD)을 하다가 올해 케이블방송이 시작되면서 오락채널인 HBS로 옮겼다. 좋은 PD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어 간접경험들이 풍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상 PD가 된 후에는 책 읽는 시간내기가여간 어렵지 않다.◆ 사나흘 야간작업 밥먹듯이항간에 유명한 「신이 내린 여자」란 책을 읽어봤느냐고 물었다.돌아오는 대답은 『신이 내린 여자가 뭔데요』다.『아니, 그 유명한 신이 내린 여자를 모른다고요.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고 해서 꽤 떠들썩했었잖아요』이씨는 그제서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책 읽을 시간이없다기 보다는 여유 갖기가 힘들어요. 출퇴근시간은 별로 의미가없어요. 주간단위로 업무가 이뤄지거든요. 월요일은 스튜디오녹화를 하고 화요일 편집, 이어 야외촬영 종합편집 대본작업식으로 한주가 지나갑니다. 중간중간에 회의가 있고 섭외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편집은 대개 밤시간에 하게 됩니다』◆ PD세계 분야도 각양각색PD의 세계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슈퍼모델선발대회같은 프로를담당하는 이벤트PD, 연속극 등을 만드는 드라마PD, 다큐멘터리PD,쇼PD…. 어떤 PD냐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도 달라진다. 「갯벌은 살아있다」와 같은 다큐멘터리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연출해낼 수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꾹 참고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나 쇼PD의경우는 PD자신의 유머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웃을 거라고 생각한 대목에서 방청석에 「한류」가 흐르면 곤란하다. 가끔 예외가있지만 억지로 웃기는 것은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이런 점에서이씨는 아직 완숙한 쇼PD는 아니다. 적성에도 맞는다며 대단히 만족하고 있지만 의도한 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반성하게 된다. 경력을 쌓으면 이벤트PD도 해보고 싶어한다.현대방송으로 오기전에는 MBC에서 조연출(AD)을 3년 넘게 했다. 듣기 좋으라고 조연출이지 막노동에 가까울 때가 많다.『「경찰청사람들(MBC)」을 찍으면서 바닷가로 야외촬영을 갔을 때였어요. 배경좋은 곳이라고 찾아가니 막상 바닷가라는 곳에 모래가거의 없는 거예요. 담당PD가 갑자기 모래를 구해오라고 하는데 옆에 백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더라고요』급히 백사장을 찾아 승용차에다 모래를 실어왔지만 이럴 때는 확실히 막노동이란 생각이 든다. 늘상 겪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구경하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이다. 줄을 쳐놓기도 하지만 구경꾼 마음이 AD마음 같지는 않다. AD에게는 아무튼 불가능이 없어야 한다.◆ “고되지만 보람 또한 크다”『저 모자쓴 여자는 왜 나왔냐.짤라!』『MC 포커스가 흐릿하니까 다른 걸로 바꾸지』방송사의 편집실에서 오가는 얘기는 매정할 때가 많다. 어찌보면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같다. 그러나 요즘은 생방송의 비중이늘어나고 있고 갈수록 PD들의 경쟁도 치열해질게 뻔하다. 위성방송이 생기는 등 채널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P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동시에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가 증가할 것이다. 방송국들은 프로그램을 사서 방영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정말 실력이 말해주는 시대가 된다. 출연요청을 하는 것도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방송이 많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요청에 응한다.경력4년차에 있는 이씨는 2천7백만원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다른직업에 종사하는 비슷한 연배보다 고소득이라고 할 수있다. 그러나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작품이다.『프로그램이 방송되면 반응이 옵니다. 특히 「경찰청사람들」을제작할 때는 현직 경찰들로부터 자신들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는 큰호응을 얻었습니다. 보람을 느끼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