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 영화 한 편의 수익은 자동차 1백50만대를 수출해서번 돈과 맞먹는다.』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첨단영상산업진흥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표현한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천 5백만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1년만에 8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자액의14배를 수익으로 올린 셈이다.대기업들이 영상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영화산업에 눈독을 들이는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영화는 고수익 고위험산업이지만 비디오시장 TV시장 유선방송시장 등 관련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초과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유망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포토폴리오전략을 잘 구사하면 안정적인 사업으로 이끌 수있다는 판단이다.국내 영화시장규모는 90년 1천3백90억원에서 올해는 2천4백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천년에는 2천8백9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영화를 복제·가공하는 비디오시장을 합할 경우 엄청난 시장으로 불어난다. 94년 현재 비디오시장규모는 1조4천억원정도에 달하고 있는데 2천년에는 1조7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디오, 2천년대 1조7천억 시장 전망그동안 대기업들은 영화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를 모색해왔다.판권확보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영상산업이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외화수입 및 배급은 물론 기획제작에까지 본격 나서고 있다. 영화제작활동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 우선 대우그룹을 들 수 있다. 수년동안 대우는 강우석프로덕션과 공동제작한 「마누라 죽이기」를 비롯해 「투캅스」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등의 영화에 일부 혹은 전액을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22억원의제작비를 들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꽃잎」 이명세감독의 「지독한 사랑」 정순흥 감독의 「현상수배」 그리고 「나에게로 오라」 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중 「지독한 사랑」은 대우가 영화제작사인 씨네마2000과 장기수급계약을 맺고 착수한 첫작품이다.이미 개봉된 영화로는 「꼬리치는 남자」 「손톱」 「남자는 괴로워」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등을 꼽을 수 있다.대우가 영화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영화는 지난해에만도 모두 20여편. 이는 94년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케이블TV영화채널과 함께 결성된 대우영상미디어사업부를 중심으로 10편의한국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또한 미국회사와 합작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미국과의 합작영화는 MPCA가 추진중인 액션물 「아메리칸 드래곤」으로 우리나라 배우 박중훈이 동양계 수사관역으로 캐스팅된상태다. 이 영화에는 2백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대우가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해 수익금을 나누고 한국내 배급을 맡게된다. 삼성그룹은 영상사업단을 중심으로 해외영화작품을 구매하거나 국내영화제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은 스타맥스가 9억원의 제작비를 전액투자한 「맨?」 김상진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 김영빈감독의 「코르셋」을 개봉했거나 제작중이다. 그동안 선보인 영화중에는 「영원한 제국」 「개 같은 날의 오후」 등이 히트작으로 꼽힌다.이밖에 해태가 「헤어드레서」 미원이 「천재선언」 선경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제작비를 투자했으며 진로 코오롱 쌍용벽산 현대 동양그룹도 직·간접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아예 영화사를 차리고 직접 영화제작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선경은 계열사인 SKC와 미도영화사 서륭프로덕션 등을 통해 영화와 비디오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쌍용은 독립프로덕션인 삼화프로덕션과손잡고 영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해태계열의 코래드는 한국비전이라는 CF제작사를 설립해 영화 및비디오제작은 물론 유통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삼성과 대우그룹처럼 전자회사를 가진 대기업이면서 비디오출시사조차 하나 갖고있지 않았던 LG그룹도 지난 94년 3월 LG미디어내에 영화팀을 구성하고 영화산업진출을 모색하고 있다.애니메이션 영화제작에 대한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제일제당의출자사인 제이콤은 지난해 10월 제이콤애니메이션을 출범시켰다.이회사는 97년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 2편과 TV시리즈용 애니메이션2편, 비디오기획물 등을 제작한다.제이콤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창설하고 우수입상작을 프랑스의 앙시만화페스티벌, 일본의 히로시마페스티벌 등에 출품시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시나리오 및 캐릭터를 공모해 우수인력을 발굴할 방침이다. 또 기획PD 와 감독 아트디렉터 등을 6개월내지 1년 단위로 미국 드림웍스에 파견할 예정이다.◆ 미원, ‘천재선언’ 제작비 못건지자 중단쌍용그룹은 씨네드림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본격적인 만화영화제작에 착수했다. 씨네드림엔터테인먼트사는 올해말까지 3차원 디지털애니메이션 「마젠타의 전설」(가제)을 제작키로 하고 시나리오를작성하고 있다.이 작품에서는 3차원컴퓨터그래픽으로 배경을 처리하고 셀 애니메이션으로 인물의 움직임을 만들어 합성하는 방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다. 이 회사는 캐릭터 머천다이징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출판물의 기획유통사업을 복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극장용 이외에 TV와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2편이상의극영화도 만들계획이다.이외에도 삼성은 애니메이션팀을 구성하고 시장조사에 들어갔다.벽산그룹과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도 여건이 갖춰지는대로 영화시장에 참여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출판사인 계몽사는 영프로덕션을 세워 만화영화제작에 참여했다. 첫작품으로 「헝그리 베스트5」를 제작, 현재 극장에서 개봉중이다.대기업들이 애니메이션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 분야가 고부가가치를 지닌 미래산업인데다 캐릭터산업 등 파생상품을 통한 연관사업도 적지않기 때문이다.캐릭터란 영화나 만화 기타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숙해진그림이나 도안 마크 일러스트 등을 말한다. 현재 국내 캐릭터산업시장규모는 3천억원 정도로 오는 2000년에는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비디오산업부문에서도 대기업들의 약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계열의 드림박스와 스타맥스, 대우의 우일영상과 세음미디어, 선경의SKC 등 대그룹계열 5개 비디오사가 이미 아성을 구축한 상태다.이들 5개사가 지난해 비디오 공급시장의 80%를 차지한 것만봐도 알수 있다. 국내 전체비디오시장은 94년현재 1조4천억원 규모로 영화시장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대기업들은 영화 만화애니메이션 비디오 등 영상소프트의 제작은물론 이들 영상소프트의 배급망 확충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제일제당은 합작사인 드림웍스와 홍콩의 골든하베스트를 통해 미주와아시아배급망을 확충함으로써 국내 및 전세계를 잇는 거대유통망을구축해나가고 있다.삼성은 캐롤코, 미라맥스와 영화배급계약을 맺은데 이어 유럽의 폴리그램과 협상중이다. 대우는 미국의 뉴라인과2년간 20편의 영화국내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선경도 모건클릭 시너지와 배급계약을 맺었다. LG그룹도 지난 11월 프랑스의 영화배급사인 시비세일즈와 계약을 맺고 짐 자무시 감독의 「데드맨」 페트로알모드바르 감독의 「내 비밀의 꽃」 미라 네어 감독의 「카마스트라」 등 3편의 외화를 수입하기로 했다.또한 미국의 포스트모던 화가 줄리앙 슈나벨의 감독 데뷔작 「바스키야」도 수입하는 등 본격적인 영화배급에 나서고 있다.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화의 기획·제작단계에서 부터 비디오판권을 입도선매하는 이들 대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감안할 때영화 비디오산업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