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산업 교두보 영화관을 선점하라. 수입영화 국산영화 등 다양한영상 소프트웨어(S/W)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영화관을 확보하려는대기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 대우 현대 LG 등 이미 영상산업에진출한 대기업들은 전국적인 극장망을 구축하기 위한 은밀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삼성그룹은 최근 전자 물산 등으로 분산된 그룹내 영상사업부문을영상사업단으로 일원화시켰다. 멀티미디어 유선방송 CD-롬(ROM) 등을 통합, 영화 테마파크 등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에 전력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이같은 사업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단계로서 지난94년 하반기부터 명보극장을 임대 운영해 오고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명보극장의 5개 개봉관중 3백70석과 4백30석 규모의 2관과4관을 내년 8월까지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은 작년한해동안 이 두 임대관을 통해 약 1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서울소재 개봉관중 서울극장과 피카디리 극장 다음가는 매출액이다.◆ 대우, 세계10대 종합영상정보서비스회사 목표명보극장과 별도로 삼성은 98년까지 수도권 부산 대구 광주 대전등 주요도시에 4백여억원을 투자, 10여개의 영화관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에는 강남 강북 영등포 등 3곳에, 수도권에는 분당과 수원에 영화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에 각각 극장을 확보할 전략이다. 특히 분당과 수원의 영화관은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건설하는 유통센터내에 설치할 계획이다.쇼핑 오락 문화 등을 제공하는 유통센터의 일부분으로 극장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영화관 개장에 각각 30억원과 13억원을책정해 놓은 상태다. 또한 올 상반기중에 30억원을 투자, 대전지역에서 극장을 임대할 예정이다.대우그룹도 영화관 확보에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다. 영상사업부문을 (주)대우로 일원화한 대우그룹은 작년 10월 씨네하우스를 3백억원에 매입했다. 10년간 1조 6천억원을 투자, 세계 10대 종합영상정보서비스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의 첫단계조치였다. 대우는 씨네하우스를 최첨단 복합영화관으로 개조한다는 목표하에 3월부터 6월까지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3백대 규모로 주차장을 확대하고 의자와 영상 음향 등 모든 시설을 올해안에 최고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다.대우그룹은 씨네하우스 이외에도 올해안에 전국적으로 10여개의 영화관을 매입 또는 임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복합영화관으로건설중인 부산 제일극장 개봉관중 한 곳을 임대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대구시 문화동에 건설중인 대우센터 빌딩에 건축이 완성되는97년말이나 98년초 1천2백여석 규모의 영화관을 오픈할 계획이다.계열사인 금강기획을 통해 영상산업에 진출한 현대는 삼성이나 대우에 비해 영화관 확보 실적이 다소 뒤떨어지는 편이다. 지난해 중순 10여명으로 극장사업팀을 발족시킨 금강기획은 올해안에 직영영화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그룹소유 부지에 4백40여평 규모의 13층짜리 건물을 지어, 이중 일부를 영화관으로 운영할 방침이다.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인데 지하 1,2층과 지상 3,4층을 영화관으로 사용하며 나머지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서울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한후 부산 대구 등을 차례로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LG그룹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영화관 확보방안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LG미디어에 영화팀을 발족시켰고 금년 상반기에외화 4편을 수입 배급할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영화산업의경험을 쌓은 후 영화관 확보 계획을 마련할 전략이다.벽산그룹은 김인득 명예회장이 영화관 운영으로 오늘의 사세를 일으킨 관계로 영화관 확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한때 피카디리극장과 단성사를 소유하기도 했다. 지금도 서울과부산에 다수의 개봉관을 보유하고 있다.벽산은 현재 서울 명동에 1천석 규모의 중앙극장과 상계동에 5백석규모의 유토아극장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작년 10월 대우그룹이인수한 씨네하우스 4관을 앞으로 5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목좋은 극장’은 짭짤한 투기?부산에도 1천6백석 규모의 부영극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97년 개봉을 목표로 국내 최대규모의 대영극장을 재건축중이다. 2천년까지대구 대전 등을 비롯한 전국에 10여개의 영화관을 체인화할 방침이다. 벽산의 영화관사업 주체는 (주)화인으로 「구미호」 「해병묵시록」 등의 방화를 제작 지원한 바 있다. 금년부터는 외국영화를본격적으로 수입, 이들 영화관에서 상영할 방침을 확정지은 상태다.국내 비디오 시장의 17%를 차지하는 SKC는 채산성 악화로 94년 하반기에 서울 르네상스 극장 경영에서 손을 뗐다. 직영 영화관 확보보다 지방상영관을 단일한 배급망으로 조직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보이고 있다. 흥행이 보장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조건으로 지방업체를 묶어보자는 계산이다. 이밖에도 건영이 건영옴니백화점내에 3백석 규모의 개봉관 3개를운영하고 있다. 옴니레포츠사에서 운영중인 이들 개봉관은 쇼핑 레저 영화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전생활백화점」의 일부문을담당하고 있다. 대기업의 유통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어 이같은 유형의 개봉관 운영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대기업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영화관 확보에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영화관 운영이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인가. 대기업 극장사업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영화관 운영만으로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영상산업의 교두보를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할수 있다. 한마디로 영상산업에 진출한 대기업이 자체 영상S/W를 안정적으로 상영하는 개봉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영상산업의 시장 구조도 대기업의 영화관 확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봉관에서 성공해야 비디오와 케이블TV 등에서도 값비싸게 판매되는 시장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SKC 영상사업부의 강현수 대리는 『극장상영 비디오와 비디오시장에 곧바로들어온 비디오의 판권가격은 비교가 안된다』며『다목적용도(One-Source Multi-Use)전략의 첫단계로서 극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고객에 대한 기업의 서비스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얘기도 들린다.삼성 영상사업단의 최규환 대리는 『사실 영화관 운영을 통해 이윤을 남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럼에도 최고급 음향설비나 스크린, 넓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이라고 강변한다.문화사업을 빙자한 부동산 투기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서울이나지방 주요도시의 도심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비판여론 없이 인수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극장확보가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어쨌든 영화관을 선점하려는 대기업들간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위 「목좋은」영화관은 한정돼 있고 영상산업의 매력에 이끌린 대기업들의 신규 참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