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10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10층 연회실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이사장을 비롯, 국내에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인사들 2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측에서도 통산부중소기업국장을 비롯, 중소기업정책담당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새로 제정 또는 개정되는 중소기업관계법을 최종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동안 업계와 정부는 사업조정법등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보여왔다. 그러나 업계는 일단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을 확대하는 중소기업구매촉진법을 없애는데는 양보한 상황이었다.회의가 시작되자 불꽃같은 논쟁이 시작됐다. 그렇지만 누구하나 중소기업구매촉진법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문은 흘려놓고 외곽적인 문제로 감정대립만갈수록 강해졌다.이때 플라스틱협동조합이사장인 이국노주식회사지주회장이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앞으로 나왔다. 그는 ?다른 법은 다 양보해도 좋지만 구매촉진법만은 결코 없애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이존속해야하는 필요성을 조목조목 들어가면서 설명했다. 이 법이 무너지면 협동조합이 무너지고 협동조합이 쓰러지면 중소기업도설땅이 없어진다고 역설했다.그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급선회했다. 구매촉진법폐지가 핵심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통산부측과 업계측은 4시간이 지나도록 맞서자 이국노회장을 포함한 주요인사들이 긴급실무회의를구성, 정부측과 타결을 보았다.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이회장의 의견이 이겼다. 중소기업구매촉진법을 중소기업진흥법에 포함시켜 존속시키기로 한 것이다.이회장은 이법을 수호한 공적으로 요즘도 업계에서 많은 찬사를받는다. ?이 법을 없앴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협동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영역을 확보해준 그의 판단을 여전히 높이평가한다.이회장은 업계에서 돈키호테로 소문나 있다. 모든 일에 추진력이강하고 적극적이라는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 그는 자신의 기업을 키우는데도 적극적이지만 동료기업및 전체중소기업을 키우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쏟는다. 특히 부채투성이인 한국프라스틱조합이사장을 맡아 3년만에 최고의 건실한 협동조합으로 바꾸어놓은 것이 대표적인 성과이다.그가 지난 93년 플라스틱협동조합이사장을 처음 맡았을 때 이 조합은 48억원이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었다. 이의 해결을 위해 그는당시 중소기업은행장이던 이우영중소기업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파레스호텔 일식집에서 만난 그는 협동조합에 돈을 빌려주는것은 많은 중소기업을 골고루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협동조합에 20억원을 신용대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사실 당시엔 규정상 협동조합이 기업은행에서 직접대출을 받을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이우영 당시행장은 예외조건으로 프라스틱조합에 연리 9%로 지원해줄 것을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그는 연 6백80억원에 불과하던 공동사업매출을 3년만에 3백40%나늘어난 2천3백억원으로 올렸다. 이 공동사업의 수익금으로 빚을 거의 다 갚았다.그의 이같은 추진력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기업경영방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가 경영하는 주식회사지주는 플라스틱파이프 및 이음관을 생산하는 업체다. 그는 김포의 3천5백평공장에서 첨단기술의 파이프를 생산, 각건설업체등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또 충북 음성에 대지 4천3백평규모의 폴리에틸렌관 생산공장을 지어 수도파이프를 비롯, 전선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원과 스스럼없이 검도대련 펼쳐이회장이 생산하는 품목은 플라스틱관련제품이지만 그의 경영기반에는 검도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회장은 알고보면 검도를 기업경영에 적용한 독특한 기업인이다. 이 회사에서는 검도유단자만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PE파이프생산업체인 지주의 김포공장안에는「지혼관」이라는 이름의 검도장이 별도로 있다. 이회장의 검도실력은 6단, 한때 검도국가대표선수였다. 지난91년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이 회사의 종업원들중 검도유단자는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누구나 근무시간전후및 쉬는시간에 검도장에서 연습을 할 수 있다.이회장 스스로도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대련을 벌인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원이 막대기(竹刀)로 사장의 머리를 두들겨 팰 수 있는 회사는 지주밖에 없을 겁니다? 이회장은 노사간에 쌓인스트레스는 검도대련 덕분에 쉽게 풀린다고 설명한다.이사장이 검도의 정신을 기업경영에 적용한 것은 2가지다. 첫째는예의 정신이다. 이 회사는 검도에서 터득한 예의 정신이 투철해 상하간 수평간 거래기업간의 예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둘째는 수직정신이다. 이것은 검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짧은 거리로공격하는 정신을 뜻한다. 이 수직정신은 이 회사의 상호에서부터나타난다. 지주(蜘蛛)란 거미의 한자어다. 거미는 수직 또는 직선으로 공격한다. 또 희생과 의리의 정신이 있다고 한다.이 회사는 이같은 예의 정신과 수직정신이 매우 투철한 사원에게는「블랙스파이더」(검은거미)란 칭호를 준다. 블랙스파이더는 5년이상 근무한 경력자중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의리를 가진 사원에게 부여된다. 단 블랙스파이더는 전사원에 의해추대된다. 만장일치로 뽑는다.현재 블랙스파이더는 모두 4명이다. 블랙스파이더가 된 사람에겐상금조로 일단 5백만원 상당의 주식이 분배된다. 블랙스파이더는어떠한 잘못이 있어도 회사에서 쫓아낼 수 없다.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되 마음대로 회사에 다시 들어올 수도 있다. 블랙스파이더의 자격중 일부는 세습된다. 이들의 자식(손자까지 포함)은 아무런 심사없이 지주에 취직할 수 있다.4명의 블랙스파이더중 1명이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했다. 플라스틱파이프를 취급하는 대리점을 차렸다. 이사장은 그에게 현재도 사원이상의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회장은 신뢰와의리로써 기업을 경영하고 협동조합을 이끈다.그는 플라스틱협동조합을 맡고난 이후 부채를 갚는 것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다. 협동조합업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산화했다. 약 30억원을 들여 플라스틱시험원을 설립, 이사장을 맡아 이분야의 물성검사 및 표준화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프라스틱조합의 단체표준을 설정했으며 한국플라스틱연구조합을 설립, 공동기술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요즘은 한국플라스틱재활용협회회장을 맡아 플라스틱을 자원화하는 작업에 몰두, 플라스틱은 결코 공해물질이 아님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정책을 바꾸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이회장은 지난 92년 3월 서울 영등포에 주식회사유화수지를 설립해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이어 올해는 인천에 주식회사폴리마란 기업을 새로 만들어 특수플라스틱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이회장은 지난 2월2일 그동안 플라스틱조합을 잘 이끈 실력을 인정받아 회원사사장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협동조합이사장에 다시당선됐다. 이제 그는 플라스틱업계의 인물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평가받기 시작했다.이회장은 ?협동조합 및 중소기협중앙회업무란 기(機)사(事)정(政)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첫째 기술지원업무가 필요하고 둘째 전문적인 사업지원이 필요하며셋째 정책입안을 주도해야 한다는것이다. 업계는 그가 기사정정신으로 전체 중소기업을 일으킬 날을 기대하고 있다.중소기업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