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은 매스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했다.「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기대속에서 「뷔페식 TV」란 설명과 「뉴미디어시대의 총아」란 찬사가 뒤를 이었다.웬만한 대기업들은 모두 케이블방송에 관심을 기울이며 사업참여를검토했다. 방송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앞서 21세기에는 영상소프트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영상소프트를 확보하고 있으면 어떤 하드웨어가 나와도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사업초기의 막대한 투자비용과 적자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케이블방송에 진출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아직까지는 케이블가입자수가 적어 안정적인 방송궤도에 있다고 볼수 없지만 이들은 경쟁구도속에서 케이블방송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고 있다.현재 대기업들이 단독 혹은 대주주로 사업주체가 돼 운영하고 있는케이블방송에는 현대방송(금강기획) 대우시네마네트워크(대우전자)두산슈퍼네트워크(두산) Q채널(제일기획, 현재는 삼성영상사업단)캐치원(삼성물산, 현재는 삼성영상사업단) 동아텔레비전(동아)GTV(진로) A&C(코오롱) 코리아음악방송(현대전자) 하이쇼핑(LG)등이 있다. 종교분야의 채널이나 바둑 스포츠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기업들이 케이블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 가입자수 기대치 미달대우시네마네트워크(DCN 채널22)와 캐치원(채널 31)은 영화전문채널로 대우와 삼성의 경쟁양상이다. 대우전자의 DCN은 10여년전부터홈비디오사업을 통해 다져온 영상소프트분야의 기반을 바탕으로 하루12편정도의 영화를 방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평일과 휴일을모두 종일방송체제로 전환했다. DCN은 <원초적 본능 designtimesp=20043> <늑대와 춤을 designtimesp=20044>등 히트외화 5백여편과 7백여편의 한국영화를 확보하고 있다. 영화제작에도 직접 참여해 <마누라죽이기 designtimesp=20045> <너에게 나를 보낸다 designtimesp=20046> 등을 방송개시전에 완성했으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designtimesp=20047>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designtimesp=20048> <아메리칸 드래곤 designtimesp=20049>등이 개봉됐거나 현재 제작중에있다.삼성물산이 시작했던 캐치원은 케이블방송중 유일하게 유료채널로운영되고 있다.<스피드 designtimesp=20052> <매버릭 designtimesp=20053> <컬러 오브 나이트 designtimesp=20054> 등 할리우드 흥행작과 <젊은 남자 designtimesp=20055> <태백산맥 designtimesp=20056> <게임의 법칙 designtimesp=20057> 등 한국영화 최신작 등 1천여편의 영화를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지난 91년 설립한 방송전문제작사 (주)스타비전을 통해 연5편이상의 프로그램도 제작할 계획이다. DCN과 캐치원은 할리우드 영화배급사들과의 공급계약에서도 팽팽히맞서고 있다. DCN이 콜롬비아 트라이스타 MGM 폴리그램 홍콩TVB등과 독점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캐치원은 워너브라더스 20세기폭스사및 유니버설등과 계약을 체결했다.제일기획이 운영하다 삼성영상사업단으로 통합된다큐멘터리채널(Q채널 채널25)까지 삼성은 두 개의 케이블방송을하고 있다.현대도 오락과 음악분야에서 두 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쇼 교양 만화 영화등 뉴스보도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프로를 편성하고 있는 현대방송(HBS 채널19)은 금강기획의 전액출자로 출범했다. 2백명이 넘는 인력을 확보하고 국내최대인 2백40평규모의 스튜디오와 각종 방송장비를 갖추는데만 2백10억원이란 큰 비용을 투자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기존 공중파방송과의 경쟁도 가능해 보이는몇안되는 케이블채널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현대는 (주)현대음향등 4개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진출한 코리아음악방송(M21 채널21)을 통해서도 영상소프트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팝뮤직을 주로 방송하는 뮤직네트워크(채널27)와는 달리 한국가요에도 비중을 두고 있으며 1년이상 매달10여편씩 국내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다.두 개의 여성채널인 동아텔리비전(DTV 채널34)과 GTV(채널35)에는동아그룹과 진로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레저 취미 교양 오락 예술 등 폭넓은 내용의 프로를 편성하고 있다.GTV의 경우 20~30대 신세대여성을 주대상으로 다큐멘터리 토크쇼미니시리즈 등을 70%, 고급문화예술프로를 30% 방영하면서 기존 공중파에서 방영이 제한됐던 육아 미용 패션 등을 통해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이밖에 두산그룹의 (주)동아출판사가 사업주체로 돼 있는 두산슈퍼네트워크(DSN 채널23)는 오랜 교육출판사업을 배경으로 중고교학습외국어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편성비중은 중고교학습과 외국어등 사회교양을 각각 50%로 잡아놓고 있다. 「마광수의 문학이야기」 영어강사 오성식 등의 회화강좌 등을 간판프로그램으로내세우고 있다.◆ 현대방송, 기존공중파 방송과 경쟁도 가능코오롱그룹은 문화예술전문채널인A&C(채널37)를 통해 케이블방송에가세하고 있다. 3백~4백시간분량의 프로그램을 자체제작하는등 현재 1천여편의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으며 평일 12시간 주말 15시간등 주당 90시간정도를 방영한다.LG그룹은 LG정보통신이 홈쇼핑채널인 하이쇼핑(채널45)의 대주주로참여,한발 늦게 케이블방송에 나섰으나 방송의 성격이 프로그램을통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분야인 관계로 알짜배기채널을 확보했다는평가를 얻고 있다대기업의 케이블방송사업은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밑빠진 독에 물붓는 식으로 투자액을 갉아먹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하고 있는 전송망설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케이블가입자수가 기대치에 크게못미치고 있는 것이다.한국케이블TV협회에서는 지난 연말 가입자수가 50만을 넘어섰다며축제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업계관계자들은 가입자가 50만을 넘었다해도 몇가구가 유료가구인지 미심쩍어하고 있다.이에따라 HBS등 몇몇 채널을 제외하곤 광고영업이 전혀 이뤄지지않고 있어 지난해에는 한 개 채널당 월평균 10억원정도씩의 적자를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케이블방송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그러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다양한 부대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반과 노하우를 축적해가고있다. 예를 들면 A&C는 자체제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하고 문화의 달 등에 이벤트행사를 벌이거나 지방순회 연주회등을 기획하는등 케이블방송참여로 가능한 각종 시너지효과들을 창출해가고 있다.무엇보다도 방송인력과 장비 노하우를 쌓아 법이 허용할 경우 위성방송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점은 쉽게드러나지 않는 비싼 수업료의 대가라는 지적이다.★ 인터뷰 / 박성호 (주)동아텔레비전 편성제작국장▶ 「장미빛전망」과 함께 출범했지만 케이블방송업체들이 큰 폭의 적자를 면치못했는데.『광고주들은 최소 1백만가구는 돼야 광고효과가 있지 않느냐고얘기하고 있습니다. 올연말까지는 이 정도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예상하고 있으며 98년부터는 흑자로 전환시킬 전략입니다.』▶ 최근 영화사업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다른 부대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까.『영화사업과 함께 여러가지 관련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프로그램을 비디오나 CD에 담아서 판매할 계획입니다. <열창스타탄생 designtimesp=20078>이란 프로그램의 연말결선을 통과한 4명이 최근 가수협회등록을마쳤으며 이들의 음반제작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성채널이란 명칭에서부터 남성을 소외하고 있는 방송이란 느낌을갖게 되는데.『우리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살아온 것은 어느정도 사실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여성을 위한 방송의 출현은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사회각계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하면서 성을 구분한다는 것이 우스운 것이고 오히려 가정채널이라는 개념에서 파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외국에도 여성채널같은 것이 있습니까.『여성채널이라고 못박은 채널은 없습니다. 동아텔레비전(DTV)이프로그램공급계약을 맺은 미국의 라이프타임방송이 대표적인 가정채널입니다. 』▶ GTV도 여성채널인데 어떻게 차별된다고 봅니까.『우리와 경쟁관계에 있지만 그것은 선의의 경쟁일 뿐 어떤 대립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GTV쪽에서는 패션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표방하고 있고 우리는 생활정보를 줄 수 있는 채널이란 인식을 심는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폐기됐지만 정부의 통합방송법안이 프로그램공급자들을 방송사업자에서 제외시키고 있는데.『프로덕션과 프로그램공급자(PP)들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프로덕션은 제작을 주로 하는 것이고 PP들은 제작도 하지만 편성이주업무가 돼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PP들이 방송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방송법은 더넓은 각도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방송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시장이 작아 판로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한 개 프로그램을 제작해 50여개 케이블방송이나 공중파에 판매를 합니다. 판로가 있으니까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이 작으면 수출을 해야하는데 영세한 업체에서 수출할 정도로 질이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질 않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에 세제 금융상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