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주립 대학교는 미시간의 주도인 랜싱에 위치해 있다. 주도라는 말이 주는 도시적인 느낌과는 달리, 공부 빼고는 할 일이 없다는 학생들의 푸념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더할 나위 없이 평화스러운 그야말로 University Town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어울리는곳이다.단과별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농대가 거의 미국 최고의 수준이고, 회계학과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만 5천명이 넘는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TV방송국까지 갖추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압권이다. 또한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발간하기 시작한 대학 신문의 명성 때문에 저널리즘도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교내의 심리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 심리학과의 위용도 대단하다.처음 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 어마어마한 캠퍼스의 크기와아름다움에 압도당했다. 학교안에 강이 흐르고, 숲이 있고, 토끼와다람쥐들이 뛰어다니고 하는 광경은 정말 감동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한 일은 자전거를 장만한 일이었다. 학교가 워낙 넓다보니 걸어 다닌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뿐아니라, 교내에서 운행되는 전용버스가 있긴 했지만 건강한 젊음을발산하며 달리는 자전거의 무리속에 끼여 달리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은 나에게 메좋은 환경이 제공하는 혜택?이란것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학교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인생을 즐기는 그네들의 태도는 특히 나에게 깊은 인상을심어 주었다. 단과 대학별로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없고, 컴퓨터 실습실이 도처에 개방되어 있어서 개인 컴퓨터 없이도 쉽게 컴퓨터를이용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풍요로움도 좋았지만 나는 그보다는잔디밭에 한가로이 누워서 책을 읽거나 강가에 나란히 앉아서 토론하는 미국 학생들을 대할 때가 더 좋았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속해서 그런 종류의 여유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고감사하게 생각되었다.우리 학교에는 캠퍼스를 가로질러 흐르는 레드 시다라는 이름의 강이 있었는데 봄과 가을에는 카누타기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여름에는 선탠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될 뿐아니라 겨울에는 꽁꽁 얼어 붙어서 아이스 하키를 즐기려는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청둥 오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카누를 타고 가다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을 발견했을 땐 얼마나 놀라고 즐거웠었는지 나는 지금도생생히 기억한다.또한 계절에 따라서 흥미를 끄는 여러가지 일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봄은 소프트볼의 계절로 기숙사별 대항전이 열리곤 했고, 여름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야외 수영장이나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피서를 가고, 가을에는 풋볼 게임때문에 학교가 온통 떠들썩해지고, 겨울에는 우리학교 농구팀의 전적이 온통 화제의 중심이 되곤 했다. 학교에는 목장이 딸려 있어서 원하는 사람은 승마를 배울수도 있고, 학교 골프장에 가면 7천원 정도의 돈으로 18홀을 도는것이 가능했다. 주위엔 언제나 활기차고 새로이 도전해 보고 싶은일들로 가득차 있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는 충족감에 하루하루가즐거웠다.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운 환경이 베풀어 주는 혜택외에 내가 미국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숙련하도록 고무하는 그들의 학습방식이었다. 언어가 커다란 장벽으로 느껴지는 내게 프레젠테이션과 클래스 디스커션 위주의 학습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었지만, 암기위주의 교육을 통해서 지식을 받아들일 줄만알고 어떻게 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몰랐던 내게는 정말 귀중한 배움이었다. 나는 비로소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는 고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된 셈이어서 나 개인으로서는 가장 큰 학문적인 진전을 가져온 셈이었다.누구에게나 뒤돌아보면 돌가가고 싶은 아름다운 날들이 있다. 메젊음?이라든지 메청춘?이라든지, 혹은 메정열?이나 메순정?이라는 말과 어우러져 늘 함께 떠오르는 미시간에서의 시간들과, 작은일에도 감동되고 소소한 일에서 즐거움을 찾던 나…. 그 아름다운추억들이 나에게 힘이 되고 또 살아있는 나날들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