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도약의 나래를 폈다. 구본무 회장의 LG가 1년동안의 이륙준비를 마치고 드넓은 창공을 향해 기수를 한껏 들어올렸다. 지난해 2월22일 선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기를 물려받자마자 「정도경영」과 함께 「공격경영」을 천명했던 구회장. 작년 한해동안 숨고르기를 통한 바닥다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름하여 「도약(LEAP)2005」. 21세기를 겨냥한 구체적인 장기비전이자 청사진을 담고 있다. 구회장은 지난 2월초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이같은 경영구상을 밝힌데 이어 오는27일 잠실벌에서 세부 「실천계획」을 천명할 예정이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0690>가 단독 입수한 「도약2005」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10년후인 2005년엔 매출액 3백조원을 달성, 현대와 삼성을 제치고 국내정상은 물론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작년 매출액이 50조원이었던데 비하면 10년만에 6배로불린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연평균 20%의 급신장을 거듭한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전자 화학 상사 정유 금융 등 주요부문에서 1위를 넘보고 있다.물론 흘러간 10년을 돌이켜보면 LG그룹의 매출액은 지난 85년의8조5천억원에서 95년 50조원으로 5.9배의 성장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지난 10년동안의 항속을 향후 10년계획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문제는 어제와 내일의 경영환경 사이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지나간 10년동안 주로 국내기업과의 경쟁으로 충분했다면 다가오는 10년간은 그야말로 「국경없는 경제」에서의 무한경쟁을 치러야 하는 시대다. 한치의 경영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경영환경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10년동안 지난날과 똑같은 성장속도를유지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신장률로 같은10%라 하더라도 1조원이 늘어나는데 그치던 시절과 5조원이 늘어야하는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도약2005」가 돋보이는 것도 바로그래서다.『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그 속에는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을 추월해 한국 제1의 재벌이 되겠다는 야망이깔려있다.』(LG그룹관계자)이같은 비약적인 성장을 가다듬는 원년은 바로 96년. 구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재벌 1위 등극이라는 대장정」을 위해 출사표를던졌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반위에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해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해야 할 때』라는 전제아래 『올해는 양적 성장면에서도 1등으로 도약해 「LG」를 세계최고의 브랜드로 정착시켜 나가자』는 당부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LG그룹으로 그쳐선안되며 품목이나 브랜드 이미지에서 세계일류를 지향하고 광고도이에 걸맞게 해나가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이를 위해 LG그룹은 「도약2005」플랜의 작전개시 첫해인 올해부터목표치를 바짝 다잡아 올려잡고 있다. 금년도 매출 목표액을 작년보다 24%나 늘어난 62조원으로 책정한 것이다.이는 「깨끗한 기업, 세계 1등기업」을 금년도 경영 캐치프레이즈로 표방한 현대그룹의 예상 매출 신장세와는 같은 수준이지만 삼성그룹보다는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조직활성화에 매진할 현대도올해 매출목표를 74조4천억원으로 책정, 작년보다 24%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반면 삼성은 금년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보아 70여조원을 내다봤다. 삼성측은 성장보다는 내실있는 경영전략에 치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금년도 경영의 기본방향을 「세계일류를 향한 기반구축」으로 설정하는 한편 올해를 글로벌 경영의원년이자 모든 계열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혁명의 해로 정한 것도이때문이다.LG는 올해 투자규모도 과감히 늘려 잡고 있다. 작년의 6조3천억원에서 20% 증가한 7조5천3백억원을 계획한 것이다. 특히 전체 투자액의 3분의2 수준인 5조원을 전기전자 부문에 집중시켰다. 반도체에 대한 3조원을 비롯해 정보통신과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한 전자쪽이 1조5천억원 등이다. 이와함께 LG화학을 축으로한 화학 및 에너지부문에 대한 투자도 1조9천2백억원이 배정된 상태. 결국 전자부문과 석유화학을 공격경영의 최전선으로 삼은 셈이다.반도체 투자는 주로 16메가와 64메가D램 등 차세대 제품생산을 위한 공장증설에 주력하고 통신분야에선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교환기 및 휴대폰사업과 PCS(개인휴대통신)사업 추진에 집중된다.지난해 주요그룹의 매출액 추정치를 비교해 보면 LG가 50조원으로삼성(65조원)이나 현대(60조원)에 비해 20%가량 뒤처진 수준이다.지난 94년의 매출액(신산업경영원의 96년판 「한국 30대 재벌 재무분석」기준)으로는 LG가 28조원으로 삼성(50조원) 현대(45조원) 등에 비해 40%정도 뒤떨어졌었다. 이같은 상태를 10년 뒤에는 3백조원으로 끌어올려 현재의 1, 2위를 제치고 당당히 국내 1위그룹으로도약하겠다는 포부다.주요 계열사별로는 과연 어떠한 전략을 수립해 놓았길래 이처럼 엄청난 계획을 꾸민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한마디로 놀랍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우선 비상장 계열사인 호남정유의 경우 작년 상반기중 매출액이2조1천6백58억원에 달했고 95년 전체로는 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호남정유의 향후 매출목표는 오는 2000년에10조원으로 2.5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2005년엔 20조원으로 다시 배로 부풀린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또 LG전자는 작년 상반기중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한기업설명회(IR)에서 오는 2000년의 매출목표를 2백13억달러(약17조원)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6조5천9백17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마찬가지로 2.5배정도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2005년엔 줄잡아 30조~40조원 규모의 매출액이 시야에 들어온다(LG전자임원).해외사업과 관련해 미주지역은 LG전자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거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제니스사에 대한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공동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제니스사의 멕시코내 3개 공장과 LG전자의 멕시코공장을 연계, 공동생산체계를 갖추게 된다.또한 시카고에 컬러브라운관 공장을 새로 짓고 LG전자와 제니스사의 TV 및 관련기기 생산규모를 연간 6백만대 규모로 늘려 3년내 미국내 최대 공급업체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미국시장 1위업체인 RCA(점유율 16%)사를 따돌린다는 얘기다.LG화학 또한 외형 키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3조3천1백57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2000년엔 10조, 2005년엔 줄잡아25조원으로 늘린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 이를 위해선 대형 제약회사를 인수해야만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최근증권가에선 LG화학을 내세워 그룹차원에서 어느 상장 제약회사 인수를 추진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실정이다.금융부문도 LG그룹이 중점을 두는 업종중의 하나이다. 증권 보험카드 종금등 금융CU(문화단위)는 2005년에 세계 5대 금융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것도 자본금은 물론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국내 증권사중2~3위권인 LG증권은 대우증권을 앞지르게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LG증권임원)한국경제연구원이 30대그룹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4년기준 LG그룹의 전체 매출액중에서 LG상사 LG전자 호남정유 LG화학 LG반도체등 상위 5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4.7%. 이에비해 삼성과 현대그룹의 상위 5개사 비중은 각각 78.3%와 72.5%였다. 특히 전반적으로종합상사의 비중이 높고 이어 전자 자동차 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LG그룹은 10년 후에 매출목표 3백조원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계열사간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구회장은 『고수익과 고성장을 가능케 하는 미래형 사업구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신사업을대규모로 발굴해 적극 추진하되 성장성이 낮은 한계산업은 과감히철수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