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주식투자자들의 심정은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노래제목과 꼭 맞아 떨어진다』어느 증권사 지점장의 말이다. 투자자들은 한달간이나 떨어지던 주가를 보고 그만 기가 막혀버렸다는 뜻이었다.올해 초를 돌이켜 보자.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매년 그랬듯이핑크빛 주가전망을 했다. 그러나 일년이 다 지나가도록 끝내 꿈은채워지지 않았다.지난 10월 증시는 한때 연초 주가지수인 1,013선을 회복하면서 연말의 강세장이 기대되기도 했다. 곧이어 노태우 비자금사건이 터지면서 주가는 무려 9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을 울렸다.그렇게 한국증시에 자신만만하던 미국 영국 홍콩 등의 외국 기관투자가들도 한국주식을 무려 2천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자금을 회수해갔다.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삼성전자 주식마저 프리미엄도 없이 수십만주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이는 지난 92년초 외국인에게한국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허용된 이래 거의 없었던 기현상이었다. 삼성전자외에도 제일제당(우) 진로 엘지화학(우) 하나은행 대우증권 등의 주식들이 외국인 투자한도에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물론 삼성전자의 인기하락은 미국의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의 부정적인 반도체경기 분석결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영향을 받았다.지난번 외국인 투자가들의 증시이탈의 주원인은 무엇일까. 역시 비자금사건 등으로 인한 정부 및 관련기업들의 신용평가 절하였다고하겠다.일반적으로 과거에 증시외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 돌발사건이 발생하면 주가는 소폭 하락한 뒤 2~3일내에 회복되어 증시의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러한 돌발사건은 해당국가의 신용위험도(CountryRisk)를 증대시키게 된다. 『우리 회사는 세계 어느 국가의 증권시장에도 투자를 한다. 그러나 컨트리 리스크가 큰 나라는 피하며특히 정치적 불안이 있거나 부정부패한 경우는 거의 투자를 하지않는다』 뉴욕에 있는 어느 유명한 국제투자관리회사의 펀드매니저가 소개해준 투자기준의 하나다. 그는 24시간 세계 각지역의 뉴스와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투자이익이 위험보다 큰 외국의 주식이나 채권 옵션 금융선물 등을 찾는다.◆ 위험한 장사, 수익도 크다전쟁 정변 스캔들이 있는 국가는 금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꾸로 그런 사태로 일시 폭락한 증시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들어가바겐 헌팅을 하기도 한다. 지난 90년 8월 걸프전으로 세계주가가출렁거렸을 때도 재미를 본 국제적 기관투자가들은 많았다.컨트리 리스크 지표로는 미국의 「무디스」사나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의 신용등급 평가가 있다. 얼마전 무디스사가 신한은행의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하향조정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그만큼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또다시 5.18특별법 제정 추진으로 증권시장도 일시적으로 출렁일지모른다. 게다가 내년도 산업별 경기둔화전망과 무역수지 1백억달러적자등 증시환경이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금리에다 전국민의 노력속에 「정직한한국의 이미지」 구축으로 주가상승의 큰 물결이 새해에 다시 일어나리라고 믿는다.증권시장이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주식을 사야 최고의 수익을 올릴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투자격언(Buy when there is bloodin the streets)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