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은 종합상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출실적1천억달러를돌파해서다. 지난 77년 수출실적 1백억달러돌파 축제행사를 범국민적으로 치른지 18년만의 쾌거다.그러나 이들 수출첨병들에겐 지난날의 실적에 안주할 수 없다. 안팎의 환경이 너무 어렵고 갈길이 아직 멀기 때문이다.우리나라 5대종합상사의 한축인 (주)쌍용의 안종원사장을 만나 수출전선의 근황과 경영전략을 들어봤다.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1일)한 직후라서 그런지 자신만만했고 말에 무게가 실려있는 듯 했다. 안사장은 쌍용재팬사장시절이던 93년11월부터 지난2월까지 주일 한국기업인연합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한 지일파. 그래서 대일무역 역조문제 등 그의 일본관은 남다르다. 안사장은 일본에서 일하기 전에 미국시장에서도 뛴 경험이 있다. 그만큼 미국과 일본시장에 대해 할말이 많다. 그는 뉴욕상사원시절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친 정력파다. 이런 근성으로 인해 외모와는 달리 「독종」 소리를 듣기도 한다.그는 지금 무거워진 쌍용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개혁의 칼을빼들었다.『그룹쪽에서는 너무 튀는게 아니냐고 걱정할 지도 모르지만 종합기업으로 거듭 태어나지 않는 한 (주)쌍용의 미래는 없습니다.』그는 자기자신에게 다짐하려는 것처럼 힘주어 말하고 허공을 응시했다. 일부 희생을 감수하면서 회사를 위해 「총대」멜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면 환율변동이 아주 심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엔화를 중심으로 환율기복이 심해 수출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과의 교역은 주로 달러베이스로거래하고 있고 엔화의 불안정은 우리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아요.▶ 내년도 경기를 불안정하게 보는 견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수출전망은 어떤가요.내년도 한국의 전체수출은 아시아지역의 호조로 15%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용은 중후장대형 및 첨단복합형의 플랜트프로젝트등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새사업을 시작할 방침입니다. 이는 종합무역상사에서 글로벌 프로젝트 오거나이저로 변신하려는 장단기 전략의 일환이지요. 이는 내년도부터 본격화됩니다. 수출시장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토대로 쌍용은 내년도수출목표를 올해보다 20%정도 늘려잡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종합상사 겨울의 시대라는데 우리의 처지는 어떤가요.일본의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종합상사가 찬바람을 맞기 시작한지1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일본상사들은 꾸준한 변신을 꾀했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아직도 고전하는 편입니다.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들은 우리보다 월등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전세계에 정보 및 생산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강력한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했고요. 이에 비해 우리 종합상사들은 아직기반이 취약하고 세계화와 현지화의 역사도 매우 짧습니다.▶ 그렇다면 종합상사의 활로는 무엇입니까.시장복합화에 의한 기능의 고도화로 신규수익을 창출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겠지요. 첨단산업과 유망분야에 대한 신규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습니다. 쌍용은 이를위해 경영인프라를 재구축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요즘 종합상사들이 사업다각화의 하나로 유통업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쌍용도 백화점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만.종합상사가 물류와 유통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쌍용은 소매유통분야중에서도 유행을 새로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백화점보다는 전문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양판점같은 것 말입니다. 우선 게임S/W 플라자를 계획중입니다. 일종의 S/W편의점이랄수 있는 이 전문점은 종전의 판매점들과는 격이 전혀 다를 것으로확신합니다. ”▶ 일본 종합상사들은 자원개발에 열심인 것 같은데 쌍용의 현황은 어떤가요.우리는 일본에 비해 자금력과 정보력의 열세로 자원개발사업이 아직 미미한 실정입니다만 지난 80년대말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눈을돌리기 시작해 지금은 상당히 진척된 편이에요. 쌍용은 베트남에서유전 및 규사광 개발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 탄광개발 인도식량개발 등 다른 상사에 비해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편입니다.▶ 사장으로 승진하시기 전부터 대대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진두지휘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핵심은 무엇인가요.혁신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조직혁신이에요. 세계시장에 나가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글로벌화의 선두에 설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해요. 그래서 해외생활 5~6년된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팀을 새로 짜고있습니다.둘째는 정보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지요. 그래야 적절한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풍부한 정보제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셋째는 인사부분입니다. 미국식경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인재를 육성 개발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별 전문가나 권역별 전문가, 기능별 전문가를 실전투입할 수 있는 개혁을 서두르고있습니다.▶ 지역별 또는 권역별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누는 건가요.미국본부를 비롯, 일본 중국권 아세안 유럽본부 등을 두는 겁니다.이것은 권역별로 권한을 위양하고 장차는 완전 독립시킬 계획입니다. 소본부는 외형이 5억달러,대본부는 10억달러를 기준으로 합니다.▶ 사실상 분사화인 셈이군요.그렇습니다.▶ 부단위의 조직을 팀제로 바꾸면 무보직자도 생기겠군요.적재적소의 원칙에 입각해 배치하다보면 다소의 희생은 각오해야합니다. 장차는 팀제에서 한발 더나아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수를 주는 능력급이나 연봉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능력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평가방법이 문제일텐데요.팀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의 객관화가 필수적입니다. 과거의 인사에는 주관적 요소들이 너무 많았어요. 앞으로는 이런 평가방법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그 하나가 다면성평가제도입이라고 봅니다. 그래야만 팀제도 운용의 묘를 살릴 수있어요.▶ 그룹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을 밀고 있는데 쌍용은 어떻게 협력하고있습니까.쌍용의 자동차산업은 범그룹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분야일뿐 아니라 종합상사인 쌍용의 입장에서도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 매우 긴요한 부문입니다. 따라서 쌍용은 글로벌 오거나이저로서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부문의 경쟁력확보에 기여한다는 게 기본목표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자동차판매 유망지역을 선정해 신규시장을 개척할 방침입니다. 특히 해외디스트리뷰터(영업소)와 합작 등을 통해 유통망을 구축하도록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현지조립시설을 활용한 CKD(완전조립)사업을 추진하고 주요지역에부품데포 및 A/S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각적인 협력체제를 강화할계획입니다.▶ 종합상사의 미래는 시장개척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어느곳에 주력하고 계십니까.쌍용은 이미 신흥시장이랄 수 있는 아시아시장에 주목해 사내전략회의를 열고 아시아중심전략을 발표한바 있습니다. 쌍용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있습니다. 한 예로 대중국수출은 작년대비 50%이상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중국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불과 4~5년만에 무역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앞으로는 인도 등 서남아지역과미얀마 라오스 등 인도 지나지역에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인도에선 단순수요개발보다는 사회간접자본 건설 현지생산 식량자원개발 등 투자개발쪽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았습니다.▶ 한일재계회의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3국에 진출하는 방안이 논의 된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있는지요.일본기업과 수평적 업무제휴를 통해 중국 등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종적인 업무나 기술제휴에서벗어나 상호의 기능을 보완해주는 전략적 제휴를 해나가는 거지요.쌍용은 한국기업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중국인도 베트남지역개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와함께 동남아상권을장악하고 있는 화교기업과 연계해 복합거래를 더 활발하게 추진할계획입니다.▶ 쌍용의 21세기비전을 소개해주시지요.세계연계경영을 축으로 삼아 글로벌 오거나이저 기능을 발휘하는국제적 초우량기업을 만드는 게 기본목표입니다. 2001년의 주요경영목표는 매출 13조, 수출 1백2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위해 해외지사를 1백여개로 늘릴 것입니다. 특히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위해 1조원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계 플랜트 중공업 석유화학 철강금속 자원개발 등 6대분야를 선정하고조직도 이에 맞도록 개편해나갈 방침입니다.▶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돈독한 인간관계가 눈앞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사업관과 리더십의기본은 희생과 봉사라는 점을 사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통해 세계인류의 공동번영에 이바지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지요.▶ 비자금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특별히 할말이 없어요.다만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21세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어요. 우리의라이벌인 일본이 주춤거릴 때 한국이 빨리 뛰어야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이제 아시아지역에서의 맏형역할을 해야할 준비를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