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재벌.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중견그룹들이다. 최근신흥재벌들이 혜성같이 나타나 맹렬한 기세로 대그룹들을 추격하고 있다.「무서운 아이」로 떠오른 신흥재벌들은 21세기를 앞두고 대기업대열에 올라서기 위한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기존사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신증설투자를 과감히 늘리는 한편 유망사업분야를선점하기 위한 영토확장 레이스를 숨가쁘게 벌이고 있다.현재 재벌에 속하지 않지만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들 신흥재벌들은 『오는 2000년 재계판도를 뒤바꿔 버리겠다』고 호언한다. 이들의 대부분이 매년 30~60%의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그 실현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이들 신흥재벌들은 예상을 깨고 90년대 들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든 90년대에는 기존대기업 위주의 안정적인 발전만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70년대와 80년대의 과도기에 무역드라이브정책과 저임금을 이용해탄생한 대우같은 재벌신화는 90년대에는 단지 「신화」에 불과한꿈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신흥재벌들이 탄생,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러나 이들 신흥재벌들이 밑바닥부터 맨손으로 출발한 창업신흥재벌과 대그룹에서 파생된 분가신흥재벌로 대별될 만큼 그 출발은 판이하게 다르다. 수적인 면에서도 창업신흥재벌보다는 분가신흥재벌이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90년대 들어 급부상하는 대표적인 창업신흥재벌로는 나산 거평 신원 신호 이랜드그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신흥재벌들은 최근남다른 노력과 새로운 발상, 공격적 경영으로 새로운 창업스토리를엮어가고 있다.신호그룹은 중견그룹들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샛별?이다. 신호그룹은 지난 94년 부도로 쓰러진 한국강관을 인수받아 또 하나의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단숨에 중견재벌로 부상했다.◆ 재계의 ‘명의’ 신호그룹이 그룹은 이처럼 죽어가는 기업을 인수, 회생·회춘시키는게 장기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83년 동신제지, 85년 대화제지,86년 신강제지, 87년 일성제지와 한국알스트롬, 89년 성광제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신호그룹에 메명의?라는 별명을 달아주었다. 최근에는 제지업을 벗어나 한국강관을비롯해 전자완구업체인 도신산업, 석유화학업체인 신아, 화장지생산업체인 모나리자 등 상장기업을 잇달아 인수해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현재 2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신호그룹은 올해의 총매출액목표를 2조3천억원으로 잡아 놓고 있다. 94년 매출액 1조원보다 2배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호그룹은 올초부터 유사업종의 기업들을 통폐합하는 경영구조재편계획을 발표했다.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운만큼 이제는 내실을 다져 「제3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기업들이 수십년에 걸쳐 추진한 경영전략을 몇 년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나산그룹과 거평그룹은 사업다각화와 이를 통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두 그룹은 부동산 재벌이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들어 유통 및 건설 제조업에 본격 진출, 관심을 모으고 있다.나산그룹은 영동백화점을 전격 인수하면서 유통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창업 15년만에 9개 계열사를 거느린 나산은 지난해 5천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2년전인 93년의 1천7백억보다 무려 3배이상껑충 뛴 액수다. 오는 2000년에는 매출 10조원을 달성, 국내핵심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중장기청사진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를위해 패션 의류업 종합건설업 외에 유통업 관광레저산업 종합컨설팅사업을 5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공격경영을 전개하고있다.지난 94년 2월 대한중석을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를 받은 거평그룹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중견그룹이다. 거평은 당시 그룹의 외형이 1천억원대였는데도 순자산 2천억원대의대한중석을 인수, 재계의 화제가 됐다.17년전 건설업으로 출발한 거평은 지난 5월에는 한국시그네틱스,10월에는 포스코켐과 정우석탄화학을 인수했다. 이로써 건설업 이외에 석유화학 반도체 금속 화학을 주력업종으로 한 제조업그룹으로 자리잡았다. 거평은 오는 2000년에 제조 유통 건설을 3대기반축으로삼아 매출액 3조원으로 국내30대그룹에 진입한다는 목표를세워놓고 있다. 이중 제조업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안정적 성장기조를 유지한다는 복안이다.신원그룹과 이랜드그룹도 각각 독실한 기독교신앙을 경영에 접목,매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종교행사를 가질 정도로 신앙으로 똘똘 뭉쳐있는 점이 특이하다.신원그룹은 창업 20여년 만에 세계최대 스웨터 단일수출업체로 발돋움했으며, 지난 89년 뒤늦게 참여한 내수시장에서도 숙녀복 「베스띠벨리」 「씨」와 신사복 「모두스비벤디」 등의 브랜드가 높은판매신장세를 기록하며 일취월장하고 있다.지난 73년 신원통상으로 출발한 신원그룹은 90년대 들어와 패션사업 건설 유통 금융 등 사업다각화를 펼치면서 중견그룹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신원그룹은 올해 매출목표를 1조3천억원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지난 93년 총매출액은 4천억원.이대 앞 2평 남짓한 구멍가게에서 출발, 국내최대의 캐주얼 업체로성장한 이랜드는 95년에 의류 단일기업으론 최초로 매출액 9천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랜드는 전국 어디에서나 이랜드제품을 사 입을수 있도록 다브랜드와 다매장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브랜드별로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식도 이랜드의 독특한 경영전략이다.◆ 유통·레저·문화사업에 뛰어든 이랜드이랜드는 이제 의류에서 유통 레저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는 강원도 속초의 뉴설악호텔을 인수해 레저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88년과 90년에는 각각 언더우드건설과 한세개발을 출범, 이미 건설과 부동산개발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외에도 이랜드는 건설 가구 식품 여행 문화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있다. 계열사를 헤아리기에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회사를 거느린 이랜드는 2000년대 패션사업부문에서 이탈리아의 베네통그룹처럼 세계적인 패션업체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이외에도 동국제강은 세계제일의 철강전문그룹을 목표로 매진하고있다. 오는 99년까지 동국제강에 2조3천억원, 연합철강에 6천40억원을 각각 투자, 설비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지 및 섬유를주력업종으로 삼았던 한창도 정보통신 방송 등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후 기업변신과 성장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대그룹들을 모태로 분가한 신흥재벌들도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최근 재계에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회장직함을 물려받지못한 창업자 2,3세들이 재산분배와 신임회장들이 추진하는 계열사통폐합 작업과정에서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올해초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본릉씨가 희성그룹출범을 공식선언했다. 국제전선을 모기업으로 하는 희성그룹은 구자경 LG그룹명예회장의 2남 본릉씨와 4남 본식씨가 주도하고 있다. 희성금속부회장을 맡고있던 본릉씨는 희성계열 6사를 묶어 희성그룹을 연내에 본격 출범시키기로 하고 최근 그룹회장직에 취임했다. 이들 6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천2백억원. 희성그룹은 올해부터 주력사인 국제전선과 희성금속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여 2000년대에 종합전기 및 조립금속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새한그룹(가칭)도 최근 삼성에서 분리된 제일합섬을 기존계열사들과 묶어 사실상 독립그룹을 출범시키고 새사옥을 마련, 입주했다.새한은 제일합섬의 합류와 함께 그룹총매출액이 1조1천6백억원에이르는 중견기업으로 급부상했다.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의 동생 중건씨와 중광씨 형제가 경남모직 등 4개 계열사를 김회장에게서 공식 인수받아 그룹으로 분리했다. 경남모직 등 4사는 중건씨가 회장을, 중광씨가 부회장을 각각 맡았다. 경남모직그룹(가칭)은 앞으로 경남모직을 소모방 및 종합의류업체로 키우고 유통업에 신규진출하는 등활발한 사업다각화를 펼치고 있다. 계열 부국증권을 2000년까지 종합금융회사로 바꾸어 그룹 자금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지난 94년4월 미원그룹에서 독립한 세원그룹도 주목되는 신흥재벌이다. 창업주인 임대홍 명예회장의 차남 임성욱 전무가 이끄는 7개계열사의 세원그룹은 창업주 생전에 2세간 재산분할조치를 끝내기로 결정함에 따라 탄생했다. 이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5천억원대로 본가인 미원그룹의 6분의1수준이지만 종합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이같은 분가에 의한 신흥재벌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그룹별로 활발히 형성돼왔다.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한솔그룹과 신세계백화점, 제일제당 그리고 보광그룹이 대표적인 대그룹 분가 신흥재벌이다. 한솔그룹은 미니재벌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해 나가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지난 91년 11월 삼성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분가, 홀로서기에 나선한솔그룹은 분리 2년6개월만에 국내 6개사와 4개의 해외현지법인등 모두 10개를 신설, 종합제지 그룹으로 재계에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광림전자 옥소리 등을 잇따라 인수하고 「한솔」이라 회사명을 달았다. 매출액은 분리 첫해인 91년에 3천3백87억원에서 93년에는 5천억원으로 2년 사이에 47.6%나 급신장했다. 한솔그룹은 분리 10주년이 되는 오는 2001년에는 분리 당시의 10배 규모인 3조5천억원을 달성, 기존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마련했다.◆ 제일제당 홀로서기하면 30대재벌로 진입할 듯제일제당도 아직 삼성그룹에서 완전한 분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조만간 홀로서기에 돌어설 경우 올해중 매출 1조5천억원대의 초대형 기업으로 30대 재벌 진입이 확실시 된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가그룹인 보광그룹도 분가형 신흥재벌에속한다. 삼성그룹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보광그룹은 국내최대 편의점체인 「패밀리마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강원도 평창에 19개 슬로프의 스키장 등을 갖춘 「휘닉스파크」를 보유하고 있다.이 그룹은 연간 매출 2천억원에 이르고 앞으로 10년후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현대그룹은 이미 분가재벌을 이룬지 오래다. 형제간의 분산은 거의완료된 상태이며 2세간 분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성우그룹은 현대그룹을 배경으로 급성장해왔다. 현대시멘트 현대종합금속 서한정기 성우종합상운 등을 묶어 성우그룹으로 공식 출범했다. 성우그룹의 정순영 그룹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둘째동생. 현대시멘트를 주력으로 활발한 사업다각화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한라그룹은 작년 한해동안 연간매출액이 94년에 비해 35.3%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연평균 40.7%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오는 2005년에는 52조6천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그룹성장비전을 제시하고 있다.정 명예회장의 다섯째 남동생인 정상영씨가 회장인 금강·고려화학그룹도 현대의 위세를 배경으로 (주)금강 고려화학 금강종합건설고려실리카 금강레저 등 5개 계열사의 독립재벌로 발돋움했다. 최근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씨가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올라섬에 따라 앞으로 2세간 분가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이외에도 대기업들로부터 분가한 신흥재벌들은 무수히 많다. 동아그룹에서 떨어진 예음, 금호그룹에서 분가한 금호전기, 진로그룹에서 나온 서광기업, 선경그룹에서 분가한 선경마그네틱(SKM)등도 활발한 다각화경영을 펴면서 재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여동생인 신정희씨가 이끄는 롯데관광그룹도 동화면세점 태흥건설 롯데관광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리며중견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롯데그룹의 지원이 많다.롯데그룹의 친인척기업으로 신격호 회장의 매제인 김기병씨가 경영하는 태흥건설이 있다. 태흥은 면세점과 관광회사들을 통해 롯데와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풍림산업은 지난 80년대초 대림그룹에서 독립해 별도그룹을 형성했다.풍림의 대주주인 이필웅부회장은 대림산업의 3인 창업자의 한 사람인 이석구씨의 아들로 대림산업부사장을 지냈다. 효성그룹의 경우일찍이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분가를 단행, 장남 석래씨에겐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차남인 양래씨에겐 한국타이어를, 3남인 욱래씨에겐 대전피혁을 각각 맡겼다. 세 형제그룹은 「한지붕 세가족」처럼 효성이란 이름하에 운영되고 있으나 여신관리규정이나 공정거래법상 완전히 다른 그룹으로 취급받고 있다.◆ 신흥재벌 탄생위한 정책적 배려 있어야대우그룹도 친인척배제라는 명분아래 이수화학을 사돈인 김준성씨에게 넘겨 분가시켰다.그룹분리로 형제들간 불화가 심화된 곳도 있다. 한화그룹은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이 지난 81년 갑자기 작고하자 장남인 김승연 회장이 그룹의 대통을 이었다. 지난 87년 산업합리화조치에 편승해(주)빙그레를 동생인 호연씨에게, 제일화재보험을 누나인 혜영씨에게 분배해 그룹분리를 단행했다.그러나 지난 93년부터 동생인 호연씨가 재산상속에 대한 약속을 이행치 않는다고 김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양유통 삼희투자금융도 김승연회장이 분배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던 호연씨는 지난 연말 소를취하했다.이들 신흥재벌들은 특정업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후 이를발판으로 삼아 맹렬한 기세로 관련분야 및 비관련 유망분야로 활발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여타 기업들에 비해 공격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매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재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들 중견기업들은 대기업들과는 달리 각종 여신규제를받지않아 팽창행보를 발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전문업종을 추구하는 세계경제 추세속에서 예전의 대기업들처럼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에 의구심을 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형제간 분가를 통한 신흥재벌탄생은 정부의 지속적인 업종전문화, 재벌의 소유집중 완화정책에 힘입어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계속될 경우 3~4대만 거치면 재계 상위그룹의 대부분이 이들 분가한 그룹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란 성급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 신흥재벌들의 탄생은 한국경제가 메세포분열?을 할 수 있는 젊은 토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