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용보증조합(지역신보)이 일년이 지나도록 자리매김을 못한채 비틀거리고 있다.지역신보는 지난 95년 2월 신경제정책회의에서 발표된 통상산업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9가지 지원시책 가운데 하나였다.지역신보의 필요성에 대해 통산부는 기존 신용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91~94년)이 2조원에 이르고 대위변제율이 선진국의 0.6~1%보다최고 10배이상 높은 6.2%에 달해 중소기업을 위한 보증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신보가 설립되면 조합당3천억원의 신용보증이 가능하며 70% 재보증시 조합당 무려 1조원까지 보증이 가능하다며 지역신보의 도입을 주장했다.통산부는 95년중 자본금 2백억원규모로 2~3개 조합을 만들고 오는97년까지 각 시·도별로 15개 보증조합을 만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지역신보설립이 발표되자 자금난에 허덕이면서도 돈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중소기업체들은 두손 들고 환영했다.그러나 구체적인 세부사항, 특히 재원조달에 있어 부처간 이견이생겨 지역신보 설립문제가 삐걱거리자 『공염불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지역신보설립이 지지부진하자 통산부는 각 지자체에 대한 대기업체들의 기금출연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자제실시에 따른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LG(부산) 현대(경남) 삼성(광주) 등 3개 기업들이 지차체와 「짝짓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껏 별다른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지역신보의 「키워드」는 재원마련. 이 재원은 정부 지원금을 비롯, 지역금융기관들이 기존 신용보증기관에 출연한 돈을 지역신보로 전환하는 것과 기업출연금 등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나 통산부가 가장 기댔던 「언덕」인 정부지원금은 전혀 없는 형편이다. 올예산책정에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연금전환은 현재금융기관들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기존의 2개 신용보증기관에 출연한 약 3천억원 가운데 지방금융기관들이 출연한 약3백82억원을 지역신보로 전환하자는 것이 통산부와 지자체들의 주장이었다.◆ 경기지역만 3월께 설립될 듯그러나 금융부문을 총괄하는 재경원측은 금융기관들로서는 이중부담이 생긴다며 기존 보증기관의 보증여력을 강화하자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지역신보는 지방정부의 소관사항이지 재경원이 관여할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출연금문제도 출연금에대한 감세혜택외에는 이렇다할 배려가 없는데다 설립후 운영을 장담할 수 없어 선뜻 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부산시청 중기지원계의 손형근씨는 『지역신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지역금융기관출연금』이라며 『재경원이 왜 지방은행들의 돈을 지방으로 안돌려주려는지 이상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지방정부의 한 관리는 『재경원이 통산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것 아니냐』며 『덕분에 돈이 달리는 지방 중소기업들만 죽어나고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그러나 중앙부처간 정책조율에 따른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보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들줄 모르고 있다.통산부의 장현옥사무관은 『기업들도 지역신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데다 각 자치단체들의 의욕이 강해 계속 추진중』이라고 말했다.실제로 경기도는 오는 3월을 목표로 경기신용보증조합(가칭)의 설립준비가 한창이다. 경기도청 지역경제과의 강임진씨는 『경기도1백억원, 삼성 현대 LG 기아 쌍용 선경 6개 기업 1백20억원, 금융기관 14억원, 지역 상공회의소 11억원, 조합원 55억원등 총 3백억원의 자금을 모아 영업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순조롭게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발빠른 지역신보 설립에 대해 강씨는 『도내에 대형사업장이 많아 기업출연이 쉬운데다 정부지원을바라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꾸준히 설립을 준비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현재 지역신보 설립을준비중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아직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대전광역시의 박성효 지역경제국장도 『지역금융기관 출연분 이양,전경련 차원에서 기금을 출연해 이를 각 지자체에 분배하는 운용의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결국 관건인 자금마련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 지자체들의 형편이다. 아울러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로서는 중앙정부의지원을 받아서라도 지역신보가 빨리 설립돼 자금줄에 숨통이 트이기만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는 딱한 사정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