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에 사업다각화가 붐이다. 광고회사들이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했던 광고 관련 업무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승격시키고 있다.대형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사업다각화 분야는 크게다섯가지. ?영상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음악회 전시회 등각종 이벤트와 스포츠에 대한 기획 및 운영사업 ?데이터베이스 판매및 각종 정보관련사업 ?기업의 홍보를 대행하는 PR(PublicRelations)사업 ?도시 공간이나 문화 상업시설 개발을 주내용으로하는 테마파크 사업 등이다. 상위 광고대행사들은 아예 광고대행사라는 명칭을 벗어버리고 종합커뮤니케이션 회사로 불리기를 원한다. 종합커뮤니케이션 회사란 「기존의 광고마케팅 외에 정보 문화오락 등을 포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를 뜻한다.국내 광고대행사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영상 관련 산업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인데다 TV광고물 제작 경험을 살리면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가장 적극성을 보인 회사는 제일기획이다. 현재는그룹 방침에 따라 영상관련 사업을 모두 삼성영상사업단으로 이전한 상태지만 케이블TV로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을 운영했으며 「오렌지」라는 레이블로 음반사업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영화사업에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 94년에 「노스트라다무스」란 영화를수입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개 같은 날의 오후」라는 영화제작에직접 참여,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홍, 「솔리드」음반 1백만장 판매금강기획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 실적은 없으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상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전문 케이블TV 채널인 현대방송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했으며 캐릭터사업에도진출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끄는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한 가족영화 「캐스퍼」의 캐릭터에 대한 국내 사용권을 획득한 것. 금강기획은 올해에는 극장사업에도 뛰어든다. 서울 압구정동에 극장과 식당 문화공간이 포함된 13층 짜리 건물을 세울 계획이다. 극장사업과 함께 영화 배급 및 영화 제작지원 분야에도 진출한다. 이 회사는 8명으로 구성된 신사업추진실을 구성, 위성방송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대홍기획은 음반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93년 10월에 이미「Bee & Bee」라는 음향사업팀을 결성해 음반사업에 뛰어들었으며지난해에는 솔리드의 음반만 1백만장 가까이 판매, 대형 히트작으로 만들어 냈다.코래드는 CF제작부분을 한국비전이라는 자회사로 분리한 뒤 이 회사를 영화사업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안성기 주연의「헤어드레서」라는 영화를 제작, 첫 작품으로서는 꽤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을 들었다. 앞으로도 극장용 영화를 비롯한 케이블TV 프로그램, 기업의 홍보영화 등을 계속 제작해 나갈 방침이다.영상사업과 함께 최근 각광받는 분야가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마케팅이란 광고회사가 각종 스포츠 경기의 광고대행과 스폰서 유치, 대회 로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업.제일기획은 영상사업을 삼성영상사업단에 이전한 뒤 스포츠마케팅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정상의 여성 골퍼들이 참가하는 「월드 챔피온십 오브 위민즈 골프」대회 공식 운영업체인 미국의 IMG로부터 이 대회를 99년까지 5년간 주최할 수 있는 권리를획득했다. 또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계약을 체결, WTF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를 대행하기로 했다.오리콤은 APGA(아시아프로골프협회)투어의 하나인 패스포트오픈골프대회 공식 운영권을 따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유럽에서 열린 유럽유도대회 경기장 광고간판 1백34개의 판매 대행권도 획득, 사업을 벌였다.최근에는 멀티미디어 관련 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일기획은지난해 6월 광고산업의 전망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기존의 R&D센터를 멀티미디어팀으로 개편, VDT(Video Dial Tone: 주문형 비디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인터넷을 통한 사이버마케팅도 각광받는 신사업. 제일기획과 금강기획은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월드와이드웹(WWW) 사이트를구축, 사이버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이버마케팅이란 컴퓨터가제공하는 통신환경인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속에서 소비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펼치는 마케팅활동을 말한다. 인터넷에 광고물을 제작해 싣고 소비자들의 문의와 반응을 접수하는 등사이버마케팅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 제일기획은 인터넷에 뉴스서비스를 시작한 중앙일보의 멀티미디어신문에도 광고를제작, 게재하고 있다.◆ 새사업영역 미개척지 노하우로 돌풍을광고마케팅 특성상 소비자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판매 사업도 광고회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 제일기획은 미국의 다이렉트마케팅(DM)회사인 콥스앤드드래프트(K&D)사와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 DM 시장에 뛰어들었다. DM이란소비자 개개인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코래드도지난해초 마케팅사업본부를 독립시켜 마케팅 전문회사인 디비엠코리아를 설립했다. 디비엠코리아는 DM은 물론 기업 컨설팅업무까지전담할 계획이다.금강기획은 PR업무와 테마파크 사업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지난해말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의 다국적 PR전문회사인 유로RSCG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그룹과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PR대행 업무를 사업화했다. 또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5개도시의 스페이스디자인 관련 업체와 업무제휴 협정을 체결, 지역공공단체 및 지역경제 사업과 관련된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사업에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강기획은 박물관 테마파크 공익시설개발 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광고회사의 사업다각화 바람은 고급 두뇌집단으로서의 탄탄한 기획력과 풍부한 자금력이 배경에 깔려 있다. 문화 스포츠 멀티미디어등 새로운 사업영역은 대부분 미개척지이거나 아직까지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CF 제작이나 각종 프로모션 진행등으로 얻은 풍부한 노하우를 살리면 얼마든지 돌풍을 일으킬 수있다는 것이다. 또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4대매체 광고시장의 성장속도가 앞으로 현저히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남들보다 먼저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뒷받침되고 있다.그러나 사전준비없는 사업다각화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많다. 상암기획이 영화<천재선언 designtimesp=20041>을 제작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것은 기존 시장의 벽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다. 광고회사라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사업다각화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도 연구해볼 과제다. 무작정 사업을 벌여놓기 보다 자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된 뒤의 합리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