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과장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중남미 지역과 무역을 하면서파라과이의 「시우닷 델 에스테」시를 모르고 있다면 『중남미 공부 좀 더 해야겠군』이라는 핀잔 쯤 들을 만하다.「동쪽의 도시」라는 의미의 시우닷 델 에스테는 파라과이 북부의파라나 강에 인접한 도시로서 브라질의 포스 데 이과수 및 아르헨티나의 푸에르또 데 이과수시와 붙어 있다. 인구는 20만명, 넓이는1백9 ㎢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 수준이다. 그러나 이곳 남미는 물론 전세계 비즈니스계의 관심과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웬만한 덩치 큰 도시를 쑥스럽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이 도시가 그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선 3국 접경지역도시답게연간 물동량만도 무려 3백억 달러(추정·직판도시로는 마이애미 홍콩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르는 대형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에서는 중동의 테러단체 및 마약과 연관된 마피아가암약한다는 설이 계속 나돌고 있고 부분적으로 그 증거가 나타남으로써 인접 및 여타국가들의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시우닷 델 에스테시는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약 6시간 거리에 위치해있어 밤 12시에 떠나는 침대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새벽녘에 도착하게 된다. 브라질의 상 파울루에서 출발할 경우 일단 포스 데 이과수시에 도착해 그 유명한 이과수 폭포를 관광한 뒤 바로델 라 아미스타드라는 다리를 건너면 시우닷 델 에스테시다.이곳에 들어오면서 당장 맞닥뜨리게 되는 분위기는 도시의 더러움과 무질서, 혼돈이다. 여기에 열대의 후텁지근한 날씨까지 엄습하면서 방문객들을 상당히 짜증나게 만들곤 한다. 도로변에는 우리의남대문시장과 같은 많은 영세상인들이 좌판을 펴놓고 각종 잡제품을 팔고 있으며 가게 및 각종 쇼핑센터에도 구매객들이 발디딜 틈없이 북적대고 있어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비즈니스맨은 꼭한번 가볼만한 곳시우닷 델 에스테의 아침은 브라질 내륙지방 또는 상 파울루에서밤을 새워 달려온 버스 승용차 등과 구름 같은 인파가 델 라 아미스타드 다리를 메우면서 시작된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하루 유입인력은 평균 약 3만명. 상 파울루에서 이곳까지는 17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매객들은 대형 침대 버스를 타고 온다. 꼬리에 꼬리를 잇는 차량 행렬로 인해 엄청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거북이 행진이 이어지면서 행여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일기도 하는 장면이다.이렇게 해서 시내 진입에 성공한 구매객들은 좁은 골목 한편에 어렵사리 주차를 시키는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러야만 한다. 그리고휴대해 온 이민용 큰 가방 몇 개씩을 들고 나가서는 아침 7시부터오후 6시까지 분주하게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다. 해질 무렵에는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는 거북이 귀향전쟁이 역방향으로 진행된다.여기에서 거래되는 물건은 전자제품(35%) 컴퓨터 및 주변기기(15%)신발류(10%) 장난감(8%) 향수(4%) 기타제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연간 40 피트 컨테이너 약 2만개가 들어오며 선적지역은 주로 마이애미 파나마 홍콩 타이베이 등이다. 이 물량의 80%는 브라질에서 소비된다고 한다.결제화폐도 미국 달러는 물론 아르헨티나 페소화, 브라질의 레알화, 우루과이의 페소화 등 인접국의 모든 화폐가 통용된다. 현지에진출한 교포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장사가 잘되었던 90년대 초에는 돈 셀 시간이 따로 없어 돈을 받아 상자곽에 그대로 넣고 돈이 다 차면 번호를 붙여 내가는 일을 되풀이 하곤 했다는 것이다.그래서 장사가 끝난 뒤에는 밤새 각국 화폐별로 돈을 분류 정리하는 것이 또 큰 일거리였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는 얼핏 현실감이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현지에서 북적거리는 구매객들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장사가 잘 될 때는 그럴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질권력은 창고업자 그리고 마피아시우닷 델 에스테는 국제도시(?)답게 국적에 따라 크게 몇 개의 상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파라과이상권, 브라질상권(1만2천명 거주),중국인상권(1만명), 레바논상권(1만5천명) 등이 거대 상권이고 한국인상권도 1천2백명가량 형성되어 있다. 상권의 40%는 중국인,30%는 레바논인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또다시 영업 수준에 따라 창고업 형태, 쇼핑 센터 형태, 가게 형태로분류되는데 시우닷 델 에스테시에서 보이지 않는 실질적인 권력을갖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창고를 가지고 컨테이너로 물건을 구입해쇼핑센터나 가게에 공급하는 창고업자이다.이곳에서의 거래는 구매객들에게는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자유스럽게 보이지만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브라질계 레바논계 중국계 등 이민자그룹에서는 각자 보이지 않게 일명마피아라고 하는 조직이 있어 이 도시로 들어오는 제품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특정상품 또는 특정브랜드별로 기존 수입업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상거래 질서를세워나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이 동원된통제가 가해지기도 한다. 또한 현지 공무원들의 부패도 이미 소문이 날 정도며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도 쉽게 들을 수 있다.그렇다고 시우닷 델 에스테시가 자유무역지대는 아니다. 다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국간 국경지대에 우연히 옛날 우리나라의장같은 것이 생겼고 그 규모가 커져서 3국 정부도 그 실체를 인정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물론 파라과이 정부는 이 지역을 자유무역 지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이 일대가 밀수의 온상임을 들어자유무역지대로 형성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는 않다.확실히 이곳은 복잡하다. 이곳에서 가게 또는 쇼핑센터를 하루정도 종일 돌아다니다보면 마음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도시의 무질서, 찌는 듯한 더위 그리고 남대문 시장같은 복작거림, 이해가 안되는 저렴한 가격체계 등등...그러나 비즈니스맨들은 이곳에 한번와 볼만하다.이곳에 오는 길은 멀고 쉽지도 않지만 한 이틀정도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감이 잡힐 것이고 어떻게 거래를 해야할 것인지 방향도 설 것이다. 우리 업체에 시우닷 델 에스테로의 여행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