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근 지표상으로 뚜렷히 나타난다. 일례로 95년 10월 중소기업의 생산증가율은 20개월만에 가장 낮은 8.0%를기록하여 전달의 9.8%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10%선을 넘지 못했다.여러 가지 분석자료에서 잘 나타나 있는 것처럼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등 경영내부요인과 정부 대기업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영외적 요인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이중에서도 운전자금 부족에 따른 자금난은 중소기업 대다수가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중소기업시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다각적으로 지원시책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자금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95년에 정부가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7차례에 걸쳐 지원한 한은긴급자금의 대출이 매우 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진건설부도로 타격을 입은 대전 충남지역에 9월부터 2백억원이 지원됐으나 두달이 넘도록 고작 6억원이 대출되는데 그쳤고 미화주택과세일종합건설부도로 피해를 입은 제주지역에서도 대출금이 긴급지원자금액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결국 이들 지역의 피해업체가 주로건설관련회사들이어서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탓에 은행들이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는게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자금난의 또다른 이유는 금융실명제에서 찾을 수 있다. 갑작스런실명제 실시로 사채시장 자금공급의 상당부분을 담당해온 검은 돈이 제도금융권으로 유입되도록 강요당한 것이 중소업체의 자금난을가중시킨 것이다. 중소기업은 담보부족과 낮은 신용도등으로 제도금융권의 이용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사채시장에 크게 의존해온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긴급운전자금 지방중소기업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등 몇가지 보완조치를 강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로 빠져나간 자금공백이 워낙 커서 중소기업자금난을 가중시킨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따라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손 쓸 부분은 현재의 경영악화가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력약화때문인지 경기둔화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인지를 가려 유망중소기업이 운전자금부족으로 도산하는 사태를 막는것이다.이를 위해 다소 통화량관리의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나 상업어음할인을 확대하고 진성어음은 은행에서 100% 할인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현행 결제형태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어음방식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현금비중을 늘릴 수 있는 정책방안도 모색해야한다. 또 최대의 난제로 꼽히는 금융기관의 담보부대출관행을 지금부터라도 혁신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신용대출을 악용하여고의로 부도를 일으키는 경우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기업주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면 신용대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중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신용대출과 관련, 신용보증기관의 신용조사방법의 개선도 시급한과제라 할 수 있다. 즉 신용보증에도 기업가정신을 발휘, 성장유망업종에 대해서는 심사지표를 우대하고 재무구조보다는 경영자의 능력 사업성위주의 심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또 다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인 인력난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개선이 급선무다. 임금 근로조건 복지제도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부도증가등 경영악화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오히려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경영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중소기업사례를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소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또 종소제조업체 신규취업자에 대한 일정기간의 소득세감면 전문대학등의 입학우선권부여등은 좋은유인책이 될 수 있다.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하에서는 업종별 지원이 제한되고 있어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술개발분야에 대한 지원강화가매우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