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경기가 심상치않다. 올들어 호황을 누려왔고 지금까지도 괜찮은 편이긴 하나 경기 사이클상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철강경기의 후퇴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테인리스 강판의 경우엔 이미 지난 8월부터 수요증가세가 둔화됐다. 포철은 중간재인 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의 가격인하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물건이 없어 선금에 웃돈까지 얹어주어야 했던 지난 상반기와는 전혀다른 상황이다. 스테인리스 강판 뿐만이 아니다. 일반 자동차 전자등에 많이 들어가는 일반 냉연강판에도 빨간 불이 켜졌으며 건설자재인 H형강등도 판로확보를 위해 수입품과 가격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컬러강판과 같은 특수용도 강판이 여전히 판매호조를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서서히 하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고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철강경기의 둔화조짐은 물론 국내제조업경기의 위축에 따른 것이다. 자동차 전자 기계 조선등 주요철강산업의 성장 감속이 철강경기의 하강조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얘기다. 철강경기의 둔화는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제조업경기의 하강을 예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내수가 시원찮으면 수출로 돌파구를 열어야하는데 수출시장 또한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 그렇다.국제 철강시세는 세계최대 철강수입국인 미국이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로 눈길을 돌리면서 하락세로 반전됐다. 국제 강판가격의 기준이 되는 유럽업체들의 핫코일 수출가격은 지난달말 t당3백~3백40달러 (FOB기준)로 3~4분기의 피크 때보다 무려 30% 가까이 떨어졌다. 3백달러 이하에서 오퍼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최근들어서는 전통적 수출국인 호주 브라질등의 수출물량도 늘리는 추세고 대만까지 수출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국내업체들이 안방처럼 여겨온 동남아시장, 그러다보니 동남아시장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태국 홍콩 등의 핫코일 가격은 CIF기준으로 t당 3백30달러까지 내려갔으며 이로인해 高價정책을 펴온 국내업체들은 현지 수요업체들로부터 가격인하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시황이 이처럼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규설비의 본격가동등으로 내년 국내업체들의 철강생산은 올해보다 크게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연산 4백만t 규모의 한보철강 박슬라브공장의 가동이 제궤도에 올라설게 분명하고 포철의신제선(60만t) 공장도 상반기중에는 거의 풀가동체제를 갖춘다. 산업연구원(KIET)은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설비의 잇단가동으로 생산은 지속적으로 늘어 경기둔화현상은 시간이 갈수록확연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만 봐도 상반기엔 그래도 내수증가율이 6.0%로 생산증가율 5.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엔 거꾸로 생산증가율이 7.3%로 수요증가율 4.3%를 대폭 상회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측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수출을 늘린다해도 수요위축및 생산증가에 따른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