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4일 우리 재계는 또 하나의 새로운 탄생을 목격한다. LG그룹에서 분리된 「희성그룹」이 돛을 높이 올린 것이다. 영문 첫머리 글자인 H와 S를 조합해서 만든 그룹로고도 공표됐다. 세계속의희성이라는 이념을 형상화한 심벌마크라는 설명이다.희성그룹을 이끌어가는 총수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구본무LG그룹회장의 동생인 구본릉 회장(47). 그는 LG그룹에서 떨어진 국제전선을 모태로하여 새 그룹을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LG전선과대한전선에 이어 국내 전선업계 3위업체.전선은 작년 초반까지만 해도 LG금속에서 19.4%의 지분을 갖고 있는 LG그룹의 계열사였다. 그러다 작년 4월14일 LG금속이 갖고 있던50만5천여주(지분19.4%) 전량을 상농기업에 장외매각함에 따라LG그룹에서 완전히 독립됐다. 대신에 국제전선 지분을 한푼도 안가졌던 구본릉 회장과 구본식(구 명예회장의 4남,한국엥겔하드상무)씨 및 상농기업이 모두 26.9%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로 부상했다. 또 LG그룹과는 상호지급보증이나 임원겸직 등을 완전 해소해공정거래법상 LG그룹에서 독립됐다.작년 6월말을 기준으로 국제전선의 대주주 지분을 보면 구본릉 회장과 구본식 상무가 각각 3.5%이며 상농기업이 19.9%를 갖고 있다.여타 주요주주의 지분은 대한전선의 7.2%를 비롯 희성금속 (5.6%)대한벌크터미널(5.3%) 진광정기(2.5%)등이다.희성그룹의 구본릉 회장은 또 용접봉을 만드는 희성금속의 지분을33% 갖고 있으며 진광정기(정밀기계 생산)와 상농기업(전자부품업체)에 대한 지분도 23.7%와 20.1%에 달하고 있다.◆ 삼성, 새한미디어 주식매입방식으로 분배한국엥겔하드(특수귀금속 생산)에 대해선 미국 엥겔하드사가 49%의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희성금속에서 28.1%를 갖고 있는 상태다. 이는 개인 대주주가 지분을 갖지 않더라도 계열사의 출자관계를 통해 안정적인 계열사로 편입하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희성금속이 국제전선에 5.62%의 출자를 하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것도 마찬가지다.이처럼 개인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거나 계열사를 동원, 지분관리에나서는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부터 대량주식 소유제한(10%)제도가 철폐됨에 따라 적대적 기업매수합병(M&A)을 방지하기 위한 경영권방어 전략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물론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제도가 허용되지는 않지만일정한 출자를 통해 계열사들을 한덩어리로 묶어 놓는 지분관리방안은 흔한 예라 할 수 있다. 지주회사란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관리회사 내지는 가공의 회사(페이퍼 컴퍼니)인 모기업이 출자지분을통해 기업들을 거느리는 형태를 말한다.올해초 그룹출범과 함께 기존의 원광에서 이름을 바꿔 새출발한 희성화학(하이섀시 생산)은 상농기업에서 24.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구본릉 회장과 구본식 상무의 지분은 각각 23.4%인 상태다. 결국 구본무 LG그룹회장의 동생 세명중 구본준(LG화학 전무)씨만 그룹일에 참여하고 나머지 2명은 희성그룹에서 뛰고 있다.희성그룹은 전선 금속가공 화학 전기전자등 6개 계열사의 기존 제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신규사업을 벌여 오는 2000년에는 매출2조원(올해 8천억원 목표)을 달성, 30대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장기전략도 수립해놓고 있다.분가형 그룹으로 관심을 끄는 또다른 곳은 가칭 「새한그룹」. 작년4월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제일합섬을 새한미디어계열에 합류시켜지난해 12월26일 출범한 중견그룹이다. 새한미디어 회장인 이영자씨(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 이창희씨의 미망인)가그룹회장을 맡았고 김성재 제일합섬 전무가 종합기획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금년중 그룹명칭 확정과 함께 그룹로고 제작을 위한CI(이미지 통합)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제일합섬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작년 4월에 지분이동이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4월28일 새한미디어가 증권거래소에사전 신고를 통해 대량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제일합섬주식63만9천주(지분10%)를 사들였다. 그결과 새한미디어는 이영자 회장의 큰아들인 이재관 사장 일가가 이미 보유했던 19%를 포함해29%의 제일합섬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어 작년 6월의 유·무상증자로 인해 이들의 지분율은 다소 떨어진 상태다.제일합섬을 새한미디어에 넘기는 것은 고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창희씨 가족에 대한 재산분배 차원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93년부터새한미디어에 제일합섬을 분리해주려 했지만 20.8%의 제일합섬 지분을 갖고 있던 일본 도레이사에서 반대해 무산됐으며 작년에야 합의를 본 것이다. 제일합섬은 작년 7월말까지 임원겸임과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에서 완전 분리됐다. 이로써삼성그룹이 계열사를 분리한 것은 신세계 한솔제지에 이어 3번째이다.작년 6월말 현재 제일합섬 지분은 새한미디어에서 13.2%를 보유하고 이영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관 새한미디어 사장이 9.69%를 갖고있다. 여타 주요주주는 차남 재찬(1.84%) 3남 재원(2.03%) 막내인딸 혜진(2.19%) 고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이명희(0.46%) 이명희씨의 남편인 조운해(0.13%)씨 등이다.「희성」과 「새한」에 앞서 분가형 그룹의 선두주자로 신호탄을올린 것은 바로 「세원그룹」이다. 임대홍 미원그룹 창업자의 차남인 성욱(현재 세원 전무)씨가 형인 임창욱 미원그룹 회장으로부터8개 계열사를 넘겨받아 태동시킨 것이다. 지난 94년 4월1일 임병학씨를 그룹회장으로 하여 공식 발족했다.특히 93년에 나온 정부의 업종전문화 시책에 따라 계열분리를 선포했던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분리작업을 마무리지어 눈길을끌기도 했다. 세원이라는 이름은 세계적 으뜸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의지를 담고 있다고.그룹 출범에 앞서 미원식품은 세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미원중기와미원수산도 각각 세원중공업과 세원수산으로 상호를 바꿨다. 또 중림화학과 제비표필름 내쇼날합성등 3개사를 묶어 세원화성으로 합병시켰다. 이밖에 미성교역과 화영 세원지텍 등을 합쳐 지금은 모두 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세원그룹의 모체이자 주력기업인 세원의 지분구성은 창업주인 임대홍 미원그룹 명예회장의 10.57%를 비롯해 그의 차남인 성욱(14.4%)부인 박하경(1.56%) 김종의(0.16%)씨 등이다. 또 계열사인 미성교역에서도 0.84%를 보유한 상태.◆ 재계, ‘새살림 차려주기’ 확산될 듯굵직굵직한 이들 분가그룹 외에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준그룹을형성하며 꿈틀대는 곳도 눈에 띈다. 작년 5월 한일그룹에서 분리된경남모직 부국증권 한일개발 한효건설 등 4개사가 바로 그런 케이스. 형제간 재산분배 차원에서 고 김한수 창업주의 장남인 김중원한일그룹 회장이 바로 밑의 동생인 김종건 경남모직 회장 등 5명의동생에게 이들 4개 회사를 분리해준 것이다.작년 6월말 현재 경남모직의 대주주는 김한수씨의 차남인 김중건씨(19.79%)와 3남 중광(경남모직 부회장, 14.36%) 5남 중명(한효건설전무, 1.47%) 부인 장복련(0.62%)등이다.김중건 경남모직 회장은 또 부국증권의 지분을 10.96% 갖고 있으며한효개발(37.34%)과 한효건설(9.97%)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모직은 부국증권 주식을 6.99% 갖고있으며 한효개발 지분을 20% 보유하고 있다. 결국 경남모직과 김중건 회장이 이들 한일그룹 분가 기업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셈이다.이들 분가형 그룹들은 공정거래법상의 30대 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상호출자 금지나 상호보증 제한 등의 경제력집중 억제방침에서 자유로운 단계다. 그만큼 앞으로 분가그룹내 지분변동이 격심해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 그룹들의 「새살림 차려주기」움직임도 더욱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