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게걸음」을 치다가 골창에라도 빠질라치면 투자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항의시위를 벌이곤 한다. 증권사객장에 가부좌를틀고 앉아 주식시장을 살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식투자를 하지않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같은 투자자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이들이 많다. 「시장이 활황이어서 수익을 올릴때는 아무소리도 하지 않다가 깡통계좌됐다고 정부를 탓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과연 투자자들의 항의는 이유있는 것일까.대답은 어느정도 긍정이다. 나아가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증시격언을 받아들인다면 대답은 강한 긍정이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수급관계란 뜻이며 그동안 시장수급을 좌지우지해왔던 곳은 정부였다. 특히 공급물량은직접적으로 정부의 손아귀안에 있었으며 수요는 정부의 영향권내에서 놀았다. 결과적으로 시장침체에 따른 비난의 표적은 정부가 되곤 했던 것이다.주식시장에서 수요는 자금을 말한다. 주식을 사들일 여력과 의지가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요가 있다 없다가 결정된다. 자금으로는은행이나 보험 증권사등 기관투자가들의 운용자금, 증시개방에 따른 외국인자금, 개미군단으로 속칭되는 일반투자자들의 예탁금, 증시침체 때마다 단비를 뿌려주는 증시안정기금 등을 들 수 있다.공급은 신규 기업공개와 증자물량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발행시장이 되는 것이다. 80년대후반 이후 한국증시는 공기업민영화와 금융기관및 유망기업들의 증자등으로 큰폭의 양적팽창을 보여왔다.기업들은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쓰기 위해 기업을 공개하고 증자를 거듭하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발행된 주식은 원활히 매매되지 않게 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증권전문가들은 지난 89년4월이후 주가의 대세하락을 수급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경기가 88년10월부터 하강국면에 돌입해 주가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89년 한해동안만공기업민영화 금융기관증자 등으로 무려 14조원이 넘는 주식을 공급해 증시침체를 가속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공급물량이 어느정도 수준인가는 지난해 주식공급이 6조1천억원(유상증자 5조5천8백66억원, 기업공개 5천8백1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바로 알 수있다. 증시는 장기침체에 들어가고 개미군단에서 깡통계좌가 속출했을 뿐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꼼짝없이 물리는 상황에 빠지고 만것이다.정부는 작년 이맘때 8조~10조원의 공급물량을 발표했었다. 그러나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출렁이면서 LG반도체 주택은행등의 공개가 연기되기에 이른 것이다.올해는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말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공급할 계획이라는 정부발표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추산을 보면 유상증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6조원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공개물량은 의무공모비율의 축소(30%에서 10%로)와 연기된 대형기업들의 공개물량으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 최고 1조5천억원까지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공급면에서는가능한한 억제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란 예상을 손쉽게 할 수 있다.증시의 수급문제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는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하는일이다. 작년 비자금파문이후 주식시장의 체질이 허약해져 공급억제에서 한단계 나아간 수요측면에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얘기다. 수요기반의 확충에는 예를들어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나 주식의 상속증여시 과세표준을 낮추는 시책들을 들 수 있다.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증시가 정부정책에 의해 출렁이는 일이 없도록 자율성을 지닐 수 있는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