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전선 이상없나」. 올들어 외채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외채관리에 노란불이 켜졌다. 지난 6월말 현재 총외채는 7백2억달러.작년말보다 1백34억달러(23.6%)나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대외자산은 4백65억달러에서 5백29억달러로 64억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이에따라 총외채에서 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는 1백3억달러에서1백73억달러로 68.0%나 급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말에 총외채는 7백50억달러로 늘어나고 내년엔 8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89년 순외채가 30억달러로 떨어지면서 「강건너 불」이 됐던 외채문제가 다시 「발 등의 불」로 떠오른 셈이다.◆ 정부측 “우려할 수준 아니다” 주장올들어 외채가 크게 증가한 것은 경상수지가 큰폭의 적자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1~9월중 경상수지적자는 80억달러에 달했다.작년 연간 적자 45억달러보다 77.8%나 증가했다.게다가 원화의 대미(對美)달러화 환율은 달러당 20원30전(2.6%)이나 떨어졌다(원화가치상승).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면 환율은오른다는 경제원칙과는 달리 경상적자속에서도 환율은 오히려 하락, 경상적자폭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안정과 1인당국민소득 1만달러달성에 환율안정이 정책순위에서 밀린 결과였다.외채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는 그러나 『외채는 아직 우려할수준이 아니다』(윤증현 재정경제원 금융총괄심의관)라는 태도를견지하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외채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원리금 상환규모도 아직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총외채가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6월말 현재 16.2%에 불과하고 순외채의 대GNP비율도 4.0%에 그치고있다. 또 외채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외채상환부담률(DSR)도 6.2%에머물고 있다. 「외채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외채문제가 심각했던80년대 중반 22%(85년)~31%(87년)에 달했던 것에 비해 매우 안정된수준이다.그러나 외채문제는 마음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우선 현재 큰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상수지가 앞으로 2~3년안에 균형 또는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경상적자가 쌓이면 외채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경상적자에해당하는 양만큼 해외에서 현금을 빌려와야 하기 때문이다(자본수지흑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상수지가 내년에도 50억~6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연구소들은 적자폭이 올해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며 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경상적자 지속땐 안정성장 위기또 내년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앞두고 자본자유화가 확대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자유화로 단기유동성자금인 핫머니(hot money)의 잦은 유출입으로 국내 자금시장은 물론 거시경제전체의 불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순외채가 외화보유고보다많을 경우 「나라가 부도를 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80년대 중반에는 중동국가의 오일머니와 일본의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등 장기안정자금이 있었다.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관도 국제간 자금이동의 안정성을 어느정도 보장해줬다. 상황이 변한만큼 『GNP 대비 외채비율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얘기다.빚(경상적자)을 담보로 해선 경제의 안정성장을 지킬수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벤자민 프리드만은 <심판받는미국경제(Consequences of American Economic Policy under Reaganand After) designtimesp=19974>라는 저서에서 『80년대 미국의 경제적 번영은 빌어온돈(재정적자와 경상적자)을 담보로 이루어진 환상』이라고 통박했다.지난 11월 미국 연방정부가 1주일 가량 메조업중단? 상태에 빠졌던 것도 근본적으로는 메빚?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외채관리에 켜진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지 않도록 미리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경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