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채용을 위한 인사기법 가운데 최선은 자체충원이고 다음이추천에 의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이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구하는 것으로 일종의 스카우트인 헤드헌팅이다. 결국 헤드헌팅이란 필요한 자리에 전문적 기술을 갖고 있는 알맞은 인재를구해주는 사업, 일종의 「사외 인사부」라고 보면 된다.』잔잔한 클래식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사무실에서 만난 서울서치 김진희사장(40)의 헤드헌팅에 관한 정의다. 김사장은 헤드헌터(HeadHunter), 우리말로 직역하면 두뇌사냥꾼이다. 그러나 자신은 컨설턴트로 불려지길 바란다. 지난 92년 서울서치라는 헤드헌팅사를 설립한 김사장은 현재 코닥 코카콜라 롱프랑제약 힐티코리아 화이자오랄-B 등 세계굴지 1백여 기업체를 고객으로 갖고 있다.헤드헌팅업은 전문경영인 임원 중간간부들을 원하는 기업체에 알선해주는 것으로 이른바 이그제큐티브 서치나 서치펌으로도 불린다.최근 들어 시장성있는 비즈니스로 인식되면서 뒤늦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직업이다.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 1930년대부터 등장, 현재 시장규모만도 30억 달러를 웃돌 정도로 팽창했다. 그러나 국내에는도입된지 채 20년이 안됐을 정도로 일천한데다 시장규모도 1백50억∼2백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김사장은 『현재 시장규모도 작고 외국기업의 한국인력수요에 대해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커버할 정도로 국내시장이 미미하지만WTO 등 개방화에 따라 외국업체들이 헌팅업체 즉 서치펌을 찾는횟수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전망이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감으로 김사장은 자신의 헤드헌팅사업에 비전을 제시했다.사업에 확신을 가진 김사장이지만 처음부터 헤드헌터를 결심하고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어비스 허츠 등 렌터카회사에 근무하던 김사장은 미국연수때 인력알선업에 대한 비전을 확인하게 된다.자신이 찾던 「돈안들이고 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인력알선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무모하리만큼 섣불리 뛰어들어 주로 비서 등 초급인력을 소개하는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사업초기에 보증을 잘못서 부도의 위기를 맞게 된다.◆ 헤드헌터는 일종의 「사외인사부」새옹지마라고 다행히 부도위기를 넘긴 김사장은 우연히 스웨덴SAS항공의 부사장이던 한센씨를 만나면서 「직업소개사」에서 헤드헌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김사장이 만난 한센부사장은 세계최고의헤드헌팅업체인 콘페리에 근무했던 사람으로 인사관리분야의 베테랑이었다. 김사장은 『도사를 만났구나』라며 한센부사장을 좇아다니며 업무를 배우면서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후 선발 헤드헌터들을 좇아다니며 다시 실무를 익히다 지난 92년 서울서치라는 업체를 차려 본격적인 헤드헌팅업에 뛰어들게 된다.헤드헌팅업을 벌인지 4년. 사람을 가려내고 추천하는 일이라 나름대로 사람 보는 눈을 가졌을 법도 한데 『갈수록 사람을 모르겠다』는 김사장.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후보자라도 고객에게 추천할때 절대 김사장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오직 경력이나 업무수행능력 등 객관적인 자료만 제시한다.김사장이 헤드헌터로서 한 건의 의뢰를 받아 끝내기까지 걸리는 시일은 보통 2∼3개월. 외국이나 국내업체로부터 구인의뢰를 받으면신청자와 일정을 조정, 직접 면담하면서 구인요건을 확인한다. 다음에 해당업종에 대한 시장조사 및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이가장 중요하며 시간도 가장 많이 소모된다.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는 일이 곧 헤드헌터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갖춘 인력데이터베이스나 사외인사로부터 자문을 얻기도 한다. 또 추천인재의 보수 등 급여보상체계에 대한 적당한 기준을 찾기 위해 연봉조사기관의 도움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일단 적합한 인물을 여럿 찾아내 의뢰인에게 복수로 추천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적당한 인물이 누구라는 등 최종결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절대적 금기라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불문율이다. 『헤드헌팅이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업종이라 사적인 감정이나 판단으로 비즈니스를 망치거나 악영향을 줘 신용에마이너스가 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한 건의 의뢰에는 보통 2명의 컨설턴트가 기본으로 달라붙으며 조사원 외부자문인사등 여러 명이 가세해 일을 처리한다.『세계적으로 보면 헤드헌터 1명이 연평균 15~20건을 처리합니다.그러나 우리나라는 구인자나 구직자 양측에서 빠른 해결을 원해 그보다 많이 처리하고 있지요.』 그만큼 업무하중이 많이 얹힌다는김사장의 말이다.헤드헌터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고객에게 추천인물의 연봉 등 급여보상에 관한 시시콜콜한 것까지 챙겨주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수입은 잘 챙기지 못하는 듯한 말투다.『서울서치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개인적으로 보면 연봉 6천만~7천만원정도를 받는다』고 김사장은자신의 수입을 밝혔다. 그 돈으로 65평정도의 사무실과 9명의 직원을 꾸려나가고 있다.최근 들어 김사장을 찾는 고객들이 가장 비중있게 요구하는 것은커뮤니케이션능력. 일단 의사소통이 돼야 업무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더십이나 좋은 성격 등 퍼스낼리티 위주의 인재를 필요로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사장으로서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파악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본호오(好惡)의 감정은 철저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 김사장의 말이다. 최종결정에 절대 영향을 주는 일은 삼가라는 헤드헌터들의 불문율 때문이다.◆ 신용 중요…사적감정은 비즈니스 망쳐일부 대기업들의 경영진 공채로 헤드헌터들의 업무영역이 축소되는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사장은 『기업체의 홍보효과 외에는 이렇다할 효과가 없다. 결국은 서치펌을 찾는 발길이 늘어날 것』이라는확신에 찬 대답이 서슴없이 나온다. 공채출신이 받는 스트레스를여러 곳에서 직접 들은 데다 『소모적인 국내 기업체들에 반해 재충전을 중요시하는 외국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것이김사장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그러나 헤드헌팅업체로 막상 적합한사람을 소개해준 김사장에게는 사후관리가 애로사항이다. 『조사·보고에 근거해 고객이 채용한 인물이 어느날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경우가 가장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지금보다좋은 자리로 갔지만 막상 가고 난 후 소식이 없을 때』 김사장은헤드헌팅업이란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이 든다고. 『소위 인간적인정도 없이 비즈니스로 끝나는 것이 헤드헌터로서 갖는 섭섭함』이란다.『고등학교때 대학입학을 포기했다가 관동대에 입학, 전형적인 청바지문화에 젖어 대학생활을 했다. 당시 음악에 심취해 음악다실의DJ생활도 했다』는 김사장. 그래서 그의 사무실에 매킨토시앰프 탄노이스피커 등 최고의 음향기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음악감상만을 위한 단순한 음향기기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악이나 독서로 풀어버린다.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음악이라면 무조건좋아한다. 책은 일과 정반대의 책으로 역사책 등을 읽는다』는 김사장이기 때문이다.인맥을 중요시하는 헤드헌팅업계. 그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지방대출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자신을 부단히자극했다는 김사장은 『헤드헌팅업은 떠오르는 시장으로 헤드헌팅컨설턴트들의 적극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나름대로헤드헌팅업계를 분석했다.헤드헌터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영어 등 어학능력도 기본이지만 프로는 모든 일에 자기계발과 관리가 필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는 김사장. 자신도 자기계발을 위해직원들보다 2시간 정도 이른 6시반이면 어김없이 출근, 조용히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앞으로 반도체 전자분야에서 가장 강점을 가진 헤드헌터가 되고싶다』는 김사장은 요즘 관련분야의 인력자료를 구축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