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경제 붕괴이후 일본은 이른바 제2의 유통혁명을 겪고 있다. 전후 1960년대 초반 「다이에이」「이토요카도」 등의 슈퍼(GMS)에의해 주도되었던 제1차 유통혁명이 셀프서비스 방식에 의한 염가대량판매 시대였다고 한다면 1990년 이후의 제2차 유통혁명은 가격파괴에 의한 유통시스템의 변혁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제1차 유통혁명시대에는 메이커의 가격지배력이 매우 강해 소매업은 메이커의 허용범위내에서만 할인판매를 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메이커가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종래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됐다. 이제 이른바「정가제」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가전 일용잡화 식품 등의 경우 일부 상품에 오픈가격제가 도입되고있는데 향후 의약품 완구류 컴퓨터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매우 크다. 오픈가격제 확산은 가격결정의 주도권이 메이커로부터 유통업이나 소비자로 이행되고 있음을 뜻한다.제1차 유통혁명기만해도 물자가 부족, 만들기만 하면 팔렸다. 그래서 메이커가 도매상이나 소매상의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마진율까지결정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날의 소비자시장은 성숙된 시장으로 온갖 물건들이 남아도는 시대가 된 만큼 메이커의 가격지배력은 자연 쇠퇴일로에 있다.◆ 가격결정권 유통업자로 넘어가사실 지구상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격파괴도 근본적으로는상품이 남아돌고 있고 통신수단의 발달로 가격정보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의 경우 버블시대의 과잉투자로 인한 과잉재고, 엔고로 인한수입상품의 대량유입과 부동산 주가 등의 하락으로 자산가치의 상실을 맛본 소비자들의 근검 절약 지향으로 어떤 의미에서 가격파괴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일본의 유통업체들은 가격파괴의 폭풍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할인점의 확대, 해외상품의 수입증대, 제판동맹에 의한PB(Private Brand)상품확대를 적극 추진하게 됐다.일본의 NB(National Brand)메이커들도 이들 값싼 수입품에 대항하기 위해 코스트다운을 통한 가격경쟁에 뛰어듦으로써 일본은 전통적인 유통시스템의 변혁까지 강요당하는 제2의 유통혁명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가격파괴 현상에 대한 일본 유통업체의 대응 움직임을 보면 한마디로 일본 유통기구의 조직을 저코스트화하여 비용상승 요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대책으로 유통 코스트 인하를 위한 할인점의 진출확대,중간상을 배제한 거래확대와 코스트다운을 위한 원재료의 수입확대가 늘어나고 있다.특히 대규모 중간점포의 신증설로 소매업의 재편과 메이커의 영업부문, 도매상 및 물류 등 중간유통단계의 축소가 진행중이다.일본 완구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반다이」사는 거래 도매상수를3분의 1로 축소할 방침이다.일본의 도매상은 1차, 2차 도매상 등의 다단계 유통구조, 많은 기업수와 영세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메이커의 유통지배의 도구로 이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앞으로는 메이커의 오픈가격 도입, 리베이트폐지·축소 등유통기구의 파괴가 진행되어 유통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보인다.이상 일본의 가격파괴와 유통시스템 개편에 대해 살펴 보았는데 다음으로는 효과적인 대일시장 진출방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형슈퍼는 직거래, 백화점은 간접거래 유리일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전제는 무엇보다 신용과 품질이라할 수 있다. 이 두가지 덕목은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성공을 보장해 주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일본인들은 상품을 사지 않고 품질과 신뢰성을 산다고들 한다. 따라서 이 기본적인 비즈니스의 덕목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기발한 마케팅 노력과 기법도 통용될 수 없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단기간에 일본인 고객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고객을 잘 아는 제3의 인물을 통해 소개를 받을 수 있다면 신뢰구축을 위한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가격파괴 여파로 해외의 값싼 상품이 일본시장에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으나 일본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다해서 품질이 떨어져도 좋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데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따라서 일정 수준의 품질보장은 필수적이며 요는 여하히 코스트다운을 도모,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개도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취약하다는 것인데이는 제3국 생산을 통한 우회수출 전략으로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가격파괴하의 일본 유통업계 움직임을 보면 우선 대형점포의 신증설이 늘어나고 있고 대형 슈퍼마켓이 점차 할인점화하고 있으며 백화점 및 대형 슈퍼마켓의 직수입 확대가 늘어나고 있다.또 각 지역 도매상들이 연합체를 구성, 해외공동구매를 추진하는등 수입구조가 변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적절한 파트너 선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대형 슈퍼마켓 등은 직거래,백화점 등은 도매상을 통한 간접거래를 추진해 보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이다.예를 들어 국제전문전시회에 참가하는 일은 거래선 발굴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일본시장을 연구하고 이해하는데도 매우 유익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거기에는 생산자와 유통업자 및 소비자 등 관련 시장 생정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어 손쉽게 필요한 마케팅 정보를 입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정보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개발에도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일 수출가능성이 한층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그 다음으로는 일본의 통신판매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통신판매는 대규모 양판점과 함께 일본의 가격파괴에 불을 붙이는역할을 담당하였는데 93년의 매상은 약 2조 2천7백억엔에 달하고있다. 이는 소매업 전체매출액의 1.66%를 점하고 있는데 백화점 체인스토어 모두 93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으나 통신판매업만이 유일하게 늘고 있다.구미 선진국의 경우 통신판매업의 마켓셰어가 4∼5%인점을 감안할때 일본의 통신판매업은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는 일본의 통신판매 시장규모가 4조엔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의 통신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한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속전속결식 비즈니스는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기 어려우며 설령 일시적으로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따라서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신뢰를 쌓아나가면서 고객의 요구에부응하려는 자세와 노력이야말로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줄수 있을 것이다.일본시장은 수요자 시장이다. 세계각국의 상품들이 일본시장에서경합을 벌이고 있어 바이어들은 느긋하게 유리한 입장에서 선별적구매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부단한노력이 요구된다. 학문에 왕도가 없듯이 일본시장 진출에도 특별한묘책이 있을 수 없다. 요는 비즈니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일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안정렬·KOTRA 일본실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