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내에 「V프로젝트팀」이란 이름의 조직이 발족한 것은 지난87년이었다. 국내외의 의견과 자료를 모아 다가오는 21세기의 그룹비전을 준비하는 곳이었다.2년이 넘는 산고를 치른 90년 봄. 마침내 구자경LG그룹명예회장(당시 그룹회장)은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내놓게 된다. LG그룹의 장기발전전략을 읽을 수 있는 강령인 동시에 경영상의 모토란 성격을 갖는 글이다. 당연히 LG그룹의 현재를파악하고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는 이 글에서 구전회장이 무엇을 강조하고 있었는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구전회장은 당시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세가지방향에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제시했다. 첫째는 고객과 밀착된 사업의 전개였다. 구체적으로 예시하지는 않았으나 제조업에서는 하류(다운스트림)사업을 중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풍요로운생활의 창조를 위해 정보 금융 유통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한 3차산업에의 본격적인 진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주요거점으로사업을 다극화시키고 토착화한다는 생각이었다.구전회장이 제시한 세가지 방향속에서 현재 LG그룹의 경영활동을들여다보면 그룹의 어떤 부분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으며 생각한 방향으로 정확히 「순항」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무엇이 주력기업인가를 알기위해 올해 LG그룹의 투자계획을 간략히보면 전체액수는 7조5천3백억원에 달한다. 이가운데 절대 부분인5조원(약66%)을 전기 전자(전자 반도체 등)부문에 집중시킬 방침이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대비한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삼성에 내준 시장을 재탈환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LG화학을 비롯한 화학 및 에너지분야에는 1조9천2백억원을 배정했으며 이밖에 LG유통 및 LG-EDS에도 힘을 쏟고 있다.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우선 LG전자를 꼽을 수 있다. 국내가전산업을이끌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세탁기 냉장고 등 기전부문(매출액중약30%), 오디오 비디오부문(약20%), TV부문(약18%)과 정보통신기기및 전자부품등에서 폭넓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근래에는 CD롬이나 멀티미디어PC 등의 판매가 늘어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기의 비중도 강화되고 있다.그러나 전자산업은 외국에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높은 분야인만큼국내기업들이 해외생산기지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같은사정은 LG전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에는 2000년까지 중국인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시아 남미 유럽지역등에 1조원이 넘는시설투자를 해 확고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해외생산기지 구축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00년에는 10여개국 36개의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해외생산비중을 전체의 45%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LG반도체역시 주력분야다. 원래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라곤 하지만 올해도 3조원의 투자액으로 다른 계열사들을 단연 압도, 경계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올해는 16메가와 64메가D램 등 차세대제품의 생산을 위한 공장증설에 주력하면서 세계최고수준의 생산기술력과 비메모리분야의 사업확대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구미시에 국내최대규모의 비메모리분야 주문형반도체(ASIC)공장을 세웠다.기업공개를 한지 얼마되지 않은 LG정보통신은 국내외 정보화흐름속에서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떠올랐다. 지난 76년 설립된 대한반도체를 인수, 금성반도체로 성장했던 LG정보통신은 전자교환기(매출액중 약36%), 전송장비(약17%), 단말기기(약10%)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와 용역매출도 큰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한국이동통신이 구축하는 수도권지역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시스템 공급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CDMA교환기 및 휴대폰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LG화학은 이미 국내종합화학업계의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는 또다른 그룹의 주력기업이다. 화학이란 명칭이 주는 딱딱함과는 달리석유화학 산업건자재 생활건강 정밀화학 등 4개사업분야를 거느리고 있어 화장품이나 세제 등 소비생활에 밀접한 제품까지 생산한다. LG화학은 그동안 국내최대란 찬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수준에서는 50위권에도 끼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매출10조원 규모로 세계30대 종합화학업체의 대열에 든다는 목표 아래「엘(EL.Excellent LG Chemical)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다. 제품의 불량률을 0.01%수준까지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공정을 대폭 개선하면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이밖에 LG종합금융과 LG증권 럭키화재해상보험등 금융분야의 기업과 LG유통과 LG백화점 및 LG-EDS등도 그룹의 주력기업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룹으로의 성장이나 그룹운영을 위해서는 금융 유통분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LG유통과 백화점은 최근들어 그룹을 낀 유통업체들과 전문유통업체들간에 혼전이 펼쳐지는 분야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로 올해는 본격적으로 그룹의 유통다각화의 첨병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LG-EDS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세를 확장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구전회장은 앞서 언급한 경영구상에서 그룹의 사업방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구조를 문화사업단위(CU, Cultural Unit)에의한 체제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사업의 문화적 특성을 같이하는 분야끼리 묶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각계열사의 경영은 최대한 해당CU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해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설명이었다.현재 47여개의 LG그룹 계열사들은 21개 CU로 묶여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화학의 의약품사업부문 등을 생활건강CU로 분리, 독립시켰다. CU의 장(長)은 그룹내의 부회장이나 사장급 및 부사장급임원들이 담당한다. 철저하게 전문가적인 인사에게 CU장을 맡기고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방침도 자율경영이란 큰 틀속에서나온 것이다.LG그룹은 이제 구본무 회장체제로 탈바꿈해서 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선장이 바뀌었다고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반드시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 회장은 분명 새롭게 변모한LG그룹을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이런 의미에서 LG그룹 총매출목표를 3백조원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한 「도약 2005」액션프로그램(27일 발표예정)은 재계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