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컴팩 AT&T 노벨 텔렙스 에이서 스트라타콤 시스코 쓰리콤」.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사장을 고용할 때 헤드헌터를 통했다는 점이다. 이들 외국업체는 헤드헌터를통해 현지인을 최고책임자로 고용, 정확히 한국시장을 파악하는 동시에 단시일에 영업에 나섬으로써 경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 90년대 들어 간혹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던 헤드헌터들의 구체적인 활동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헤드헌터는 고급두뇌탐색업을 일컫는다. 우리들에겐 헤드헌터란 말로 더 잘 알려진 이 고급두뇌탐색업이 새로운 인력조달방법으로 떠오르면서 기업은 물론 고급두뇌집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들은 이동통신 등 대형신규사업이 잇따르면서 전문인력을 찾게되고전문직의 두뇌집단들은 더좋은 일자리를 찾아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젊은최고경영자들이 등장하면서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것도 헤드헌팅산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화 개방화 추세속에서 유망시장인 한국에 진출하려는 다국적외국기업들이 이 지역과 업계사정에 정통한 기성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헤드헌팅회사들의 문을 노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력정보네트워크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첨단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헤드헌터에 의뢰하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헤드헌팅은 전문용어로 이그제큐티브 서치(Executive Search), 즉중역탐색이라고 불린다. 이 일을 하는 회사는 서치펌(SearchFirm)이라고 말한다. 고급두뇌집단이랄 수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간부중역 그리고 고급기술인력을 소개한다는 면에서 일반 직업소개소와 구별된다. 고급두뇌인력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가 많아지면서헤드헌팅을 본업으로 삼는 헤드헌팅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업체수가 늘어나면서 어엿한 인력산업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헤드헌팅업체는 대략 50~60여개사에 이르는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 3년간 새로운 헌팅전문업체들은 매년10여개씩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헤드헌팅업체의 활동유형은 약간씩 다르다. 하나는 헤드헌팅업이란 간판을 달고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부류다. 이들 업체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교적 체계적인 인력탐색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대부분 중견업체들로 외국의 유수헤드헌팅업체들과 업무제휴를 맺고있거나추진중에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공식 서치펌으로는 유니코서치 탑경영컨설팅 보이든인터내셔널 TAO코리아 서울서치 등 10개 업체에이르고 있다. 둘째는 공식적인 간판없이 경영자의 인맥을 통해 은밀히 영업을 하는 업체들로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국회사나 외국손님의 홍보를 맡고있는 홍보회사도 그중 하나다. 이들홍보회사는 외국인회사나 이들의 임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음에따라 중간에서 알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셋째는 회계법인과법률사무소 등 자신의 고유업무를 처리해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요구에 따라 전문인력을 소개하는 업체들도 있다.이에 따라 국내에서 헤드헌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상무관 등 외국대사관 근속자나 미8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미군인사부서담당자들, 변호사 및 회계사사무실 근무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헤드헌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종회사에서 근무하다 나와 독자적으로 회사를차린 인물도 상당수에 이른다.이들 헤드헌팅업체는 일단 의뢰가 들어오면 그 자리의 업무내용,필요한 기술 및 능력 등을 분석함은 물론 해당 회사의 경영전반에관해 조사분석한다. 그리고 의뢰받은 자리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인재를 탐색하여 복수의 인원을 선정하고 이들을 면담한 이후최종적으로 2, 3명의 명단으로 압축하여 고객에게 추천한다. 최종결정은 의뢰기업에 맡기는 것이 불문율로 돼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인력소개차원이 아니라 산업별 업종별 개인별 자료를 세밀히 분석하고 설명하는 컨설팅에 해당한다. 잠재능력 등 인재에 대한 정확한 평가방법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만큼 국내헤드헌팅업체들은 그 기법이 선진국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자체 평가다. 헌팅대상자가 CEO(최고경영책임자)가 됐을 경우 외국처럼 시장확대가능성 등 투자에 대한 수익성 정도를 산정하는 기법들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대형업체들이 외국헤드헌팅업체들과기술제휴를 맺는 것도 정보네트워크의 확대 이외에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 헤드헌터들은 특별한 인맥을 통해 은밀히 활동하므로 알선과정과 주요인물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들은 인적관리에 철저한 비밀을 생명으로 삼고있어 동료직원들조차 모르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예도 허다하다. 이들은 사전에 헌팅대상인물의 신상명세서는 물론 잠재능력을 철저히분석, 미리 고객이 필요한 부문의 인력을 요구할 때 즉각 대응할태세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필요한 인재에 대한 자료가없을 경우에는 관련업계내의 인맥을 통해 관련인재를 찾아내 알선해 주고있다.◆ 젊은 최고경영자 등장 헤드헌팅산업 부추겨헌팅 대상자는 외국회사의 지사장이나 임원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영인 알선을 의뢰해오는 업체의 90% 가량이 외국기업들이란점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에는 부장 과장 등 중간관리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홍보 비서 등 특수전문직도 헌팅(알선)대상으로 추가해가고 있다. 산업별로는 주로 첨단산업에 집중되어 있다.반도체 정보통신 증권 금융 등 소위 하이테크분야의 전문인력에 대한 의뢰가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헤드헌팅업체수가 증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특정세부분야에 주력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있다. 헤드헌팅기술상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인 급여수준산정 전문업체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리를 이동할 때 전체급여는 월급 보너스 후생복지지원 등 포괄적인 급여수준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이때 여러가지 요소가 감안되어야 한다. 세계산업계의 평균임금은 물론 국내산업의 수준 그리고 직급별 급여수준도 인재의 「상품가치」에 적정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을 요하므로 이 분야만을 주력하는 업체도 탄생했다.알선수수료는 모든 직급에 관계없이 인력선발과정이 거의 동일하지만 천차만별이다. 지사장 등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원급의 경우연봉의 30%정도가 보통이다. 관리직이나 비서직 홍보직에 대한 수수료는 연봉의 10~20%에 이른다. 수수료는 해당인력이 아니라 이들을 스카우트하는 의뢰회사로부터 받는다. 이들 헤드헌팅업체는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성격상 연봉 5만 달러 이상의 인재에 대해서만알선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직업소개가 아닌 컨설팅을 위주로 전알선과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연봉 5만달러 이하의경우에는 수수료가 비용을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의뢰가들어오면 인력조사와 산업시장을 거쳐 최종인물을 결정하기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또한 헤드컨설턴트 한명이 1년동안 15~20건의 의뢰건수를 처리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보다는 다소많은 건수를 처리하고 있지만 컨설턴트임금이 높은데다 기타 연구조사비용도 만만치 않아 일정수준이상의 인력알선에 한정하는 것을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기적으로 인력관리를 대행해주는 고정고객(client)일 경우에는 고객서비스차원에서 보조업무직의 인력도알선해주고 있다.헤드헌터들이 「사냥감」으로 삼는 인물로는 관련산업에서 경험이풍부한 사람들이다. 여기에다 언어소통을 위해 영어는 필수적인 자격요건으로 간주되고 있다. 산업에 직접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언어를 습득하는 것보다 시간이나 경비면에서 크게 절약된다고외국기업들은 보고 있다. 성격이 원만하고 리더십이 강하면 금상첨화로 여긴다. 여기에다 가능하면 MBA 학위를 보유한 전문경영자나기술자를 선호한다.◆ 외국헤드헌팅업체 홍콩 거점 활동헤드헌팅업체가 늘어나고 그 활동분야도 점차 확대되면서 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모든 활동이 은밀히 이루어지는 헤드헌팅산업의 업무성격상 매출액에 대한 공식집계는 나오지 않고있다. 서울서치의 경우 10억원 정도로 대략 중대형업체들의 매출액은 10억내지15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인력알선수수료가 매출액으로 잡히는 헤드헌팅시장의 전체규모는 연간1백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공식간판을 내걸고 헤드헌팅업을하는 10여개 서치펌들이 1백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헤드헌팅시장이 매년 50%씩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평균 헤드헌팅시장규모의 성장률 25~30%의 거의 배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경제의 신규분야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인력이동이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한 직장을 오래 다녀야 한다는 기존의 직장개념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헤드헌팅업계는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하고있다. 외국헤드헌팅업체들과 업무제휴를 맺는 것이 바로 그것. 외국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보이든인터내셔널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보이든과, 탑경영컨설팅은 워드 하웰과, 유니코서치는 GHR, 서울서치는 미국의 호톤그룹과 제휴를 맺는 등 대부분의 헤드헌팅업체들이 외국업체들과계약을 맺었다. 제휴선은 모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대형헤드헌팅업체들로 이들과 제휴관계를 맺는 방법은 업체별로 모두 다르다. 어느 정도 자리잡은 국내업체가 외국업체와 제휴를 맺는 경우에는 제휴계약시 대략 20만~30만 달러를 할부금형식으로 현금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제휴업체가 그때그때 의뢰한 수수료중 10~15%를이익금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티개념이 아니라 사안별일정한 실적급을 서로 주고받는 셈이다. 하지만 주로 국내헤드헌팅업체들은 정보네트워크나 기법노하우면에서 열세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국업체들에 사안별로 일종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고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외국헤드헌팅업체의 이름을 빌려 한국에서 활동하는 업체들도 본사와는 별도로 독립채산제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노하우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극히 꺼리는데다 현지상황은 현지인에게 맡겨 이익을 극대화하는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이들 다국적 외국헤드헌팅업체들은 오랜 경험과 막강한 정보네트워크를 무기로 세계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신시장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을 노리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 신규산업에 필요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의 헤드헌팅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들 외국헤드헌팅업체는 대부분 홍콩을거점으로 삼고 있다. 홍콩은 다국적기업의 신규진출은 적지만 중국에 대한 고급인력시장의 공급지역으로 촉망받고 있다. 홍콩인들은대부분 영어를 잘 구사하면서도 서구경영에 익숙한 중국인들이 많아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급인재들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이어싱가포르와 방콕도 외국헌팅업체들의 유망한 진출지역으로 손꼽힌다. 태국에는 이미 대형 다국적헤드헌팅업체인 콘페리와 보이든사가 활동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들 헤드헌팅업체가 진출을 주춤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기업의 종신고용제가 뿌리깊게 자리잡은데다 한 회사에 대해 충성을 다해야한다는 의식이 많아 인력이동이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헤드헌팅업체는 지점이나지사가 없는 지역이나 국가에 대해서도 활발한 헤드헌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도국에 진출하려는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지역에 개별적으로 출장나와 사안을 처리해주고돌아가는 등 전세계 곳곳에서 활동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경험과노하우 그리고 자본력이 열악한 국내헤드헌팅업체가 막강한 정보네트워크를 무기로 진출하는 이들 외국헌팅업체와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헤드헌팅산업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과 기업 및 사회의 인식이 우선 달라져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