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설립키로 한 것은 정치 경제 양면에 포석을두고 있다.우선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중소기업지원만을 전담하는 기구를 두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중소기업의수난시대다.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의 어려운 상황이다.부도홍수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던 부도업체수는 작년에도 예외없이 급증했다. 작년 1~11월중 부도를 낸업체는 1만2천7백24개. 전국부도율은 한해내내 사상최고수준인0.2%를 육박했다.연초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을 조짐이다. 신문사회면에서 부도를비관해 자살한 중소기업사장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경기마저 식을 조짐이다.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생활에 충격을 주지 않게 경기를 안정시키는 「경기연착륙」도 중소기업경영난이 계속되면서 어려워진다. 경기연착륙은 새경제팀에 떨어진 최대숙제다.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이뤄내야만 한다. 정부가 새로운 기구를 신설하는데 대한 적잖은비난을 무릅쓰면서 강행키로한 것은 중소기업사정이 그만큼 다급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새기구설립이 만능일수는 없다. 조직을 확대하거나 사람을늘리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상책이 아니다.중소기업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지원대책을 발표했는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발표당시에는모두 다 「획기적」이라고 정부 스스로 평가했던 조치들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새기구를 설립하기보다는 기존의 정책들을차질없이 추진하는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습작전이라도 펼치듯 중기청설립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경제장관들마저도 발표직전에야 알아챘을 정도로 의외였다.◆ 기존 중소기업지원정책 추진도 미흡무슨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겠는가. 코앞으로 다가온 4월총선에서그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등돌린 중소기업들의 원성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김윤환 신한국당대표가 작년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중소기업인들은 김대표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여당의 미지근한 태도를 비난했다.?가내수공업체까지 합하면 전국의 중소기업은 약 2백50만개에 달합니다. 그런데 통상산업부에서 중소기업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은1국 5개과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는 것입니까?더군다나 야당이 중소기업을 적극 챙기기 시작, 신한국당의 심기를자극했다. 야당총재가 중소기업을 찾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여당을초조하게 만들었다. 중기청설립도 야당에서 적극 제기했다. 여당으로선 더이상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결국 당총재인 대통령은 중기청설립지시라는 히든카드를 꺼낸 셈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결정을내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김영삼대통령은 청남대에서 보낸 신정연휴기간중 중기청설립을 결심했다는게 구본영경제수석의 얘기다. 중기청설립은 정치적 냄새가짙게 풍기는 결정이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생각해봄직하다.중소기업이 겪는 고통을 더이상 방치할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배경이야 어떻든 중기청이라는 새기구가 곧 탄생한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동반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이설립취지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