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의 하나인 편의점업계에 탈프랜차이즈 바람이 불고 있다. 상품 공급과 판매 재고관리 등 편의점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본사가 전담하는 프랜차이즈형 대신 편의점주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볼런터리형(Voluntary)이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진로베스토아의 「진로베스토아」와 개인 점주들의 모임인 전국편의점경영자협회(이하 전편협)의 「프렌즈」 등이 볼런터리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한 진로베스토아는 사업개시 1년만에 가맹점만 1백94개를 모집, 관련업계를 놀라게 하고있다. 직영점을 포함한 진로베스토아의 매장은 11월말까지 2백46개. 올해말까지 가맹점만 2백5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진로베스토아의 매장수가 얼마나 급격하게 증가했는 지는 다른 업체의 신규 출점 매장수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진로베스토아가 올 8월말까지 신규 출점한 매장수는83개. 이 숫자는 같은 기간중 진로베스토아를 비롯한 훼미리마트LG유통등 10대 편의점업체가 새로 출점한 2백42개매장의 34.3%를차지하는 것이다.편의점 본사와 마찰을 빚고 본부에서 탈퇴한 점주의 모임인 전편협도 독자적인 편의점 체인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현재 8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명의 전편협 준회원이 매장을 오픈하기위해 준비중이다. 전편협은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탈퇴한 점주들을대상으로 체인사업을 시작했으나 앞으로는 일반인 대상으로 가맹점모집을 확대할 계획이다.볼런터리형 편의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말부터다. 편의점 운영 본부와 개별 점주간의 분쟁으로 점주들이 프랜차이즈 계약을 파기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프랜차이즈형의 대안으로나타난 것이다. 그런만큼 프랜차이즈형에서 점주들이 불만스러워하는 계약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 특징. 프랜차이즈형보다 점주의수익성과 자율성을 높인 것이다. 프랜차이즈형의 경우 본부에 주고 있는 로열티가 너무 많아 점주의불만이 심했다. 본부가 챙기는 로열티는 매출이익의 35%. 35%의 로열티가 어느 정도인지 편의점의 평균 매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한국편의점협회가 전국의 편의점 1천7백2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편의점의 하루평균 매출액은 1백47만원이었고 매출이익은 27.3%였다. 편의점주는 하루에 약 40만원의 매출이익을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중 35%인 14만원 정도가 본부 몫이다. 전체 매출액의 약 10%인 셈이다.한달 단위로 계산하면 편의점당 매출이익은 1천2백만원이고 로열티는 4백20만원이다. 결국 점주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대략 7백80만원. 이 정도면 넉넉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편협의 최성림회장은 『점주가 취하는 매출이익에서 매장 월세와 전기료 인건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한다. 연중무휴로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유통 서비스 업종에 비해인건비 지출이 많아 매월 경상비가 6백만∼7백만원 정도 나온다는설명이다.로열티 부담보다 점주들이 더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점포 운영에자율성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그 날의 매출액을 본부로 송금해야 하고 늦게 송금할 경우에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본부는 한달에 한번씩 점주로부터 송금받은 금액중 로열티와 상품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점주에게 보내준다. 기껏 자기 사업하려고 편의점을 시작했는데 월급 받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 받는 것이다. 문제는 로열티를 제외한 금액이 적자일 경우도 많다는 것. 상권을 분석할 때 예상했던 매출액보다 실제 매출액이 적을 경우 점주는 적자행진을 계속하게 된다.그러나 적자가 계속된다고 장사를 그만둘수도 없다. 계약기간이5∼10년의 장기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간에 탈퇴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약금 액수는 12개월치의 로열티다. 하루 매출이1백47만원이었을 경우 약 5천만원 정도의 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점주 입장에서는 매장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합쳐 대략 1억5천만∼3억원을 투자했는데 그만 두면서 다시 수천만원의 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볼런터리형은 점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계약 조건을 모두 없앴다. 상표와 상호 인테리어 등을 통일적으로 하고 상품도 본부에서 공급하되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상품 종류와 수량 등은점주 자신이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또 상품을 1백% 본부에서만 공급받아야 하는 프랜차이즈형과 달리 다른 곳에서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고 계약 해지도 아무때나 할 수 있도록 했다.로열티가 없다는 점도 점주를 끌어들이는 요인. 진로베스토아의 경우 따로 로열티를 받지 않고 상품을 공급할 때 공장출하가에 붙이는 7%의 마진으로 로열티를 대신했다. 편의점 본부와 점주간의 분쟁이 됐던 계약조건을 모두 없앤 셈이다.◆ 볼런터리형 편의점 No로열티 매력진로베스토아의 조정환이사는 『볼런터리형은 경영자가 자신의 점포를 자신의 방식대로 운영할 수 있는데다 로열티가 없어 순이익률이 프랜차이즈형보다 4% 가량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전편협의 프렌즈는 점주들 스스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의체를 결성, 체인사업을 시작한 경우다. 다른 편의점이 기업형인데 반해 개별 점주간의 협동 시스템인 셈이다. 프렌즈 본부는 가맹점으로부터매월 10만원씩 회비를 걷는 것으로 로열티를 대신하고 있다. 회비가 싸긴 하지만 가맹점에 대한 상품 공급 업무와 본부와 가맹점을연결하는 전산시스템 구축 등 가맹점에 대한 필수적인 경영지원을하고 있다.가맹점 탈퇴라는 홍역을 치른데다 볼런터리형이 급성장하자 프랜차이즈형 편의점들도 프랜차이즈 계약을 다양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점주가 매장 임차료와 인테리어비 등을 부담하고 로열티를 매출이익의 35%로 했던 기존의 제1타입에서 탈피, 2타입 3타입이라 불리는 위탁방식 계약을 지난해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1타입은 점주의 초기 투자액이 1억5천만∼3억원으로 많아 매출액이 적을 경우상대적으로 불만이 더 많았다는 게 프랜차이즈 본부측의 분석이다.2, 3타입은 본부가 직접 점포를 임차하고 인테리어를 한뒤 그 매장을 점주에게 위탁하는 방식이다. 2, 3타입은 점주의 초기 투자액과본부에 지불하는 로열티에서 차이가 난다. 2타입은 점주가 계약보증금조로 6천5백만원을 본부에 납입하고 매월 매출이익의 45%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3타입은 점주의 투자액을 2천5백만원으로 낮추고 로열티를 매출이익의 65%로 높인 것이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김정부이사는 『최근 새로 출점하는 프랜차이즈형 편의점 매장은 대부분 2, 3타입』이라고 말한다.2, 3타입은 로열티가 많긴 하지만 점주의 초기 투자금액이 적어 적자가 나더라도 점주의 위험부담이 1타입보다 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최근 볼런터리형 편의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급성장 행진을 계속할지는 미지수다.볼런터리형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볼런터리형은본부의 힘이 약해 상품 구성, 재고 관리, 시스템 개발 등 경영관리측면에서 프랜차이즈형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가맹점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이에 맞는 운영시스템을 개발, 점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수행해야 하는데 볼런터리형은 본부와 가맹점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재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는 약점도 가지고있다.이와 함께 점주 개인이 상품 구입선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자료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도 크다. 이 점은 프랜차이즈형 편의점이 강조하는 볼런터리형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즉 무자료 상품거래가 막혀 있어 세금에 그대로 노출되는 점이 프랜차이즈형에 대한 점주들의 주요한 불만 사항이라는 것이다.볼런터리형이든 프랜차이즈형이든 각 시스템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각자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 나가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 소개된지 7년이 지나도록 적자를면하지 못하고 있는 편의점업계의 문제를 공동으로 지고 있는 만큼함께 발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맹점 탈퇴라는 편의점업계의 진통도 본질적으로는 매출액이 적어 적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의 편의점이든 편의점업계 전체의 파이량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