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증시의 공룡급 기관으로 등장한 증시안정기금. 시대적상황이 낳은 대표적인 「인조 공룡」이다. 이제는 자산규모 6조원에 달하는 이 공룡이 한번 움직이면 시장에선 꽁꽁 얼어붙은 강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난다. 덩치가 큰만큼이나 움직임이 뜸한 것도 사실이다.종합주가지수가 지난 89년 4월의 1,000선을 고비로 끝없이 추락해800대 붕괴마저 눈앞에 다가온 90년 5월 4일 증안기금설립이 공식화됐다. 당시 증권업협회의 강성진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후문이다.설립당시 2조원으로 출발해 나흘뒤인 5월8일엔 4조원으로 늘려 「처녀 매수」에 나섰다. 출자금은 증권사의 2조원을 비롯해 은행과보험권에서 각각 5천억원, 상장회사 1조원등. 지금은 수입이자 등을 합쳐 모두 6백36개사의 4조8천6백억원에 달한다.「증안」의 존속시한은 당초 3년간이었지만 시한이 돌아온 93년5월께도 주가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96년 5월초까지 다시 3년간 연장됐다. 이제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존속시한을 놓고아직껏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당국 일각에선 3년간의 재연장이 아니라 몇개월정도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실정이다.그동안 증안기금은 틈틈이 매수에 주력해 시장을 떠받치는데 매진해 왔지만 추락하는 주가를 받쳐내지 못해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90년 10월 10일 「깡통계좌」를 일괄정리할 때 하루동안 무려 1천3백12억원어치의 물량을 거둬들이는 등순기능을 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줄곧 매수만 하던 증안기금은 증시가 과열양상을 보인다는 판단아래 93년의 폐장일인 12월 28일 설립이래 처음으로 매도(93억원)에나선 이래 94년 초반까지 물량을 내놓았다. 그러다 다시 주가가 미끄럼틀을 타기 시작했고 작년 상반기엔 매수로 돌아섰고 「6.27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6일에는 대대적인 시장개입에 나서 1천억원어치를 사들이는 세를 과시했다.증안기금의 자산은 크게 3가지. 보유중인 주식과 한국증권금융에운용을 맡겨둔 현금과 채권 등이다. 현재 증안기금의 주식보유규모는 모두 4조1천4백억원 수준이고 증권금융에 1조8천억원(채권1조2천억원 포함)어치가 예치된 상태이다. 모두 6조원에 달하는 「매머드 기관」으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작년 7월말 현재로는3억2백73만주의 상장주식을 보유했다. 이중 금융주는 1억3천3백만주로 43.9%를 차지했고 조립금속도 19.5%인 5천9백10만주였다.◆ 주식시장의 「작은 헤라클레스」, 연기금주식시장에 「작은 헤라클레스」가 등장했다. 외형은 작지만 올해우리증시에서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연기금공제회가 그주인공이다. 연기금은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가장 미미한 거래비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이 차지한 거래비중은불과 0.4%. 이같이 주식시장의 자그마한 손에 불과한 연기금이 국내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두 번째로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신탁 은행 증권 투자금융 종합금융등 기관들을 제치고 보험사에이은 「제2대 매수세력」으로 부상한 것이다.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연기금은 9백8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고 2백26억원어치를 팔았다. 7백5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이다. 이는 연기금이 지난 한해동안 순매수했던 8백8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1년동안 사들일 주식을 불과 한달남짓동안 사들인 셈이다.법인세법시행령상 기관투자가로 지정된 연기금은 모두 86개. 정부관리기금이 37개이고 민간관리기금이 42개이며 공제사업영위법인이7개다. 그러나 증권사 법인영업부의 타깃이 되는 연기금은 주식투자규모가 3천억원 이상인 5대 연기금으로 압축된다.특히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모두 4천5백억원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교원공제회 신기태투자팀장은 『지난달종합주가지수가 840선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은 증권전문가들이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만큼 더 이상 악재가 없다는 판단이 연기금펀드운용자들의 공통된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금의 매수세가 단기매매차익을내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연기금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의 주식평가손을 봤기때문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관리부 주병기과장은 『연기금들은 장기적으로 자산운용 가운데 주식투자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자산규모 가운데 주식투자비중이 50%가 넘는 지방행정공제회는 더 이상 주식투자규모를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연기금들이국내에서 수익률을 내는데 한계를 느끼고 미국 동남아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상당수의 연기금이 해외유가증권에 투자하기위해 자료조사와 서베이등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