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와 함께하신 30여년중 12년동안이나 대표이사를 맡으셨지요. 그동안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신 적은 언제였습니까.지난 73년 8월8일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에 업무부장으로 들어간지 22년5개월동안 대우증권에 몸담아 왔습니다. 입사한지 10년만인 83년3월에 삼보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 같은해 12월19일동양증권과 삼보증권의 합병을 성사시켰지요. 당시 합병을 무사히이룬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합병후 1년동안 고생도 많았습니다만 주식시황도 좋아지고 해서 운도 따랐던 것 같습니다.▶ 주요한 의사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대표이사 자리를 10년도 넘게 맡아 오시면서 어려움도 많았을텐데요.대우증권이 어려웠던 시절은 지난 88년12월 주식배분 부정사건에휘말렸을 때였습니다. 어찌보면 어려웠다기 보다는 부끄러운 사건이었죠. 징계도 받았고요. 물론 업계 전체가 그런 상황이었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증권사여서 더욱 부각된 면도 있었지요.▶ 그룹안에서도 전문경영인으로선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는데 특별한 장수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비결이랄 게 있나요. 다른 산업보다도 특히 증권산업에선 전문경영인들이 단명하는 경우가 많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함으로써동업타사에 비해 일관된 성장성을 유지하고 모든 면에서 업계 선두주자로서 손색없는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의 증권업계 현황을 옛날과 비교하신다면.솔직히 말씀드려 70년대에는 구멍가게에 불과했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회사가 된 거죠. 그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대우증권」에 들어온 지난 73년에는 자기자본이 1백억원에도 못미쳤지만 지금은 1조원이 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모든 산업이 엄청난 변화를 보였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연구소 등을 합쳐 임직원이 3천명에 달하고 지점도 77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증권시장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시장이 나빠지면 증권업계가죽는 소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흔히 증권회사의 경영을 「천수답 경영」이라고 말합니다. 시황의변동에 따라 수익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그동안 1금융권과투신업무 등에 묶여 증권사 상품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수익구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편이 없었던 셈이지요. 이제올해부터는 증권사들의 투신업 참여가 가능해지고 주가지수선물시장도 열립니다. 또 97년엔 옵션제도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이렇게되면 실질적으로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이같은 업무영역 확대를 통한 경영개선을 위해 그동안 정책당국에건의도 많이 해왔지만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투신업 진출은 어떤 식으로 추진하고 계십니까.현재 10대그룹 계열증권사는 30%의 지분한도속에 공동출자하는 방식이 허용돼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회사는 자문사를 투신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출자가 이뤄지게 되는데 필수파트너로 다른 증권사를선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외국사가 참여하는 합작투신 설립은 올12월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5월부터 조기설립이 가능한 국내파트너를 통한 진출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7월에 투신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신탁계리와 전산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익증권 판매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15명으로 구성된 마케팅부를 신설했습니다.▶ 선물이나 옵션거래는 수익성 다변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리스크(위험)관리가 열쇠 아닙니까.그만큼 엄격한 투자기법을 배운 전문가들이 많아야 겠지요. 섣불리뛰어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전략에 대해서도 좀 소개해 주시지요.지난해 인가받은 싱가포르 해외사무소를 올해 정식으로 오픈하고금년중 도쿄지점과 취리히현지법인을 새로 열게 됩니다. 지금은 런던 뉴욕 홍콩현지법인을 비롯해 11개 해외거점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 30개정도로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작년6월엔 성장잠재력이큰 중국 상해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올 상반기중에 상해증권거래소에 특별회원으로 가입해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 92년에 국내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증권업허가를 얻었고 차이나스틸튜브등 9개사의 주식발행 공동간사업무를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우증권의 해외진출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은행을 설립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지난 89년 헝가리와의 국교수립 당시 헝가리에 진출해 90년7월에현재의 「대우뱅크」를 합작으로 설립했습니다. 설립 첫해부터 배당을 해주었고 현지에 증권사와 리스사를 설립해 금융계열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대표적인 해외투자 성공사례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지금도 루마니아 우즈베크 등에 은행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멀지않아 아시아 유럽 미국을 잇는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를 형성할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 92년 이후의 자본자유화로 인해 국내시장도 많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과거에도 수익가치 등의 데이터에 의한 투자기법이 있었지만 92년이후엔 실제적으로 과학적 투자기법에 의한 투자를 보아 왔습니다.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등의 내재가치와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을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투자기준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죠. 이러한 새로운 투자기법이 국내 증권산업을 선진화하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우리회사도 과거부터 조사부문에 투자를 늘려 타사에 비해 차별화됐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작년초에는 효율적인 조사업무를 위해 투자분석부 국제조사부 시장부와 연구소의기업조사팀 주식전략팀을 합쳐 「리서치센터」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인원도 1백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룹내 금융주력기업으로서 대우증권은 최근 「비전21」을 공표했는데 이번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개인이나 조직이나 비전이 없으면 경쟁사회에서 존재가치가 없는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비전21도 앞으로 우리회사가가야할 방향과 목표를 설정한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직원이 참여해 만든 것으로 행동준거도 정했습니다. 전직원이동참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목표를 정해 한마음으로 뜻을 같이 모으는 동기부여도 됐지요. 현재 자기자본이 1조원인 것을 10년뒤인 2005년에는 5조원으로 늘리고 예탁자산도 현재의 10조원에서 1백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모아졌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도 지금의 7%대에서 15% 수준으로 끌어올릴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질적 양적인 면에서 메릴린치와 노무라증권등 세계정상의 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5대 증권사로우뚝 선다는 것입니다. 대우증권에 대한 노무라증권의 수익력은 현재 10배정도의 격차로 줄어들었지만 10년후에는 그 격차가 없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새해 주가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주변 환경은 나쁜 것보다 좋은 것들이 굉장히 더많다고 봅니다. 비자금파문에 따른 영향은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됐고 밝은 쪽으로 보면 제일 중요한 금리를 들 수 있습니다. 금리는 현재보다 더 내릴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물가도 5%내외에서 안정될 전망입니다. 국내총생산(GDP)도 7%대의 연착륙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여건에서 시장내적으로도 97년부터 대량소유제한이 폐지되는데따른 M&A관련주와 선물도입에 따른 선물지수200에 편입된 종목들의전망이 특히 밝아 보입니다.▶ 업계수위의 증권사로서 대우증권의 현재 주가수준에 대해선 만족하시는지요.최근 2만원대인 우리회사의 주가는 타사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지만작년 이맘때의 3만4백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 상태여서 투자자들에게 송구스러움을 금할수 없습니다. 금융의 증권화가 진전될수록 증권이 금융의 요체로 자리잡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여서 앞으로 증권주의 장기적인 상승세가 예상됩니다. 특히 경영능력과 내재가치에 따른 주가차별화가 진행되면 업계 선도기업인 대우증권의주가전망은 더욱 밝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새해 역점을 두실 경영방침은 무엇인지 들려 주십시오.역시 최대현안은 수익문제입니다. 모든 면에서 수익성에 치중하여수익위주의 경영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지난93년엔 약정위주의 영업을 지양하고 고객의 수익을 최우선하는 「신영업정책」을 공표한적이 있습니다. 공표한 초기에는 우려했던 대로 약정실적이 떨어졌지만 1년만에 예전의 실적을 다시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었지요. 작년에도 남들보다는 내실있게 한다고 했지만 시황이 나빠 규모가 적은 회사보다도 타격이 컸던게 사실입니다. 수익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한편으로 해야할 투자는 과감히 해나갈 방침입니다. 예컨대 전문인 자질을 갖춘 인재양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외 연수는 물론장기적으로 석사 박사과정에 대한 투자도 늘릴 생각입니다.▶ 끝으로 정책당국자나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그동안 증권시장의 발전과정에서 증권당국은 많은 지원을 아끼지않았습니다. 또 규제와 시장관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가를 「관제주가」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 나오는 말이죠. 앞으로는 선진국형의 시장관리가 필요하며 잦은 규제가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잘못에 대해선 일벌백계의 제재가 있어야하겠지만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시장관리가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규제완화도 과감히 추진했으면 합니다. 투자자들에게도 주식투자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에 위험도 따르는 만큼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도록 권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