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데는 창업보다는 기업인수가 제격이다. 특히 향후 유망산업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창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물론이고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지만 기존의 업체를 인수해 「때빼고 광내면」그룹의 효자로 키울 수 있게 된다.그렇다면 LG그룹은 「도약2005」플랜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구상하고 있을까. 그 단초는 구본무 회장이 취임한지 2개월이 지난작년 4월 「전략사업개발단」(단장 변규칠 LG상사 회장)을 발족시킨데서 찾을 수 있다. 그룹 회장 직속기구로 LG그룹의 신규 전략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곳이다. 주요 임무는 민자발전 위성방송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SOC(사회간접자본) 공기업민영화 영상소프트사업등에 대한 그룹차원의 사업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에너지 환경 생명공학등 21세기 성장유망사업을 발굴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특히 공기업민영화와 관련해 작년6월 개발단 산하에 민영화팀을 설치하고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삼성 대우 등 주요그룹들이 진작부터 인수채비를 서두르던 마당에LG도 눈독을 들이고 나선 것이다. 작년 8월 한중 민영화에 대한 산업연구원(KIET)의 용역결과 컨소시엄 방식의 경쟁매각등 8개 방안이 제시됐고 공청회까지 가졌으나 현재는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단계다. 가스공사 인수도 민영화 부문에서 놓쳐선 안되는 사냥감으로 삼고 있다.또한 정보통신과 관련, LG그룹이 집요한 관심을 보인 곳은 바로 데이콤. 작년 12월19일 장기신용은행 보유 데이콤 주식(9.84%) 매각입찰에서 LG반도체와 다화산업의 컨소시엄이 낙찰받았다. 그결과LG측은 기존의 보유지분을 합쳐 12.29%의 지분을 확보했고 비계열관련사의 지분을 포함하면 모두 27%선에 달하는 실정이다. 신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콤 등에 대한 지분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지만 LG그룹이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한셈이다.데이콤 경영권 확보전은 지난 93년11월의 한국통신 보유주식을 매각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당시엔 동양그룹이 10%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부상했고 이어 94년4월 정부(당시 체신부)보유 전환사채(CB) 매각에서 LG측이 관계사를 동원해 지분17%어치의 전환사채를 사들여역전극을 벌이는데 성공했다. LG의 데이콤 경영권 확보는 구회장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공격경영」의 첫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문제는 국민투신 인수전의 여파. 대우 삼성 LG그룹등이 군침을 흘려온 국투인수전에서 최근 현대그룹이 막판 승부수를 던지고 나섰다가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관계사를 끌어들여 경영권을 장악하는 사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국투의 전례가 만들어지자 한동안 고요했던 동양그룹(데이콤 최대주주)이 지난 2월22일 때를 놓칠세라 침묵을 깨뜨렸다. 오는 6월의신규통신사업자 선정에 참여를 포기하고 데이콤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LG쪽으로 굳어진 듯했던 데이콤 경영권 문제가 또한차례 회오리를 맞고 있는 상태다. 작년말 현재 데이콤에 대한 공식적인 지분은 동양이 9.85%로 가장 많고 삼성(9.38%)LG(9.35%) 현대(5.27%) 대우(3.03%) 등의 순이다.멀티미디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LG의 M&A손길은 해외로까지 뻗치고 있다. 순수 미국자본을 유지하면서 TV시대를 개척해 「미국의자존심」으로 불리는 제니스사를 작년 7월 인수키로 한 것이다. 제니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컬러TV 및 브라운관 생산업체로 시장점유율은 10%. RCA(16%) 매그나복스(12%)에 이어 3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완전평면 브라운관(FTM) 기술에 있어선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였다.때문에 LG는 차세대 멀티미디어분야의 핵심기술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효과를 거두었다. LG전자 시카고연구소와 제니스연구진이 합세해 각종 멀티미디어 관련기술의 시너지효과도 극대화되는 부수효과도 예상된다. 멀티미디어 분야를 강화하려는 LG전자로서는 전략적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물론 미국시장 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한꺼번에 잡은 셈이다.LG전자는 작년11월부터 지분57%를 사들여 본격적인 제니스 경영에참여했으며 94년도에 1천4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이 회사를내년까지 흑자로 돌려놓는다는 계획이다. 제니스라는 지름길을 선택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이다.제약업에 뒤늦게 뛰어들었던 LG화학 역시 국내외를 불문하고 유망업체들이 있으면 능력이 닿는 한 적극적으로 인수한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M&A분야에 몰아치는 LG의 「공격경영」바람은 앞으로도한동안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