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대략 1천개에 달하는 각종 연구소들이 있다. 95년판 서울전화번호부 업종편에 실려있는 숫자다. 산업교육전문기관인 MIT컨설팅그룹에서 시작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한경제연구소등 낯설지않은 이름들도 있지만 대다수 연구소는 일면식도 없는 기관들이다.「내로라하는 연구기관하나 없다」며 각성의 소리가 높은 우리나라에 웬 연구소가 이렇게 많은지 의아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히 나온다. 최근 기업들은 직원대상의 갖가지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사내교육에는최소한 한두명의 외부강사가 등장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들 연구소의 상당수는 불과 10여명안팎의 직원을 두면서 이같은 산업교육을담당하는 강사들이 소장으로 있다. 전화번호부에 올려진 많은 연구소숫자는 우리나라 연구수준이 아니라 산업교육의 현주소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산업교육시장과 강사들에 얽힌 이야기는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인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쪽 박스기사참조).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강사들은 수면위로 올라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업계의 한관계자는 『산업교육시장은 연6천억원규모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직업훈련관계법에 나오는 규정을 역산해서 산출한것으로 어디까지나 추산에 불과하다.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최근 3~4년동안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이다』고 말했다.시장규모의 급격한 확대는 기본적으로 기업체의 교육프로그램들이다양해진데 따른 것이다. 삼성건설연수원의 박 용 대리는 『직원교육은 신입사원에서 대리 과장진급자 임원에 이르기까지 연중무휴로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연간 2~3백건 정도는 되는 것같다』고 밝혔다. 한 개 계열사만 이 정도이니 삼성그룹전체로는 한해동안 수만건의 사내교육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자체적으로 강사진을 갖고 있다곤 하지만 모든 교육이 사내강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분명히 산업훈련강사들의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구각을 깨뜨리는 신경영이론 등장 ‘붐’더군다나 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도 위탁교육을 많이 한다.MIT컨설팅그룹의 길승환 소장은 『영국계기업인 B T Korea(영국텔리콤 한국지사)에서 7명만을 대상으로 상담기법을 교육한 적도 있다. 과거에는 별다른 교육이 없었던 20명정도의 소규모회사에서도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산업교육시장이 확대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구각을 깨뜨리게 하는」 많은 경영이론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리스트럭처링이니 벤치마킹이니 다운사이징이니 하는 식으로 외국에서 도입된 경영기법이 꺼리낌없이 회자되고 붐을 이루곤 한다. 우리경제가 단순히 「잘 만들어서 열심히 판매한다」는 식의 전략아닌 판매전략이나 맹목에 가까운 상명하복식의 경영관리로는 경쟁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른것이다.산업교육강사는 2~3가지 부류가 큰 군(群)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파악된다. 전문적인 산업교육기관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강사들이그 첫째 부류다. 강사들의 모임인 한국산업교육총협회에 등록돼 있는 사람들은 현재 2백40명정도다. 협회홍보실의 관계자는 『불과2~3년 사이에 두배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라며 『등록돼 있지 않은강사들을 합치면 최소 1천명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민간의 산업교육훈련기관인 한국능률협회에도 상임과 비상임의 전문위원을 합치면 약 1천명이 소속돼 각종 강의나 컨설팅업무에 등장하고 있다. 또 MIT컨설팅이 매년 발간하고 있는 교육훈련정보가이드에 등재돼 있는 강사는 5백50여명에 달한다.이들이 반드시 전업강사는 아니다. 또 두개 이상의 기관에 중복적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대학교수나 연구소에 있으면서 강의활동을 하는 연구인력도 한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약간은 학술적인 분야를 담당하게 되는 이들은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인력들이 주류를 이뤘었다. 그러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등 대형사고가 있은 후 새롭게 등장한 강사진들은 토목학회 건축학회 콘크리트학회등에 소속된 이공계교수들이었다. 물론 인문계교수들이 「인생상담성격의 강의」를 하는 경우도드물지 않다. 또한 쌍용중앙연구소등 기업체의 연구소에 경력을 쌓은 연구원들도 종종 강의에 나서고 있다.다음은 기타 인물들이다. 예를 들면 정부부처의 사무관들은 자주강사로 등장해 법령이 바뀌었을 때 사업수행에 있어서의 세칙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소개함으로써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법무 세무관련지식을 전파하는법무사 회계사등과 시사문제등과 관련해 자세한 해설을 해주는 유명언론인들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실무경력과 경영수완 있는 사람이 최고의 강사산업교육강사시장은 분야에 따라 수요가 「폭발」하는 곳이 있고공급이 넘치는 곳이 있다. 능률협회 품질인증센터의 송경수 선임연구원은 『인사나 재무등 경영일반과 품질등에 관련된 분야의 강사는 넘치거나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최근 각기업들이 경영대책에 애로를 느끼는 환경 안전분야의 강사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교육강사들에 대한 요구조건은 지위나 인지도에서 벗어나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사람으로 내실화되고 있다. 한국산업교육총협회의 관계자는 『모기업에서는 자기회사의 교육에는 어떤 강사를써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강사를 거명하고 있다』며 『최근에는「한개 분야에서 20여년 종사하다 중소기업을 차린 사장님」같이실무경력과 경영수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최고의 강사로 대접받고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아직까지 갖가지 연줄에 의해 강사가 선정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력과 무관하게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혀 「베푸는차원」에서 강사로 등장시키기도 하고 담당 공무원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책임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이길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교육을 통한 인재육성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교육의 중요성을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